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노태우 前 대통령 장남 노재헌 영입 검토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6 17:55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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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핵심 관계자 “노재헌씨 영입 검토는 사실”…여권 내 신중론도 만만찮아 

더불어민주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변호사를 영입하는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오는 4·15 총선을 염두에 두고 노 변호사를 영입해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여권 고위 관계자가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전직 민주당 재선 의원이 중간에 다리를 놓아 노 변호사를 추천했고, 당에서 이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여권 입장에서는 노 변호사 영입을 통해 암울했던 과거 역사를 청산하고 민주화와 산업화 세대 간 화해를 모색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인재 영입의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연합뉴스

'역사와의 화해' 차원에서 광주 공천도 고려

노 변호사가 민주당 간판으로 총선에 출마할 경우 예상되는 지역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연고지인 TK(대구‧경북) 지역이 우선시될 거란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역사와의 화해 차원에서 광주에 전략 공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돈다. 노 변호사는 지난해 두 차례씩이나 광주를 찾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의 뜻을 표했다. 그는 지난해 말 광주 서구에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방명록에 “노재헌, 큰 뜻을 이어가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고는 같은 날 남구 오월어머니집에서 5·18 희생자 유가족과 면담하면서는 거듭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노 변호사는 당시 자리에서 “병석에 계신 아버님을 대신해 왔다.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노 변호사 영입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노 변호사 영입) 소문이 돌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노 변호사의 진정성이 어떻게 유권자에게 전달되느냐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반면, 노 전 대통령은 비록 아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 와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이 광주에 대한 전향적인 뜻이 담긴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노 변호사가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재 민주당 광주광역시 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갑석 의원은 “역사와의 화해는 나쁘지 않지만, 아직 5‧18 진상 규명이 명확하게 되지 않은 마당에 무리한 인재 영입(노 변호사 영입)은 되레 광주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총선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한 여권 고위 관계자도 “당 일각에서 그런 제안이 있긴 했는데, 아이디어일 뿐 추진된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중문화센터 원장을 맡고 있는 노 변호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비서관으로 활동했고 민자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대구 동구을 지구당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앞서 2016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때 정치인을 꿈꿨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아들이) 차분히 실력을 쌓은 후 언젠가는 못다 한 꿈(정치인)을 실현하리라는 기대도 해 본다”고 썼다. 

시사저널은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노 변호사와 한중문화센터 쪽을 수차례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정확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 “노태우 재평가하자” 학계 움직임에 민주당 발맞출까

“‘물태우’라고? 노태우 시대, 새로운 질서 형성한 전환기” 

최근 몇 년간 학계와 민주 진보진영 등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아직 생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는 여론조사에서 거의 최하위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떨어지는 전직 대통령이다. 그는 공(功)보다는 과(過)가 부각된 전직 대통령 중 한 명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을 획책하고, 3당 합당을 주도해 인위적으로 국민의 뜻을 왜곡한 존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상처는 아직 다 씻기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17년형을 선고받고 2년1개월을 복역한 뒤 특별사면됐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1988년 2월∼1993년 2월) 이룬 업적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학계에서 먼저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박철희·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학자 12명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재평가한 논문집 《노태우 시대의 재인식》(나남)이 대표적이다. 강 교수는 논문집에서 “20년 전 한·중 수교를 맺는 등 급변하는 국제정치적 전환기에 적극 대응한 노태우 대통령의 리더십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유약한 리더십’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노태우 시대는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했고, 대외적으로는 공산주의가 붕괴하는 등 탈냉전 국제질서로 재편되는 시기였다. 이때 한국은 옛 공산권을 비롯해 40여 개국과 수교했고,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다. 강 교수는 “1990년 3당 합당이 현 정당 구도의 출발점이 됐고, 현재 한국이 처한 대외 질서도 노태우 정부 때 정비됐다”며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환기였던 노태우 시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도 언론 기고를 통해 “노태우의 6·29 선언은 6월 항쟁의 민주화 열망을 수용하는 동시에 유혈사태 없는 군부권위주의 종식 및 민주적 개방과 함께, 보수 집권 연장의 길을 열었다. 6·29는 한국 민주화 과정을 안정시킨 초석의 하나였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인기가 없는 원인으로는 옛 권위주의 체제의 일원이었고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거론된다. 강 교수는 ‘물태우’로 표현된, 유약하고 소극적인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저평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약한 리더십은 당시의 시대적 요구와 맞아떨어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은 30년 후 미래 수요까지 감안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인물이기도 하다. 신도시를 통한 주택 200만호 공급,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도로 확장, 서울지하철 5~8호선, 서울내부순환도로 착공 등 지금도 쉽지 않은 일들을 추진해 ‘21세기 대한민국 공간을 설계한 설계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 국민 앞에 5·18 당시 진실을 모두 고백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면서도 “국민 통합으로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태우 시대의 공과를 모두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주축 중 한 인사도 “노태우 시대의 재평가는 적폐 청산에서 국민 통합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했다. <김종일 기자>

 

[알려드립니다] 「[단독] 민주당, 노태우 前 대통령 장남 노재헌 영입 검토」 관련

본지는 지난 설 합본호 정치면에 「[단독] 민주당, 노태우 前 대통령 장남 노재헌 영입 검토」라는 제목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노재헌 씨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노재헌씨 영입을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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