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청,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아파트 ‘수사의뢰’ 강수
  • 부산영남취재본부 서진석 기자 (sisa526@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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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승인전 동·호수 지정 주택법 저촉 여부 밝혀야”
조합측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법률 준수, 문제 없다”

부산 동구청이 관내 일각에서 추진중인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아파트 사업에 대해 가입에 신중을 기하라는 현수막 게첨에 이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동구청은 1월 8일 “협동조합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아파트의 동·호수를 지정하는 것이 주택법에서 금지하는 사전 주택 공급 행위는 아닌지 법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지난 해 12월 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부산 동구청이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가입에 주의하라며 게시한 현수막 ⓒ시사저널 서진석
부산 동구청이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가입에 주의하라며 게시한 현수막 ⓒ시사저널 서진석

범일동스마트시티협동조합은 부산시 동구 범일동 자성대 공원 인근에 450여 세대의 임대형 아파트를 짓겠다며 지난 해 말부터 대대적인 조합원 모집에 들어갔다. 이 사업의 요지는 2000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할 경우 59.4㎡형 아파트는 출자금에 1600만원을 더한 보증금 3600만원에 월세 20만원대로 입주가 가능하고 8년 뒤 시세의 85% 수준으로 분양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82.5㎡형은 보증금 4500만원에 월세 30만원 선이다.

 

동구청 주택법 사각지대 우려, 시민 피해 없어야

하지만 관할 동구청은 이 조합이 사실상 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을 하면서도 주택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시민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협동조합형 주택사업은 지역주택조합보다 사업 초기에 주택법의 개입 여지가 상대적으로 낮다. 지주택은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를 하고 조합원 모집 신고필증을 교부 받아야 한다.

반면 협동조합형은 운신의 폭이 다소 넓다. 실제 범일동스마트시티협동조합은 건축과가 아닌 동구청 일자리경제과에 조합설립 신고를 했다. 협동조합도 설립목적을 위해 출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조합도 지난 해 12월 3일 조합 신고를 했고 목적도 민간임대주택보급사업이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동구청 건축과는 “범일동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사업과 관련해 어떠한 서류도 한 장 들어온 것이 없어 사업의 실체가 모호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건축과 관계자는 “거액의 조합비를 받으며 동·호수를 지정하는 일종의 주택공급 행위를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은 없는지를 챙겨야 하는 지자체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필요할 경우 과태료 또는 그 이상의 처분도 해야 하는데 피처분자가 모호해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동구청은 지난 해 12월 “사업승인 안된 민간임대주택(협동조합형) 가입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라는 현수막도 관내 요처에 게첨했다. 현수막에는 조합 탈퇴와 조합비 환급, 그리고 임차권 확보 문제를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문구도 삽입됐다.
 
현수막 게첨에 이어 수사의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 동구청은 “‘오는 7월에 착공된다. 사업승인을 다 받았다’ 는데 사실이냐는 민원 전화를 많이 받고 있지만 아무런 공식 답변을 해줄 수 없는 형편이어서 시민 피해 예방 차원에서 우선 현수막을 걸었다”고 밝혔다.

이어 “출자금의 반환 절차는 어떤지, 사업 승인과정에서 계획이 변경돼 내 집(지정한 동과 호실)이 사라지거나 변경될 여지는 없는지, 임대 아파트에 8년간 살 수 있는 명확한 권리 보장 문제 등을 명확히 파악하고 가입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구청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범일동스마트시티협동조합측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모세 조합장은 먼저 조합 가입비 2000만원은 계약 후 30일 이내 해약 시 전액 환불이 가능하고 조합비는 대형 신탁사에서 철저히 관리한다고 전했다.

또한 사업 계획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동·호수를 지정하면서 사후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지하고 있으며 만약 450 세대가 400세대로 줄어드는 경우가 있더라도 ‘추첨’ 방식을 도입하거나 전액 환불을 해주는 등 조합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동조합기본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은 1월 중 예정인 건축심의서 제출을 시작으로 다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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