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 격화에 시장 출렁…증시 급락, 환율 급등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20.01.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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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150선 붕괴, 코스닥도 하락세…안전자산인 금‧달러‧국제유가는 강세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가던 우리 금융시장이 중동발 악재에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 8일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는 소식 코스피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2150선이 붕괴됐다. 지수는 전장보다 19.27포인트(0.89%) 내린 2156.27로 출발해 장중 한때 2140선도 무너지는 등 급격하게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32포인트(1.35%)나 떨어진 2146.22를 가리켰다. 이후 조금씩 회복되긴 했지만 오후 2시 현재에도 16.72포인트(0.77%) 하락한 2158.82에 머물러 있다. 

2월12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코스피는 1840선마저 무너진 가운데 코스닥은 30포인트 이상 하락한(-4.65%)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 연합뉴스
코스닥이 급락했을 당시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이다. 8일 코스닥 지수는 장중 한때 640선마저 무너지면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내 코스닥 지수는 무관) ©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는 기관투자자가 대량 순매도에 나서며 하락을 주도하는 흐름이다. 18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기관 중에선 금융투자·연기금이 주로 매도에 나섰다.

코스닥 시장의 여파는 더욱 컸다. 이날 10시37분 26포인트 하락한 637.43까지 떨어졌다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650선에 머물러 있다.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10원 이상 오르는 등 중동발 변수가 시장을 강타했다.

아시아권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일 대비 2.4% 이상 급락한 2만3000선까지 추락했고, 대만 가권이나 홍콩 항셍지수도 전일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와 금 가치는 강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50원(0.81%) 오른 달러당 1,175.9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원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현물 1g당 6만33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2.69%포인트 올랐다. 

안전자산인 국고채 가격도 상승(금리 하락)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3bp(1bp=0.01%) 내린 연 1.308%에 거래됐다. 10년물도 연 1.578%로 3.5bp 하락했으며 5년물과 1년물도 각각 1.9bp, 2.2bp 내린 연 1.401%, 연 1.290%에 거래됐다. 20년물은 2.3bp 내린 연 1.619% 수준이다.

국제유가 역시 상승했다. 이날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78달러(2.84%) 오른 64.48달러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위험자산 회피·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짙어진 모습"이라며 "아직은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미국과 이란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이는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의 대폭 조정 및 유가 급등을 초래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란 관련 불확실성은 전면적 군사 충돌보다는 정치적 갈등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으로는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지수 조정 시기가 빨라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및 미국과 관련한 불확실성 이슈가 지속되면 한국 증시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큰 IT기업이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과 관련이 크지 않아 하락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중동발 리스크에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발언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관련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시장은 요동치는 모습이다.

앞서 AP통신 등 외신은 이란이 1월8일 새벽(현지시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후 미국 국방부는 공격 주체로 이란을 지목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란도 미국이 반격해오면 미 본토와 아랍에미리트 등을 공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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