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일파만파’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15 08: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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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알고도 숨긴 정황 곳곳에서 포착…투자자들, 펀드 판매사 상대 소송 움직임도

운용자산(AUM) 기준으로 국내 사모펀드 1위인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유동성 부족으로 중단시킨 펀드들의 환매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데다, 무역금융 펀드(플루토 TF1호)의 자금 일부가 현지 자산운용사의 폰지 사기(Ponzi·투자자 돈으로 돌려 막는 다단계 사기)에 휩싸이면서 손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불완전 판매 의혹도 제기됐다. 자산운용사와 펀드 판매사가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펀드 판매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펀드 투자자들은 “폰지 사기와 관련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펀드 판매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판매사들은 “판매사 역시 관련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다. 책임은 오히려 운용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펀드 환매 중단 피해액만 1조30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사모채권과 메자닌(Mezzanine·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하는 55개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 곧이어 무역금융 펀드 38개의 환매도 중단하면서 피해액은 8400억원대로 증가했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환매 중단에 따른 피해 금액이 최대 1조33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사태 초기만 해도 복합적 요인에 따른 펀드 운용 실패로 업계에서는 생각했다. 라임자산운용은 환금성이 떨어지는 메자닌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는데, 투자자들이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증시가 좋았다면 메자닌을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증시가 좋지 못하면서 환매 과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수익률 돌려 막기’ 의혹으로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됐고,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 요청에 나서면서 문제가 커졌다.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와 ‘사기 논란’ 이슈도 불거졌다. 라임자산운용이 무역금융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가 투자한 미국 현지 헤지펀드의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은 최근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등록 취소 및 자산 동결 제재를 받았다. IIG가 2018년 말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는데도 이를 속이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 혐의였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펀드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의 한 회사에 넘기고 약속어음 형태로 투자 자산을 바꿨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정작 투자자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기나 불완전 판매 논란이 추가로 불거졌다.

게다가 일각에선 투자자금이 해외 무역금융 펀드에 직접 투자된 것이 아니라 다른 펀드 상품의 만기 상환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폰지 사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관련 이슈들을 면밀하게 살펴본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조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판매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는 무역금융 펀드 투자자를 대리해 신한금융투자와 우리은행 등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누리는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손해배상이 아닌 계약취소 소송으로 가닥을 잡고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법인 광화 역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이라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현재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적합하지 못한 상품을 권유하고 설명 의무를 위반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한 투자자는 환매 중단 피해자 모임 카페 게시글에서 “5% 수익률에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추천받았다”며 “무엇보다 개방형인 상품이라 1년 후 환매할 수 있다는 조건이 좋아 가입했는데, 환매를 하려고 하니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예금으로 알고 계약했고 펀드라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무역금융 펀드와 관련해 판매사가 자산 부실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신한금융투자는 적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판매사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PB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사에 대출, 증권 대여, 자문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019년 10월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019년 10월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운용사-판매사 간 구조적 문제도 불거져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들은 자산 부실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펀드를 운용한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사가 아닌 이상 판매사가 자산 부실을 알아차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판매사 역시 이를 속인 운용사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향후 금융당국 조사가 시작되면 최대한 협조하고 손실이 확정되거나 소송이 제기되면 대응할 계획이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여러 차례 라임자산운용 측에 관련 의혹에 관해 문의했지만 관계자들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지 사태로 발생할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는 운용사와 펀드 판매사, 투자자 사이의 구조적인 문제, 사모 시장 및 PB 시장 위축 우려 등으로 다양하게 파생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판매사와 운용사, 투자자 간 정보 격차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며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신뢰 저하로 사모펀드 시장과 PB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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