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트렌스젠더 부사관’ 전역 결정…“정상적 군복무 힘들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2 16: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권위 심사연기 권고 무릅쓰고 최종 결정...군인권센터 강력 반발
1: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가운데)이 2019년 11월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계엄령 수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가운데)이 2019년 11월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계엄령 수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에 대해 육군이 전역을 최종 결정했다. 육군은 22일 오전 A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결론 내렸다.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한 후, 경기도 북부의 한 부대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 중인 A하사는 지난해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장기간 심리상담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해온 A 하사에게 육군은 성전환 수술을 할 경우 군 복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A하사에 대한 의무조사를 실시한 뒤 군 인사법 시행규칙의 심신장애등급표를 근거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의무조사는 신체상 변화가 있다고 판단될 때 여는 것으로 여기서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면 전공상 심의 및 전역심사를 받게 된다. 이후 육군은 A하사에 대한 전공상심의에서 본인이 스스로 장애를 유발한 점을 인정해 비전공상판정을 내렸다. 전역심사위는 이날 판정을 근거로 열렸다.

A하사에 대한 처우는 그동안 큰 관심을 받아왔다. A하사에게 성별 재지정 수술, 성별 정정 및 계속 복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상담 및 법률지원을 해온 군인권센터는 "현행 법령이 군에서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주체성장애'로 취급하고 있기는 하나, 이미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나 규정은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육군이 A하사를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하자 군인권센터는 해당 사항을 인권침해로 보고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관련 사안을 접수받은 국가인권위는 1월21일 상임위를 열고 A하사에 대한 긴급구제를 결정했다. 성별정정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A하사를 남성으로 규정해 심신장애로 전역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육군참모총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전역심사기일을 법원 판단 이후로 연기하도록 권고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18년 7월31일 오후 국회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김 원내대표는 임 소장의 성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며 군인권센터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시사저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18년 7월31일 오후 국회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김 원내대표는 임 소장의 성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며 군인권센터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시사저널

그러나 육군은 이날 예정대로 전역심사위를 열었고 결국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 관계자는 "인권위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 신청 등 개인적인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영생활 전반에 걸쳐 장병들의 인권 및 기본권이 보장되고 부당한 차별과 대우를 받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A하사의 계속 복무가 결정된다면 이러한 군인들을 포함, 향후 입대를 원하는 트랜스젠더들에게도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