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사스·메르스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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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3대 핵심 중 ‘감염통로’ 같지만 ‘치사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
‘감염력’은 사스보다 낮고 메르스보다 높다는 의견…전염성이 사스보다 강하단 상반된 주장도

2000년대 들어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끈질긴 생명력이 지구촌을 또 다시 공포에 빠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바이러스는 신종으로 변해 더 강한 독성력을 나타내며 인류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의학의 발전 속도도 신종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탓에 아직 백신 개발을 못하고 있다.

인류의 대응을 비웃듯 신종 바이러스는 10년 만에 한 번씩 새로운 이름으로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 소위 돌연변이 10년 주기설이 그것이다. 지난 2002년 중국 광둥성 남부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처음 발생하며 인류를 첫 공포에 떨게 한 후, 2012년에는 더욱 강력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다. 그리고 2020년 ‘우한 폐렴’이 새롭게 나타났는데, 이 모두가 같은 계열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폐렴은 사스 및 메르스와 매우 유사하다는 게 지금까지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한 국내외 연구진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실제 우한 폐렴 바이러스는 사스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70%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와는 50% 상동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미타니 와타루 일본 군마대 교수는 사스와 비교해 우한 폐렴의 경우 7~8할은 같은 유전 정보를 가진 영역이 있다고 밝혔다.

위의 10년 주기설이 맞다면, 인류는 10년 후에 또 다시 강력한 새로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월24일 많은 신종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순간적인 변이는 어렵지만, 야생동물을 감염시킨 뒤 살다가 꾸준히 변이가 축적되면서 종간 전파능력을 획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월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우한(武漢)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유입에 대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우한(武漢)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유입에 대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스보다 독성은 약하지만, 인간 세포 수용체와의 결합력은 강해

우한 폐렴은 사스·메르스와 발원지도 모두 동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쥐가 원인이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 센터장은 1월22일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와 매우 높은 유사성을 지닌다고 밝혔다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게 다시 사람에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메르스는 흔히 낙타가 원인인 것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이 역시도 발원지는 박쥐이다. 박쥐에서 낙타를 통해 사람에게 옮겨진 것이다. 이번 우한 폐렴 바이러스 역시 박쥐와 사람 사이를 매개하는 중간숙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중국의 연구진들은 밝히고 있다. 실제 가오푸 센터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팔린 뱀, 토끼, 오소리 등 각종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감염병의 3대 핵심은 감염력, 감염통로, 치사율 등이 꼽힌다. 사스와 메르스, 우한 폐렴은 감염통로가 유사하다. 모두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결핵과 같이 공기감염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염력과 치사율에서 차이가 난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우한 폐렴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사람간 전파력이 사스보다는 낮지만 메르스보다는 높다고 파악했다. WHO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되는 정도, 즉 재생산 지수를 1.4~2.5로 제시했다. 1명이 최소 1.4명에서 최대 2.5명까지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사스의 재생산 지수는 4이며, 메르스는 0.4~0.9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와 상반되는 주장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이 아직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실제 중국 연구진들은 이번 우한 폐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사스보다 독성이 약한 것은 맞지만, 인간 세포 수용체와 강한 결합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만큼 전염성이 더 강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최대 관심은 역시 치사율이다. 다행인 점은 세계 연구진들 모두 공통적으로 우한 폐렴이 사스와 메르스에 비해 치사율이 낮다고 말한다. 연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현지 우한 폐렴의 치사율은 2~3% 정도로 평가된다.

일본 도쿄의과대 하마다 아쓰오 교수는 “123일 기준, 우한 폐렴 감염자 583명 중 17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3% 수준이다. 이는 사스(9.6%)나 메르스(34.5%)에 비해서는 낮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톈허 국제공항에서 1월21일(현지시간) 한 검역관이 우한을 떠나는 여행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톈허 국제공항에서 1월21일(현지시간) 한 검역관이 우한을 떠나는 여행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스·메르스 학습효과’로 강력 대응…“쉬쉬 급급한 중국 폐쇄성 고질병 여전” 비판도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대응능력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사스의 경우 지난 2002~2003년 세계 30개국에서 발생했고, 8439명의 추정환자가 발생해 무려 812명이 사망했다. 중국이 가장 많았고, 대만·싱가포르 등 중화권에 집중됐다.

이렇듯 피해가 컸던 것은 중국의 안일한 대응 탓이 컸다. 1999~2009WHO 서태평양지역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며 사스 대책을 지휘한 오미 시게루 일본 지역의료기능추진기구 이사장은 사스가 확산할 때는 중국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컸는데, 그때의 교훈 탓인지 그나마 이번에는 중국 당국이 우한 출입을 통제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사스는 20021116일 중국 광둥성 포산(佛山) 지역에서 처음 발병했지만, 이것이 처음 중국 언론에 보도된 것은 무려 45일이 지난 20031월 말에 이르러서였다. 언론을 통제하는 중국 당국이 철저히 비밀로 붙인 탓이다. 심지어 중국 당국이 사스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도 발병 5개월 만인 2003410일에 이르러서였다. WHO가 처음에는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몰라 괴질이라고 부른 것도 중국의 폐쇄성 탓이 컸다. 이런 중국의 폐쇄성은 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도 역시 초기엔 쉬쉬하기에 급급한 중국의 폐쇄성 고질병이 다시 나타났다고 외신들은 비판하고 있다. 오미 이사장은 위기관리는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이 중요한데, 중국이 초기에는 이번 폐렴의 확산에 대해서 다소 안일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아쉬움울 표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뒤늦게 21일 우한 폐렴을 사스와 메르스에 해당하는 을류전염병으로 지정하고, 대응책은 흑사병이나 콜레라와 같은 갑류전염병 수준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저우즈쥔 중국 베이징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갑류 수준의 대응은 중국 본토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긴 하지만,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흑사병이나 콜레라의 위험성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밝혔다.

사스나 메르스 때와 다른 점은 국내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두 차례의 경험을 통한 대응 능력에서의 차이가 그것이다. 사스 때는 정확한 원인이 뭔지도 모른 채 방역망이 뚫렸고, 당시 한국에서는 17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이 모두 완치됐는데, 이게 오히려 10년 뒤 메르스 사태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메르스 사태 때 한국은 초기 대응의 실패로 큰 피해를 낳았다. 전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무려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38명이나 사망한 바 있다.

메르스의 공포는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이 구축됐고, 이를 통해 우한을 방문한 사람이 국내 어느 병원을 가든지 팜업 창에 우한 방문 환자라는 사실이 뜬다. 진료 단계에서부터 체크되는 것이다. 공항 방역 역시 초기부터 체크하는 등 보다 철저해졌다. 메르스의 교훈을 통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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