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유승민·안철수의 ‘동상이몽’·‘각자도생’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0 10:00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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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통합 앞에 놓인 세 가지 난제 '탄핵‧無리더‧無경험'

“미워도 합치고, 싫어도 합쳐야 한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한국당에 팔아먹으려고 새보수당을 만든 것이 아니다.”(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정치공학적인 통합 논의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사분오열됐던 보수정당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반문(反文) 텐트’ 아래로 모여들고 있다. 이른바 ‘친박’과 ‘비박’, ‘태극기 세력’과 ‘개혁 세력’ 등으로 갈라진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서는 다음 총선에서 공멸할 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과연 보수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시사저널이 만난 전문가들은 ‘세 가지 난제’를 근거로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1. 보수 관통하는 ‘탄핵 알레르기’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이 오랜 속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한때 한 지붕 아래서 ‘친박’(친박근혜계)과 ‘비박’(비박근혜계)으로 나뉘어 계파 갈등을 빚던 정치인들이 이제는 각자 당을 꾸리고 ‘원조 보수’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각자 대립각을 세운 쪽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다른 보수당’이다.  

이러한 선명성 대결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총선이 없었다면, 당분간 계속됐을 수밖에 없다. 일단 자유한국당부터 상황이 좋지 못하다. 지금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제1 야당이지만 현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당내에 확산돼 있다. 황교안 대표가 나서 황급히 봉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그동안 저쪽(새로운보수당)이 집(정당)을 세우지 않고 남의 집(바른미래당)에 얹혀살았기 때문에 통합에 적극 나설 수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황 대표는 되레 지금 같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상처를 아물게 만들려면 치료부터 해야 한다. 보수 대통합에서 탄핵의 골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어떻게 봐야 할지를 놓고 보수진영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월4일 광화문집회에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오늘날 보수가 이토록 망가진 데는 박근혜 대통령 책임도 있다. 왜 탄핵을 당해 가지고 정권을 빼앗기게 만들었느냐”고 비판했다. 당시 광장에 모인 참석자 한편에선 김 교수의 이날 발언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당장 강경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는 우리공화당은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정치쟁점화한다는 계획이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하며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보수당이 대통합의 조건으로 ‘보수 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아가자 △새집을 짓자)을 내세운 것은 범보수진영에서 볼 때 불안한 요소다. 당장 우리공화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1월15일 당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한국당 대표가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할 수 있다고 했는데, 국민 눈에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하는 그 길이 정말 탄핵의 강을 건너고 극복하는 통합이 되겠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대로 우리공화당은 김무성·홍준표·유승민·김성태·권성동 의원을 ‘탄핵 5적’으로 지칭하며 “이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간에서 양측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해야 하는 한국당으로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보수세가 강한 TK(대구·경북) 지역을 생각하면 탄핵에 반대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새보수당과의 결합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개혁 보수진영을 품지 않으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수 통합의 주도권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편지 형식의 정국 보고를 해 오고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내년(2020년) 1월쯤 총선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논의는 뒤로 미루고 우선 통합해 노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내면 반문 텐트가 만들어지기는 쉽다. 하지만 반대로 메시지를 내지 않거나, 개혁 보수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나온다면 우리공화당은 통합 대열에서 이탈하고 독자 노선을 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보수 입장에선 친박 세력을 중심으로 모이는 게 가장 쉬운 통합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공화당과 한국당의 통합은 어렵지 않지만, 여기에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주장하는 유승민 의원이 낀다면 계산법이 복잡해진다”며 “새보수당 입장에서도 낡은 보수가 싫다며 한국당과 갈라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통합을 추진하다가는 당이 와해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2. 당 내부에서 이는 ‘집안 다툼’

공교롭게도 우리 헌정 사상 범보수진영이 총선을 앞두고 통합을 시도한 적은 없다. 1987년 개헌 이후 보수 세력은 늘 ‘단일대오’를 꾸려 선거에 임했다. 단일화는 늘 진보의 몫이었다. 그러나 탄핵의 여파로 선거지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항상 ‘하나의 보수’로 승부를 걸었던 보수진영으로선, 지금의 상황이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각 보수정당들은 총선 전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선 각자 생각이 다르다. 주요 보수정당 및 시민단체들이 1월9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추) 구성에 합의했지만, 2주가 넘도록 혁통추의 역할과 방향 등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혁통추가 발족한 지 사흘 만에 박형준 위원장과 새보수당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새보수당이 한국당에 혁통추와 별도의 양당 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는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이 “적절치 않다”며 저지하고 나선 게 발단이 됐다. 그러자 새보수당 대표로 혁통추에 참여한 지상욱 의원은 “박 위원장은 한국당 대변인이냐”며 사퇴를 요구했다. 지 의원은 유승민 의원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 의원이 유 의원의 의사를 대신 전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유 의원은 박 위원장을 ‘친황 인사’로 보며, 위원장 부임 사실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보수당의 경우 당 지도부 내의 미묘한 입장 간극이 언론을 통해 표면화되고 있다. 현재 새보수당은 하태경 책임대표를 비롯해 5인 공동대표제를 시행하는 등 의원들 간 수평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섯 명 모두가 통합에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내부에서 적잖은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하태경 새보수당 대표는 1월15일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있지만 획일적인 당이 아니기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의견이 다른 유 의원을 뺀 나머지 7인의 새보수당 의원이 개별적으로 한국당에 입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한국당 의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들의 최대 관심은 통합 이후 자신의 지역구 공천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 특히 1월16일 여론조사기관 조사 결과 새보수당이 예상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자 당내에선 ‘저자세로 통합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의 의뢰로 1월13~1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1%포인트 상승한 32.4%를 기록했다. 새보수당의 지지율은 5.3%로 조사됐다. 하태경 대표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년 중도층 지지층을 확보해 지지율이 10%대를 넘어 한국당은 문 닫을 수밖에 없다”고 공언했는데, 지금 결과로 볼 때 쉽지만은 않다. 지금의 낮은 지지세는 공천권 등 지분 다툼 과정에서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3. 통합을 이끌 보수 리더의 실종

‘원(one) 보수’를 이끌 리더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진보 정권에 실망한 중도 표심을 가져오려면 새로운 비전과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할 정치 지도자가 마땅치 않다. 현재 표면적으로 보수 통합을 이끌고 있는 이는 황교안 대표다. 그러나 극우를 넘나드는 황 대표의 행보가 되레 중도 표심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외투쟁, 단식농성 등 강경 노선을 걷던 황 대표가 갑자기 통합을 추진하면서 중도·온건 지지자들의 반감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TK에서 유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런 마당에 유 의원이 통합의 키를 쥐고 가기란 쉽지 않다. 야권 전체를 아우를 만한 마땅한 리더가 보이지 않다 보니, 각자도생 카드만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의원의 역할론에도 한계는 있다. 현재 안 전 의원은 명분 없는 단순한 세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오히려 최근 측근을 통해 현재의 보수 통합을 ‘혁신 없는 통합’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합이 성공하려면 극적인 모습을 연출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황교안과 유승민, 안철수 각자의 셈법과 정체성이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박상병 교수도 “통합이 성공하려면 보수 혁신을 선보여야 하는데, 현재는 오로지 통합 하나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라며 “이 상황에서의 통합은 총선용 ‘꼼수’로만 비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0년 1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가운데)과 김영삼 민주당 총재(왼쪽),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청와대에서 긴급 3자회동을 갖고 민정, 민주, 공화 3당을 주축으로 신당 창당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90년 1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가운데)과 김영삼 민주당 총재(왼쪽),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청와대에서 긴급 3자회동을 갖고 민정, 민주, 공화 3당을 주축으로 신당 창당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YS가 주도했던 ‘보수 대연합’의 명과 암 

한편, 우리나라 보수진영 내 최대의 정계개편은 ‘보수 대연합’에 따른 3당 합당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88년 4월 실시된 13대 총선 결과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총 299석 중 125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야당인 평화민주당은 70석, 통일민주당은 59석, 신민주공화당은 35석으로 4당 체제로 운영됐다. 여소야대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김영삼·김종필 총재를 설득해 1990년 2월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을 전격 성사시켰다. TK, PK(부산·경남), 충청이라는 지역 기반의  3개 정당이 합치면서 218석의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현재 위기에 처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이다.

민자당은 과연 성공한 모델일까. ‘통합’은 총선에선 빛이 바랬지만, 대선에선 빛을 발했다. 우선 총선이 다가오자, 계파 간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합당 2년 후인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민자당은 299석 중 149석을 얻으며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대선에서는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김대중 민주당 후보와 정주영 국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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