백두현 고성군수 “지방 공직사회 구조적 문제, 확 뜯어고쳤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2 16: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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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두현 경남 고성군수 “군민들 모두 최소한의 노후 보장받는 세상 만드는 게 군수의 역할”

경남 고성 군민들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군수 당선을 계기로 고성 군정 첫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공직사회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좀체 협업하지 않는 칸막이 행정, 불공정한 공무원 인사 관리, 총체적인 소통 부재 등 하나같이 해결에 노력이 많이 드는 과제다. 이에 따라 행정조직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군민 행복’을 실현하는 일이 고성군수의 과제로 떠올랐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서 지방자치 차원에서 이를 다뤄본 백두현 군수를 1월6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1월6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백두현 고성군수 ©고성군 제공
1월6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백두현 고성군수 ©고성군 제공

진보 성향 군수를 계기로 고성 공직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군수 입장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가.

“고성 공직사회의 문제점은 연공서열에 의한 온정주의적 관행 등이 직접적인 요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기득권 세력에 편승한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고성은 장기간 보수세력에 장악돼 왔다. 만일 진보세력이 군수로 좀 당선되면서 서로 견제했더라면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크게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아무래도 인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텐데.

“인사는 공정해야 한다. 공무원 인사란 흔히 말해 왔듯 ‘주고받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이젠 아니다. 지난해 적재적소 인사를 위해 공무원들의 장단점을 기록한 자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고성군에는 그런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 인사 담당자에게 여태까지 어떤 방식으로 인사를 했는지 물어봤다. ‘군수 입만 쳐다봤다’는 답변에 아연실색했다.”

중앙부처 인맥 관리도 부실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취임 이후 줄곧 정부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게 고성군의 살길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부서별로 관리해 오던 정부 인맥들을 조사해 봤는데, 아쉽게도 거의 전무했다. 다행히 지난해 53건의 정부 공모사업을 신청해 48건이 선정됐지만, 부실한 인맥 관리 탓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좀체 협업하지 않는 칸막이 행정 때문에 군민들의 원성도 샀다.

“인허가 업무 등이 기존 규제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고성군은 부서 간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서 간 칸막이를 좀처럼 허물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자기 부서와 다른 부서를 부르는 방식인 ‘우리 과’ ‘너희 과’ 구분이 현실에서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칸막이 행정을 보면 ‘행정은 누구의 편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여태까지 고성군 행정은 군민의 편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행정을 위한 행정이었다. 공무원들은 군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윗사람이 지시한 일만 잘해 왔을 뿐이다. 군민 행복에 반하는 윗사람 지시는 단호히 거부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그리하지 못했다. 군민들이 과거 인허가 서류를 접수했을 때 관련 부서들은 ‘너희 과’ 소관 업무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오랜 공직 관행이라며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런 칸막이는 소관 규제가 곧 부서의 힘이 되는 우리 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와도 닿아 있다. 안타까웠다.”

고질적인 칸막이 행정 병폐를 어떻게 고쳤나. 

“군민의 눈에 고성군은 하나다. 칸막이 행정에서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정책 소비자인 군민과 기업에 돌아간다. 그래서 부서 간 영역 다툼도 오롯이 정책 소비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요즘 고성군의 인허가 주무 부서인 건축개발과에선 과거 행정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들이 잇달아 연출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정책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화해 업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진행 상황도 알려주고 있다. 덕분에 행정 절차가 과거와 달리 엄청나게 빨라졌다.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협업행정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결과다.”

고성군만의 독특한 소통 방식이 있다고 들었다.

“SNS 네이버 밴드 ‘고성군’이다. 2018년 군수로 취임하자마자 만들었다. 현재 6171명의 회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는 아마 고성군 전체 활동가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회원들이 이 밴드에 민원을 제기하면 공무원들은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있다. 고성군의 모든 소통이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봐도 된다.”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은 결국 군정 목표인 ‘군민 행복’ 실현과 맞닿아 있다. ‘군민 행복’이란 무슨 의미인가.

“과거 민주주의 선진국가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몇 차례 도전한 군수 선거에서 낙선한 뒤 고성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정치관에 변화가 왔다. 군민들과 함께 지내보니 그들이 행복해하지 않는 게 눈에 보이더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고 앞날도 불안해 보였다. 이런 군민들이 열심히 일하면 합당한 대우를 받고 최소한의 노후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드는 게 군수가 진짜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민생 정치인 ‘군민 행복’을 그릴 수 있었다.”

‘군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군수로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입신해 자신이 꿈꾸던 나라를 실현하려는 뜻이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선이나 거대 정치를 위한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초심을 잃고 사명감을 훼손하는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오로지 군민만 바라보고 군수로서 해야 할 과제들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뿐이다.”

‘군민 행복’ 실현을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고성군이 지난해에는 KAI 항공기날개부품공장 설립, 무인항공기 통합시험 훈련기반 구축사업, LNG벙커링 핵심 기자재 지원 기반 구축사업 등에 집중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당일반산업단지 내 KAI 항공기날개부품공장 설립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올해 9월부터 항공기 날개 및 동체 조립체 시험·생산·조립을 시작하고,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1년 이후에는 연간 생산액 1774억원, 생산 유발효과 35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90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의 대규모 투자가 지역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고성을 항공산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생태계로 조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올해 공룡엑스포를 개최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는 4월17일부터 6월7일까지 회화면 당항포 일원에서 2020경남고성공룡엑스포가 열린다. 2016년에 이어 4년 만에 개최되는 2020경남고성공룡엑스포는 60억원의 예산으로 110억원가량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올해는 여름에 개최하던 이전과 달리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4~6월에 행사를 연다. 이 행사는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누구나 좋아하는 공룡에 관한 가상현실, 증강현실, 4D, 5D 등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최고의 자연사 체험학습 놀이공간이 될 것이다. 고성 전 지역에 경제적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지난해 10월 백두현 고성군수가 윤치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등과 함께 경남 고성 공룡엑스포 주제관에서 AR체험존 조성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백두현 고성군수가 윤치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등과 함께 경남 고성 공룡엑스포 주제관에서 AR체험존 조성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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