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한국 국회, 밥값 못 한다” 30년 경력 정치인의 셀프 디스
  • 최인철 PD (iniron@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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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끝짱] 이태규가 말하는 국회의원이란

[시사끝짱]

■ 진행: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 PD, 최인철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녹화 : 12월24일(화)

 

소종섭: 국회의원 되고자 출마한 분들도 굉장히 많고 지금 국회의원 신분에서 재선을 위해 뛰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떤 분은 나 국회의원 안 하겠다. 불출마를 선언하는 분도 계십니다. 국회의원이란 어떤 존재인지,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과 얘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의원님은 정치, 초선이시지만 정치권에 인연을 맺은 지는 30년 가까이 된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이태규: 오랫동안 제가 국회에서 보좌진 생활, 정당 생활도 했고 그런 과정에서 청와대에도 있었고 총선이나 대선 지켜볼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직접 일을 하게 되는 과정도 있었고, 그 속에서의 한국 정치 또 정권의 흥망성쇠는 제가 옆에서 이렇게 지켜봤다.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종섭: 선수로만 평가할 문제가 아니에요. 정치권의 문법, 생정치권의 생리, 정치를 잘 아느냐. 오랫동안 이 정치권에 있어 왔던 분들이 아무래도 나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핀란드에서도 젊은 총리가 탄생했지만 정치 경력으로 치면 거의 20년 가까운 경력을 갖고 있더라고요. 이 의원님 보시기에 내가 말하는 정치는 이것이 정치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시사끝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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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국민 뜻 반영 못해…밥값도 못 한다”

이태규: 정치라는 부분이 우리가 대의민주주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이 한편으로 보면 국민들의 의사를 올바르게 대변하는 일이다.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국민의 의견이 다 똑같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제가 볼 적에는 현명하게 논의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정치의 기능이고 역할이다. 여러 가지의 갈등도 조정하고 대안도 만들고 뭐 이래야 되는데 공적인 영역에서는 최고의 엘리트 영역이 정치라고 보는데 공적인 엘리트 기능이 전혀 지금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역할을 못 하고 오히려 지금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비싼 세비 받아먹고 밥값도 못 하는 정치인들, 매일 이제 싸움만 하는 사람들, 지역구 행사 가서 자리 빛내주는 사람, 한 영역이 자기 기능과 역할을 못 했을 적에 사회의 발전이나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현실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정치가 옛날 왕조시대의 사고대로 한다면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건 현대사회에서 똑같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정치의 최고 목표라고 생각이 드는데 저는 정치 지도자의 통찰적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한 거고 한 나라에 정치 세력이 여러 개 있지만 그 정치 세력이, 내에 갖고 있는 집단 지성이 얼마나 제대로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리더십을 우리가 지금 갖고 있지 못합니다. 매일 거대 정당들이랑 군소정당들 이전투구 하고 싸우는 과정 속에서 과연 정당들이 집단 지성이 있는 것인가. 이 집단 지성과의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절충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잖아요.

정치라는 것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거라고 봅니다. 설득이 안 되면 절충해서 타협안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보이는데 지금은 상대방한테 강요를 하고 그 강요가 안 통하면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잘못된 정치. 이번에 선거법이나 공수처 법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도 마찬가지지만 설사 내용적으로 아무리 정의롭고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정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 과정으로서의 정치가 무시되고 전체적 민주성이 훼손된다면 좋은 명분과 내용을 갖고 있더라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한국 정치가 굉장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이 들어오면서 훨씬 더 심해졌고, 과연 80년대의 독재 정권과 싸우면서 헌신적으로 싸웠던 이 민주화 세력이 과연 민주주의 세력인가. 제가 볼 때는 전면적인 재평가, 재검토가 필요하고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아마 최근에 최장집 교수님의 논문 발표나 이런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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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의원이 말하는 국회의원이란

소종섭: 정치라는 것은 설득, 타협 조정을 통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데 우리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야당 책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당이 좀 더 책임이 있다. 이렇게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큰 틀에서 정치가 그렇다면 내가 국회의원을 해 보니까 이런 것 같더라, 그런 관점에서 보신다면 어떨까요?

이태규: 국회의원들이 적어도 어떤 소명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예산을 심의하고 법안을 다루다 보면 법안의 배경과 속내들을 파악할 수가 있잖아요. 국민의 어떤 속 사정을 알고 좀 더 현실적인 부분들에 다가가서 좀 더 실질적인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정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데 우리 국회가 원천적으로 게으릅니다. 왜냐하면 두 달에 한 번씩 임시회를 열고 100일 동안 정기회의를 여는데 하도 일을 안 하니까 비회기 동안에도 매달 두 번씩 법안소위를 열도록 국회법에 그렇게 명시를 해 놨어요. 그런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소종섭: 법을 안 지키는 거네요.

 

“전문지식 없어 주먹구구식 일처리”

이태규: 요번에 예산결산특위에서 예산을 조금 다루다 보니까 이것이 국정감사 끝나고 막 부랴부랴 며칠 동안 다 다룹니다.  예산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반영되는지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이 모릅니다. 저는 예산결산 이런 거를 상설화시켜서 최소한 6개월 이상 다루도록 의원들이 예산이 현재 현장에서 어떻게 쓰고 있고 문제가 뭔지도 알아야 예산을 증액을 할 건지 중단을 시킬 건지 판단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서류상으로 이야기하고 장관들 질의 몇 마디하고 소위로 넘겨서 그때부터 칼질을 하게 되는데 알고 하는 거가 아니다. 이제 정치적인 입지나 주장들이 많이 반영이 되는 예산이다 보니까 결국 이것이 국민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그리고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국민의 돈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쓰고 있는가, 이런 부분이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쨌든 국회에서 그런 문제가 있어서 아, 이게 예산결산위원회는 반드시 상설화시켜서 적어도 6개월 이상의 결산과 예산 편성안에 대해서 예산을 심의를 해야 되겠다. 그리고 결산도 적어도 두 달 이상해서 결산이 통과가 안 되면 예산 심의를 못 하도록 엄격하게 바꿔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종섭: 그게 원칙인데 우리는 결산 자체를 너무 소홀히 하죠.

ⓒ시사끝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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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일처리 비효율적…의사 구조 개편해야”

이태규: 결산을 하루 이틀 만 하니까 문제점에 대해 국회의 일하는 일정 배분이나 사이클을 근본적으로 좀 바꿔내지 않으면 사실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좋은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안 되겠다. 그래서 일을 강제하는 방법이 저는 첫 번째가 예산결산, 그러면 정부가 제일 괴로워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나 국민의 편익은 높아진다고 보거든요. 두 번째는 저희가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이렇게 운영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상임위원회를 하다 보니까 굉장히 좀 정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슈를 많이 다루게 되고 또 거기다 해당 장관은 검토하겠다, 죄송하다, 연구해 보겠다, 이렇게 넘어가는데 실질적으로 법안소위나 예산소위를 하다 보면 그 속에서 차관하고 실·국장하고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게 됩니다. 물론 정부도 국회의원들한테 자기들 입장을 충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좋지만 이것이 불분명하면 걸리게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바쁜 장관들 굳이 국회에 꼭 안 나와도 되는 거거든요. 이제 국회의원도 실무적인, 현실적인 걸 물어보려면 알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공부를 안 하면 소위가 이런 게 괴로운 거예요. 맨날, 뭐냐, 그게 뭡니까, 뭡니까, 물어볼 수는 없고 알아야 또 물어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쪽에서 소위원회를 활성화시키게 되면 정부 통제도 잘되고 국회의원들도 일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쪽으로 가게 된다. 지금의 상임위원회를 소위원회 많이 나누어서 소위원회 중심으로 가고 소위원회 차원의 조사 청문회가 활성화돼야 된다. 국회의 건물도 소위원회 사무실을 많이 만들어서 이제 국회를 개혁하게 좋겠다. 지금 불출마 선언을 하셨지만 민주당의 원해영 의원님의 지론이셨어요. 여기서 그 얘기를 국회, 정치개혁특위, 국회개혁특위에서 말씀을 듣고 또  의원 생활을 하면서 보니까 소위원회를 나누어 놔야 된다. 의원들이 적어도 5명에서 8명 정도로 하고 해당 차관이나 실·국장을 불러서 정책이든 뭐든 다 이렇게 세세하게 실제로 고쳐나가는 거거든요. 이게 실질적으로 제가 볼 때는 국민을 위한 길이고 또 국회가 일 안 한다고 하는데 일을 강제하는 좋은 방법이다.

소종섭: 구조를 좀 실질적으로 많이 바꿔야 된다.

이태규: 일하는 구조로 바꾸려면 현재의 본 회의하고 상임위 중심의 일하는 시스템 가지고는 부족하다. 그래서 소위원회로 가야 되고 예산 같은 경우는 상설화시켜놔야 된다. 그래야 국회의원이 일을 하고 정부도 늘 긴장하고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회에 가서 통제받는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얼렁뚱땅 적당히 넘어가는 일들이 매년 반복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 근본적으로 바꿔놔야 되는 국회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보람찼던 일은?

소종섭: 이제 임기가 한 5개월 정도 남았는데 의원 생활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이건 해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한 가지만 이렇게 꼽는다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이태규: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29%, 30%가 안 되는 데서 보람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면 양심에 걸리는데 그나마 이제 뭐 우리 비서실 직원들하고 해서 이야기한 것은, 매년 국정감사 끝나면 NGO 모니터단에서 의원을 선정을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올해도 선정이 됐어요. 제가 임기 4년 동안 네 번 선정돼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국정감사나 의원으로서 활동에 임했다. 이런 말씀을 좀 드릴 수 있고요. 아쉬웠다는 부분도 안철수 대표의 새 정치나 이런 부분들을 같이 공감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한국 정치를 바꿔야 나라를 바꿀 수 있다. 이런 변함없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제3당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얼마나 적극적 의지를 실천하고 실현하려고 노력을 했느냐, 이런 부분에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게 되고, 만약 21대에서 다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의도 국회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 이제 정말 책임지고 나서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 이 이념과 진영에 있는 부분을 이제 극복을 해내야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고요. 국회를 제도적으로 바꿔내는 부분들, 그다음에 무엇보다 새로운 정당 모델을 고민을 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 정당이라는 것이 관료집단 비슷하게 해서 전부 국민 세금으로 유지되는 거거든요. 정당이라는 건 제가 볼 때는 좋은 정치 엘리트를 발굴해서 사람을 키우는 정당으로 바꿔야 된다. 근본적으로 선거 조직 관리 정당이 아니고 사람을 키우는 정당에서 공직 후보를 배출해내고 그 사람이 당선이 돼서 의회에 진출했을 때 그 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지 정당이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는데 거기서 발굴해 키워낸 사람이 국회 가서 얼마나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저는 그런 구조적인 데서 정치 개혁의 첫 번째가 국회 개혁이랑 정당 개혁이 같이 이루어져야 된다.  그리고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내는 것, 이것이 또 안철수 전 대표한테 국민들이 안철수 현상 속에서 요구했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소종섭: 시사저널TV의 애청자 연령별 분석을 보면 20~30대가 30% 정도 됩니다. 40대까지 포함하면 50%가 좀 넘습니다. 대개 새로 정치에 한번 뛰어들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한 20대~40대 그 사이 연령대를 갖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드는데 이 의원님께서 정치에 입문하려고 하는, 정치에 뜻을 갖고 있는 그 정치 지망생들에게 뭔가 좀 얘기를 한다면 어떤 얘기를 해 주고 싶으세요?

이태규: 제가 정치를 먼저 한 입장에서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면 스스로의 자기 절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소한 사회적 기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자기가 얼마만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자기 확신이 좀 있어야 된다고 보는 거고요. 또 하나는 시대와 국민에 대한 소명의식. 아까 말씀드렸지만 정치라는 부분이 공공의 영역이기도 하고 엘리트의 영역이기도 한데 이거를 책임지고 할 수 있는 건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그다음으로 요구되는 부분, 난제들이 쌓여있고 이 난제들을 정부도 정치권도 잘 해결을 못 하는 거죠.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중층화된 이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 구조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통찰, 이런 부분을 해 볼 수 있는 지적 교양을 갖추어야 된다. 현재 자기가 있는 부분에서의 전문성을 가지려고 하는 자기 노력이 좀 필요하다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에 품성에 있어서 좋은 건강성을 갖고 계신 분들로 만약에 국회가 채워진다면 근본적으로 국회를 바꿔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고, 좋은 품성과 능력과 자질을 가진 청년들이 저는 정치에 좀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고 또 앞으로의 정당들은 그런 좋은 청년들을 발굴해서 일선 정계에 나설 수 있도록 키워내고 배려해 주고 밀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것이 현재 기성 사회, 기성세대 정치인들의 역할이다. 자기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소종섭: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과 함께 정치란 무엇인가, 또 국회의원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정치에 뜻을 가진 청년들에게 바라는 이야기까지 들어봤습니다.

ⓒ시사끝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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