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불출마’, 경남은 ‘올드보이’…깊어지는 한국당 고민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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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김태호·이주영·김재경, 당 지도부 ‘험지 출마’ 요청에 경남 출마 고집

4·15 총선을 두고 경남과 부산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엇갈린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 불출마 선언이 잇따랐다면 경남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 지도급 인사들이 '고향 땅 경남'에서 총선 출마 채비를 시작했고, 험지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중진들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한국당 의원은 1월20일 "김무성 전 대표를 필두로 부산지역 현역 11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반성과 함께 인적쇄신에 동참한 것이다"고 했다. 이날 현재 김무성(6선), 김정훈(4선), 김세연(3선) 등 중진뿐만 아니라 김도읍(재선), 윤상직(초선) 등 초·재선 의원도 불출마 대열에 가세했다.

이에 비해 당 지도급 인사인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각자 고향인 창녕, 거창 등에서 출마한다고 밝혔다. 중진인 이주영(5선), 김재경(4선)도 자신의 지역구 출마를 고집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는 "당의 지도자급 인사들은 수도권 험지로 나와 달라"는 한국당 지도부의 '중진 험지 출마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지역에선 여상규(3선), 김성찬(재선) 등 두 의원만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사진 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사진 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홍 전 대표는 1월15일 "올해 총선에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지난해 10월부터 제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으며, 예상 출마 지역은 대구 동을과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등 2곳을 꼽았다"며 "최근 유승민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보수 세력과 통합이 추진되고 있어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 전 지사도 작년 12월17일 경남 거창·함양·산청·합천 지역구 출마를 위해 예비등록을 마친 후 "작년 경남지사 선거가 당을 위한 마지막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며 "그간 당이 원하는 대로 험지인 김해을에 출마했고, 지난해 경남지사 출마 요구도 수용하고 당에 적극적으로 헌신했다"고 말했다.

이주영(마산합포) 의원은 작년 12월 세계 최고 높이의 마산항 관광타워와 해상케이블카 건립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사실상 현역 연장 의지를 굳혔다. 김재경(진주을) 의원 역시 올해 들어 자신의 지역구에서 '찾아가는 의정보고대회'를 여덟 차례 여는 등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홍 전 대표 등의 경남 출마 여부가 이처럼 관심을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적쇄신 때문이다. 작년 12월 불출마 선언한 윤상직 의원은 인적쇄신에 대해 "우파적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인재들로 채우는 세대교체를 이뤄 달라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한국당의 변화"라고 했다. 새 인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당의 험지인 민주당 강세지역 탈환 의지도 깔려 있다. 황교안 당 대표는 지난 10일 경남도당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겨냥해 "어려운 총선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진출해서, 전체적으로 당이 승리하는데 이바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 대표 본인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했던 만큼, 이들도 험지에 출마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이들의 살신성인 자세가 국민을 감동시킨다"고 했다.

이주영 의원(사진 왼쪽)과 김재경 의원 ©연합뉴스
이주영 의원(사진 왼쪽)과 김재경 의원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가 "중진들이 험지 출마를 거부할 경우 공천에서 아예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홍 전 대표는 "원외 인사는 컷오프 대상이 아니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 전 대표는 표면적으로 "대선의 관건은 PK(부산·경남) 지역의 민심인데, 이들 지역에는 중심축이 되는 정치인이 없다"고 했다. 김 전 경남지사도 "고향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린다"고 속내를 비쳤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들이 PK 지역을 교두보 삼아 총선 이후 정치적 운신을 염두에 두고 있고, 이런 이유로 한국당 지도부가 끝내 홍 전 대표의 PK 출마를 막을 경우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또 이주영, 김재경 의원은 "중진도 역할이 있다. 지역구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며 험지 출마를 일체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신의 지역구가 적극적인 한국당 지지자가 많은 '한국당의 양지'인 만큼 '일단 버텨 보자'는 기류다. 보수대통합이 성공해 경선으로 후보를 결정할 경우 현역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한국당이 제대로 된 인적 쇄신을 하려면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경남지역부터 비워줘야 새 인물이 온다"는 요구가 거세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공천관리위가 PK 공천 방향을 '인적쇄신'에 둘 경우 물갈이 폭은 더욱 커진다"며 "결국 '제 발로 나가느냐, 떠밀려 나가느냐' 중에 선택해야 하는 셈인데, 자신만큼은 물갈이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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