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검찰개혁’, 日 ‘인권탄압’…벼랑 끝 몰린 양국 檢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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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은 법무부 인사로, 일본 검찰은 피의자 탈출로 혼란

한·일 검찰이 모두 곤경에 처했다. 국내에선 검찰 인사로 ‘항명 파동’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일본에선 탈출극을 펼친 닛산자동차 전 회장이 검찰을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양국 검찰 모두 뚜렷한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1월8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기자회견장 도착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 연합뉴스
1월8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기자회견장 도착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 연합뉴스

1월8일(현지시각)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은 레바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일본 도쿄지방검찰청을 ‘정치 검찰’로 규정하며 “지난 14개월 동안 내 영혼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은 처음부터 유죄로 단정하고 자백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구치소에서 1주일에 두 번 밖에 샤워를 못 했다”며 인권 탄압이란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특별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뒤 지난해 4월부터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가디언은 “곤 전 회장이 일본 사법체계의 어두운 면에 조명을 비췄다”고 논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일본 사법체계 하에서 검찰은 피의자가 자백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기 전까지 가차 없이 심문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인질사법(hostage justice·人質司法)’이다. 일본 사법당국의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곤 전 회장이 집 밖으로 나와 개인 비행기로 탈출할 때까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곤 전 회장을 수사한 도쿄지검 사이토 다카히로(齋藤隆博) 검사는 발끈했다. 그는 1월9일 한밤중에 성명을 통해 “일본 사법제도를 부당하게 깎아내리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상도 기자회견에서 “일본 법체계에 대해 거짓을 알리는 건 도저히 넘어갈 수 없다”며 동조했다. 일본 법무성(법무부)과 검찰이 입을 모아 곤 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적극적인 반박에도 불구하고 일본 검찰이 명예를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란 견해가 나온다. 

한국에선 법무부가 단행한 인사로 검찰이 사면초가에 몰리는 형국이다. 1월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첫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함께 해온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사법연수원 27기)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26기)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이로 인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주요 수사가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을, 박 부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지휘해 왔다. 또 이들 수사를 최전선에서 맡고 있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23기)도 이번 인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일본에서 피고자의 폭로로 검찰 수사의 민낯이 드러났다면, 한국에선 상부 기관의 인사 조치로 수사의 맥이 끊길 처지에 놓인 셈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월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월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양국 검찰 모두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을 겨냥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추 장관은 이번 인사 직후 야당으로부터 ‘검찰총장 의견을 묵살했다’는 지적을 받자 “총장이 명을 거역했다”고 맞받아쳤다. 추 장관은 한발 더 나가 검찰 직제에도 손을 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규모를 줄이고 인지수사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반부패수사부는 검찰 내 핵심 부서로 꼽힌다. 이른바 ‘권력 수사’를 담당해온 특수부가 그 전신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권한이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등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검찰 자체 개혁으로 입지가 줄어든 데다, 이번에 직제 개편이 단행되면 세력이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곤 전 회장 수사를 맡은 도쿄지검 특수부도 난처하게 됐다. 1970년대 도쿄지검 특수부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를 감옥에 보내는 등 막강한 위세를 떨쳤다. 한때 국민 신뢰도 1위 기관이었다. 반면 지금은 곤 전 회장의 비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몸을 피한 레바논은 일본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 곤 전 회장을 강제로 일본에 데려올 길이 없는 셈이다. 일본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에 국제수배를 요청했지만 이 또한 강제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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