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 롯데푸드 대표 ‘국정감사 위증’ 의혹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6 14: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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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당했다던 조 대표, 후로즌델리에 은밀히 보상 제안…국감 증인 출석 때 발언 내용과 달라 논란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는 지난해 10월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초 증인으로 지목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대신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는 “갑질 논란의 당사로 협력업체였던 후로즌델리가 그동안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롯데푸드는 2014년 8월 후로즌델리 측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2010년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하면서 후로즌델리가 100억원 넘게 피해를 입었고, 결국 회사가 파산한 데 따른 보상적 성격이었다. 당시 롯데푸드는 “위로금 차원에서 7억원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 후로즌델리나 전은배 대표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채택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합의서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다. 롯데푸드 경영진은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5년여를 끌었다. 그사이 전 대표는 신용불량자가 됐고, 생계를 위해 공사판을 전전해야 했다. 국정감사 때마다 롯데푸드의 갑질 문제가 도마에 올랐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 여당 중진의원의 경우 공정위원장을 상대로 직권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온 조 대표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2014년 8월 후로즌델리와 작성한 합의서에 ‘품질과 가격이 맞으면 롯데푸드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문구가 있다”며 “후로즌델리 측이 이 문구를 악용해 경유 매출 등 부당한 요구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합의서 작성 시점에 후로즌델리는 이미 부도가 나 실체 없는 회사였다”며 “롯데그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들을 해 와 지금까지 분쟁이 지속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푸드가 오히려 협력업체로부터 ‘역갑질’을 당했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시사저널 포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시사저널 포토

신동빈 회장 국감 증인 빼기 위한 물타기?

하지만 조 대표는 국정감사를 보름여 앞두고 은밀히 후로즌델리 전은배 대표를 만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조 대표와 전 대표가 만난 것은 지난해 9월23일. 조 대표가 직접 충남 예산의 모처로 내려갔고, 전 대표를 만나 거액의 현금 보상을 제안했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 대표가 먼저 만남을 제안하면서 미팅이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는 전 대표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국정감사장에서 협력업체에 역갑질을 당했다는 조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백번 양보해도 “여러 차례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고 지목한 협력업체 대표를 은밀히 만난 후 거액의 보상까지 제안했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정감사 위증 논란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위증 등의 죄)에 따르면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 포함)이나 감정을 했을 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조 대표의 위증 의혹에 대해 국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우선 주목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대표가 은밀히 회동을 시도한 시점에 주목한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협력업체인 후로즌델리의 갑질 문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신 회장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후로즌델리 측에 만남을 요청한 것도 이 문제 때문일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당시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질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신 회장이 국감 증인 명단에 오르면서 조 대표의 입지가 크게 훼손됐다”며 “궁지에 몰린 조 대표가 신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빼기 위해 일종의 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정감사를 사흘 앞둔 10월3일 국회 보건복지위는 돌연 신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 소환을 무기로 지인에게 3억원을 주라고 롯데그룹을 압박했다는 회사 측 주장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물론 조 대표가 국정감사장에서 “외압은 없었다”고 말하면서 이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는 사이 국감 증인은 오너인 신 회장에서 CEO인 조 대표로 자연스럽게 교체가 이뤄졌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전 대표와의 미팅이나 이명수 의원의 외압 논란은 일종의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롯데푸드의 갑질 문제는 여야가 없었다. 국정감사 때마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질타했고, 신동빈 회장도 ‘중소기업과 합의한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답했다”며 “이 의원의 외압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롯데의 갑질 이슈는 쑥 들어가고, 이 의원의 외압 논란이 도배가 됐다. 물타기를 의심하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2019년 10월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스1
2019년 10월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스1

롯데푸드 측 “후로즌델리와 소송 결과 지켜봐달라"

조 대표는 지난해 11월1일 전은배 후로즌델리 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기관에 제기한 각종 민원을 취하하고, 제3자에게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 합의서 내용을 위반했다는 취지였다. 전은배 대표 측은 “롯데가 먼저 합의서 내용을 위반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향후 재판 결과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전 대표를 회유하기 위해 예산으로 내려간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조 대표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소송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회동 시점과 엇비슷해진다. 겉으로는 협력업체 갑질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면서 뒤에서는 소송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조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듣기 위해 문자도 보냈지만 1월9일 현재 답변이 없는 상태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현재 후로즌델리 전 대표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소송 결과를 보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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