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에서 자웅 겨룰 ‘5걸’…유승민·오세훈·김부겸·이광재·안철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3 14: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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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좌우 진영 대결 속, ‘중도’ 표방하는 대안 정치인에 관심

“‘그 나물의 그 밥’보다는 ‘개 밥에 도토리’가 낫다.”  

4·15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1월7일. ‘배지’를 달기 위해 총선 전략을 짜고 있는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가 고심 끝에 한 말이다. “총선, 나아가 향후 대선에서 어떤 정치인이 뜰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극심한 여야 대결 정치에 지친 무당파층(지지하는 당이 없는 유권자층)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기존 정치세력과는 차별화된 인상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우클릭’하는 보수 인사, ‘좌클릭’하는 진보 인사로는 지지 기반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의도가 주목하는 중도 확장성이 돋보이는 정치인은 누구일까. 시사저널은 여야 의원실 관계자들이 거론하는 중도 정치인 5인을 꼽아, 이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관련 키워드를 정리했다. 한국언론재단 뉴스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이용했으며, 최근 5년(2015년 1월8일~2020년 1월8일)간 주요 뉴스에서 이들의 이름과 함께 가장 많이 거론된 핵심 연관어 10개를 추출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 ‘새 보수’ 유승민

보수 야권의 대표적인 중도 정치인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다. 보수 성향 4선 의원으로 참신한 이미지는 없다. 그러나 안정을 기치로 내건 보수 정당에서는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5년간 유 의원 관련 주요 뉴스 1000건을 추려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그와 함께한 단어는 새누리당(1704건)과 바른정당(1645), 대구(1090), 박근혜(1011) 순이었다.

유 의원은 최근 ‘낡은 보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당을 새로 꾸렸다. 이른바 태극기 세력의 지지를 받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신환 의원을 비롯해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후배 정치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의원은 대구 동구을에서 17·18·19·20대 내리 당선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했으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을 잡았다. 이 탓에 대구 지역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배신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보수 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대구 유권자들을 ‘안티’로 돌려세운 탓에, 대선주자로서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다만 이념은 보수지만, 한국당에 불만을 갖고 있는 유권자에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유 의원 측근들의 평가다. 이준석 새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은 지난 12월24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보수가 기존 문제를 벗어나 지역을 넓혀야 된다. 지금까지의 보수라면 딱딱한 이미지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기들만의 리그로 여겨진다”며 “민주당에서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론 등의 정책들은 이름 자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보수도 그런 DNA를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 ‘黃 라이벌’ 오세훈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주목받는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인이다. 오 전 시장 뒤에는 황교안 대표가 계속 따라붙는다.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사실상 황 대표를 견제할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오 전 시장 관련 연관어 1위도 ‘황교안’(1700)이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해 2·27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밀리며 석패했다. 그러나 이는 당원투표에서 밀린 결과로,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이 황 대표를 제치고 1위를 했다. 그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대표적인 민주당의 서울 텃밭으로 분류되는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만약 오 전 시장이 당선된다면 황 대표를 위협할 만한 한국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오 전 시장에게도 ‘탄핵’은 뛰어넘어야 할 숙제다. 오 전 시장 관련 연관어 2위는 ‘박근혜’(1056)였다. 오 전 시장 역시 유승민 의원과 마찬가지로 ‘친박 세력’과 선을 긋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2월7일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선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안타까움이야 저인들 그 어떤 분들보다 덜하겠느냐”며 “그러나 의리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국민이다. 불행히도 대통령으로서 박근혜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바람에 큰 실망을 안겨 드린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박근혜’ 이름 세 글자를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TK 아들’ 김부겸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보다는 집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만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역시 중도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주목받는 인재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진보진영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지지를 폭넓게 받고 있다. 무엇보다 ‘뿌리의 힘’이 크다. 경상북도 상주가 고향인 김 전 장관은 지역적으로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두고 있다. 김 전 장관을 보여주는 키워드 역시 단연 ‘대구’(5001)와 ‘경북’(1214) 순이었다. 김 전 장관은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첫 국회의원(경기 군포)에 당선됐다. 이후 2003년 8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창당에 합류했다. 당적을 바꿨지만 험지인 TK 지역에 대한 도전을 계속했다.

재수 끝에 그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득표율 62.30%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대구·경북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민주당으로서는 김 전 장관을 내세워 동진(東進)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만약 올해 총선에서 김 전 장관이 다시 대구에서 승리한다면, 그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 ‘원조 친노’ 이광재

김 전 장관과 더불어 최근 사면 복권된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총선 역할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 전 지사 관련 연관어는 ‘노무현’(1077), ‘특별사면’(970), ‘친노’(465) 등이다. 이 전 지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원조 친노’로 불린다. 민주당의 험지인 강원도에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에 당선되며 차세대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이 전 지사는 강원지사 당선 직후인 2011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사직을 상실하고 2021년까지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됐다. 다만 보수 강세 지역이던 강원도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켰던 리더십을 기억하는 팬덤(fandom)이 있다. 또 경제와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청년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반면 ‘친노’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건 양날의 칼이다.

 

■ ‘중도 중의 중도’ 안철수

4·15 총선 전 정계 복귀를 예고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중도 정치판’의 다크호스다. 안 전 대표는 ‘반(反)문재인 세력’을 규합, 주도하면서 성장한 정치인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정치인들과 손을 잡기도, 떼기도 했다. 그래서 늘 안 전 대표가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이냐’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곤 했다. 최근 5년간 안 전 대표에게 따라붙은 연관어 역시 모두 정치인이었다. 빈도가 높은 연관어는 ‘유승민’(1246), ‘문재인’(1228), ‘박원순’(866), ‘손학규’(629) 순이었다.

안 전 대표는 정치 데뷔 초기인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각각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내줬다. ‘양보의 정치’로 한때 범진보진영의 핵심 정치인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상황이 변했다. 2017년 대선 낙선 이후 유승민계 의원들이 주축이었던 바른정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으며, 민주당과 선을 긋고 ‘중도 개혁’ 노선을 표방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한국 정계를 떠나 야인 생활을 자처했던 안 전 대표는, 최근 정계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온다면 유승민 의원이나 손학규 대표 등과는 손을 잡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게 될 것이란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새로운 인물의 돌풍? 현재로선 무망해”

정치 전문가들은 좌우로 치우친 표심만 공략해서는 총선 및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단언한다. 결국은 중원 싸움이란 얘기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민주당도 한국당도 집토끼만 결집시켜서는 결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야 선거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선거의 기본 법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2012년 안철수의 등장처럼 새로운 인물의 바람이 정치권에 불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무망해 보인다. 즉 ‘2020년판 안철수’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제3세력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취약한 현실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유력하게 거론되는 중도 성향의 정치인들이 총선 정국에서 본격적으로 중원을 놓고 자웅을 겨룰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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