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후폭풍…총선 넘어 21대 국회로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0 14:00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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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 위한 검찰 인사권 독립 이뤄져야 개혁 완수

2020년 1월13일은 검찰로서는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이날,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획득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30일 통과된 공수처 설치법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검찰 개혁 입법이 완료된 셈이다. 이와 함께 같은 날,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는 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민생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에 검찰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형사사법 체계의 대변화가 일어난 만큼 후폭풍도 거세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직제개편을 놓고 법무부-검찰,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 내에서도 찬반의 목소리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대대적인 인사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검사들의 줄사표 등 ‘검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은 다가온 4·15 총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월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 전시된 TV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 연합뉴스
1월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 전시된 TV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 연합뉴스

▒ 검찰 인사권 독립

“수사권은 검찰에 있으나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합니다.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입니다.”(문재인 대통령,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십시오. 우리는 민주시민입니다.”(김웅 검사, 1월14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사직 글)

검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당위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 조국 사태를 겪고 80일간 공백으로 있던 법무부 장관에 오른 추미애 신임 장관은 1월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그 결과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검사들의 좌천이었다. 또다시 여론은 갈렸다. CBS-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정평가 47.0%, 긍정평가 43.5%로 나타났다. 다만 중도층의 여론은 부정평가 52.4%, 긍정평가 39.9%로 절반가량이 이번 검찰 인사는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다. 문 대통령도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권력은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사용하고, 정권 안보에 도움을 받아왔다. 검찰은 그 대가로 특권을 보장받았다”면서 “정치검찰로부터 벗어나는 게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역대 정권에서 일어났던 ‘정치검찰’의 양상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그동안의 검찰은 인사권 등을 가진 집권 세력에 동조해 야당 탄압 등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현재의 검찰은 오히려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세력이 인사권을 발동하는 것은 ‘수사 방해’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법무부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검찰의 특수수사가 수사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검찰의 경제권력과 정치권력 부패와 범죄에 대한 견제 기능이 사라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사권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한국헌법학회에 의뢰한 용역 보고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 보장 방안 연구’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독점적 인사지휘권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권 때문에 검사들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개선 방안으로는, 검찰총장 직속의 독립된 인사위원회를 꾸려 위원회에 1차적 권한(심사권·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신, 검사의 기소권을 통제하기 위해 주요 사건에 국민참여 제도인 검찰심사회나 소추심사위원회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월10일 현 참모진들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 시사저널 박정훈
윤석열 검찰총장이 1월10일 현 참모진들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 시사저널 박정훈

▒ 수사권·기소권 모두 가진 공수처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검찰 인사 독립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더불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과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은 1월14일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공포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총선은 물론 21대 국회에서도 공수처를 두고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감시·견제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 비리를 검찰이 수사·기소하면서 발생했던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근절될 수 있게 됐다. 공수처는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검찰 직무와 관련해 수사할 수 있고, 검사에 대한 기소권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권력분산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공수처법을 반대해 ‘빨간 점퍼 민주당’이라는 비판까지 받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금 의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우리(민주당) 검찰 개혁 방안 역시 특수부(현 반부폐부) 폐지같이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내려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데, 공수처는 왜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져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월3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 처음으로 출근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월3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 처음으로 출근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 이제는 경찰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경찰 내에선 “1월13일은 경찰 독립기념일”이라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경찰은 66년 만에 검찰과 상하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에서도 비대해진 경찰을 견제·감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12만여 명의 인력에 수사경찰만 2만 명을 넘어선다. 정보 수집에서는 다른 기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조직이 수사지휘를 받지 않은 채 1차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웅 검사는 “국민에게는 검찰 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경찰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선거에 개입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경찰은 치명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처럼 ‘경찰청장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정보경찰의 개혁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이 정보·행정·수사 등의 권한을 모두 갖게 되는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국가수사본부 신설과 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장이 국가경찰의 수사 업무를 총괄하도록 해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일선 경찰서장이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치경찰을 통해 민생치안을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12월26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12월26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끝날 줄 모르는 조국 논란…文 “이제 그만 놓아주자”

2019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조국 사태’가 2020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발맞춰 청와대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의 인권침해 조사 청원’과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3억원의 후원금을 통해 ‘조국 백서’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또다시 두 쪽으로 나뉘었다. 광화문에서는 여전히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와 수호를 외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다산인권센터·구속노동자후원회 등 15개 인권단체는 1월15일 “인권위는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며 “청와대가 인권위를 독립적 기구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조국 백서와 관련해 반대파도 즉각 입장을 발표했다. 시사평론가 김수민씨는 “찬성파의 백서 내용은 훤히 예측된다. 서초동 집회 참여자들의 눈물겨운 사연이 실릴 것이고,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 따위의 헛소리들은 다루지 않거나 대충 넘어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국 흑서’를 거론하며 반대파의 백서 출간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1월14일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장관의 임명으로 인해 국민들 간에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다. 지금까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조 전 장관을 놓아주고 유무죄는 재판에 맡기자. 그분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이제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도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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