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되살아 난 ‘시장 친척’ 비리의 악몽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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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청은 복마전?…검찰, ‘특례사업 비리혐의’로 시장 동생·부시장 등 5명 기소
검찰, “이례적인 거래”…시장 동생, 건설사와 133억 상당 계약 ‘불상액 이익’ 챙겨
청렴·혁신 강조해 온 이용섭 시장, ‘검찰 수사망’ 벗어났지만 정치적 입지 ‘흔들’

현직 시장의 ‘동생’이 비리 혐의로 기소되면서 광주시에 또 한 편의 ‘친인척 비리’가 재연돼 지역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이용섭 광주시장 동생이 형의 지위를 이용해 국내 최상위 건설업체로 꼽히는 호반그룹과 유착, 막대한 이익을 챙긴 혐의가 드러나면서 단체장 측근 비리 악몽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에 취임 이후 줄곧 시정혁신을 강조해 온 이 시장도 결국 ‘동생 문제’로 역대 시장 임기마다 반복돼온 측근비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점을 남겼다. 이 시장은 또한 검찰 수사 결과 특혜 의혹은 벗었지만, 동생과 부시장이 비리에 연루돼 정치적, 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월 8일 오후 광주지검에서 윤대영 공보관(부장검사)이 광주 민간공원특례사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8일 오후 광주지검에서 윤대영 공보관(부장검사)이 광주 민간공원특례사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 동생-호반 ‘부당거래’ 민간공원 연관성은? “확인 못해”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 등 공무원 4명과 이용섭 광주시장의 동생인 이 아무개씨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4월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검찰에 고발장을 낸 지 9개월 만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장기간 공원으로 묶여있던 부지를 건설사가 매입한 뒤 공원으로 조성해 자치단체에 기부하고, 부지 중 일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이다. 

광주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최임열)는 8일 지난해 4월부터 벌여온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용섭 시장의 동생 이 씨와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의 유착 관계를 확인하고 이 씨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씨가 운영하는 철강 도소매 업체는 호반그룹 계열사·관계사에 1만7112톤(133억원 상당)의 철근 납품 기회를 받아 ‘불상액’의 이익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정 부시장과 윤영렬 광주시 감사위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담당 부서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담당 국장 이 아무개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이 시장에 대해서는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다각도로 수사했지만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입건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시장의 동생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호반그룹이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받을 수 있도록 형(이 시장)에게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대가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생 이 아무개씨는 지난 2017년 3월 철강자재 도소매업체인 A철강을 설립했다. 호반건설은 재무구조, 납품(공사) 실적 등 평가 점수에 따라 협렵업체를 등록하는데, 실적이 없는 A철강이 협력업체로 등록된 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이뿐 아니다. A철강은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의 추천으로 국내 3대 제강사의 유통사로 등록돼 비교적 저가에 철근을 공급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찰수사 결과, 이 씨는 ‘이용섭 시장의 동생’이라는 점을 영업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1월, 이 씨는 호반그룹 계열사의 아파트 공사 현장 철근 납품권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했으며, 2019년 10월까지 133억원에 달하는 1만7112톤의 철근 납품기회를 부여받았다. 검찰은 수익이 통상의 약 4배에 달했으며, 지난해 8월 현재 전체 매출의 98%가 호반그룹 계열사와 관계사 상대 실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계약 당시 이용섭 시장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다가올 지방선거 광주시장 입지자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검찰은 이 씨가 작성한 문건에 호반 김상열 회장의 이 씨에 대한 지원은 이용섭 시장과 관련된 것이라는 취지로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8년 1월 이전에 A철강이 호반그룹 계열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수사를 통해 확인된 특혜성 거래가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이 씨가 구체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수사 “결정적 한방 없었다”

또 다른 검찰 수사의 초점은 동생이 받은 특혜가 시장인 형과 관련이 있는지에 맞춰졌다. 특혜 의혹을 9개월간 수사한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 시장의 연루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이 최종 결정권자인 점을 들어 관련성을 밝혀내려고 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함께 기소된 윤영렬 감사위원장의 업무일지에 ‘이 시장의 뜻이다’라고 기재된 부분을 확인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선 이 씨의 불구속 기소, 이 시장과 김 회장의 불기소 등 수사 결과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역 한 변호사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인 점으로 미뤄 구속을 검토할 만한 사안으로 보인다”며 “형인 시장, 유착 관계의 건설사 회장을 기소하지 않은 것도 선뜻 납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 시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관련성 여부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민간 공원 특혜 의혹 수사는 이 시장에게는 적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시장이 검찰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정치적 입지는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장이 광주시정 전반을 책임지는 최고 결정권자인 데다 특혜 의혹을 산 사업자와 친동생의 유착 관계는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변관리 소홀 李 시장, ‘혁신·청렴 시장’ 이미지 훼손

세간에선 이 시장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는 시선 또한 여전하다. 결국 정황은 있으나 증거는 없어 수사 선상에서 비껴갔지만, 정치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평소 인사와 행정 전반에서 혁신과 청렴을 강조하던 이 시장 입장에서는 가족과 행정 전반을 책임지게 한 측근이 불법에 연루된 당사자가 됐다는 점만으로도 부담이다.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

그간 이 시장은 인사 문제에서 전문성과 혁신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공공기관장 등의 인사에서는 보은·정실 인사로 계속해서 논란을 빚어왔다. 광주시 서열 2위인 정 부시장이 비리에 연루된 것도 악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인사에도 청렴한 혁신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인사권을 맡긴 정 부시장이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시 공무원과 산하 기관의 직원들을 당원으로 불법 모집한 의혹을 받고 있어 큰 흠집이 났다는 지적이다. 광주 정치권 한 인사는 “혁신과 청렴을 강조한 이 시장이 정작 주변 관리에는 소홀한 것 같다”며 “남은 임기에 안정적으로 시정을 이끌어가고 재선 행보를 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임 윤장현 시장도 친인척 비리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윤 시장의 친인척이자 시 정책자문관이었던 B씨는 2015년과 2016년 광주시가 발주한 공사 수주를 대가로 2억원에 가까운 돈을 업체로부터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B씨의 동생이자 윤 시장 취임 초부터 비서관으로 일했던 C씨 역시 납품계약 알선 브로커들로부터 대가를 받고 계약에 개입했다 구속수사를 받았다. 역대 시장들도 비리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바 있다.

 

“이 시장, 뼈를 깍는 자정 노력해야” 쓴소리도

이처럼 ‘전임시장 외척 비리’에 이은 ‘동생 비리’가 펼쳐지자 지역 사회는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시민 김 아무개(52)씨는 “호사가 압방아에 심심찮게 오르내렸던 이 시장 동생과 호반의 유착설이 사실로 들어나 충격”이라면서 “요새는 자고나면 각종 사건사고로 지역사회가 어지럽다보니 빛고을 광주(光州)이라는 지명이나 광주시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친인척 비리는 단체장이 ‘수신제가’ 차원에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며 “이 시장은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뼈를 깍는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광주시는 검찰의 기소내용을 부인했다. 시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광주시는 이번 사건이 민간공원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잘못된 평가부분을 바로 잡은 적극행정이자 소신행정의 일환이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 시장의 동생과 관련된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광주시장의 동생에 대해 알선수재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은 우리 시 민간공원 특례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서 이 역시 법원에서 진실을 가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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