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글로벌 해양특성화대학 만들겠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홍주 기자 (sisa516@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2 14: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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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덕희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해양 융·복합 리더 양성…R&D 강화로 해양산업 선도”

“해양수도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한국해양대학교가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해양클러스터 문화교류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부산시 등 지자체 특화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겠습니다. 아울러 해양글로벌스쿨, 오션아카데미 산학협력 강화, 해양 특화 융·복합 과정 신설 등을 통해 해양 분야 글로벌화 및 네트워크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난 1년 가까운 총장의 공백을 끝내고 지난해 말 한국해양대 제8대 총장에 취임한 도덕희 총장(59)의 말이다. 한국해양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 특성화 종합대학이다. 4개의 단과대학과 33개의 학부(과), 5개의 대학원을 갖춘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대학으로 74년간 바다를 연구하며 해양 인재 양성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해양과학기술 발전과 이를 담당할 선도적이고 유연한 역동성을 가진 인재 양성에 충실하겠다고 도 총장은 강조했다. 바다의 유엔이라 불리는 IMO(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 해양수산부 장관, 그 외에도 여러 명의 해양수산 분야 공공기관장 및 CEO를 배출한 한국해양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사 분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 

도덕희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한국해양대
도덕희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한국해양대

한국해양대학의 미래라고 하는 ‘글로벌 해양특성화대학’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해양은 끊임없이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불확실성에 흔들림 없이 대처하려면 더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복합리더를 양성해야 하며, 세계 수준의 해양 분야 연구 역량을 확보해 연구를 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해양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교육 역량 확산을 통한 교육영토 확장을 꾀해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고, 산학협력 체계를 강화해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통해 지역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는 것이다. 경영 체계 강화를 위해 행정조직과 재정 운용의 혁신을 꾀하고, 교육 인프라 혁신을 통한 4차 산업에 맞는 글로벌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해양대는 해양복합 리더를 꾸준히 양성하고 있다.

“해양으로 특화된 각종 첨단 시설과 장비들은 해양 분야 전문인 양성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고급 해기사 양성을 위한 실습선 ‘한바다호’와 ‘한나라호’를 비롯해 선박 관련 시뮬레이션 교육이 가능한 ‘마린시뮬레이션센터’ ‘케미컬탱커훈련센터’, 초대형 구조물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는 ‘VR룸’, ‘산학연ETRS센터’ 등 각종 신기술과 선진 교수 기법을 전수하며 해양교육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R&D를 강화해 지역사회 및 해양산업을 선도하는 기술 중심 사관학교를 지향하고 있는데.

“한국해양대학교의 교육 목표인 학생들을 멀티플레이어로 양성할 수 있게 교육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우수한 산업체들과 플랫폼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이들에 맞는 현장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기관과 항해에 머물러 있는 인재를 언어 역량과 기술 역량을 더욱더 향상시켜 종합적인 선박 관리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1년 수출액이 600조원인데 순이익을 10%로 보면 60조원이다. 우리나라 선원들이 전 세계 선박의 10%를 관리하게 되면 1년에 200조원이 우리의 순이익이 될 수 있다. 이게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의 목표다.

해군사관학교가 종합적인 군사 양성 학교라면, 해양대학은 기술 중심의 사관학교다. 기술 사관학교는 R&D를 통해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미래에 군사 및 4차 산업을 이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본이 무인선박 시험에 성공했다. 중국은 바이두라는 무인선박을 테스트했고, 유럽은 2013년 노르웨이 버클랜드에 이미 무인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형 특성상 협곡으로 화물을 트럭으로 운반하는데, 트럭 1만2000대분의 물량을 무인선박 한 대로 운반할 수 있다. 이게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빨리 준비해야 한다. 기술 사관학교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국비 지원 강화와 민간 산·학·연 네트워크 강화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조금 전 언급이 있었지만, 향후 한국해양대의 군사대학 역할에 대한 과제는 뭐라고 보는가.

“군사대학을 두 가지 측면에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첫째, 연구개발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중동에서 일어난 드론 공격에서 보듯이 엄청난 군사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양 분야의 군사기술 특성상 해양대학의 주도하에 군사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통일이 된다고 가정하면 대한민국은 해군의 군사력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현재 남북한 인구가 8000만 명인데, 40년 뒤에는 6000만~70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다. 인구가 8000만 명 이상일 때는 자체 소비와 경제 자립이 이뤄질 수 있지만, 그 이하로 감소해서는 어려워진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바다가 더욱더 중요해진다. 바다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해양대학교가 기술 사관학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해양대가 군사대학으로서 기술 사관학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정부가 국비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의 재정 운용 혁신을 들었는데, 어떻게 해결하나.

“재정 문제는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고가의 장비를 단번에 지원하거나 해결할 수도 없다. 향후 연구개발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구조를 만들어 산학협력 시스템을 도입하고, 우리 대학이 할 수 있는 연구개발 과제 중에 기업들이 플랫폼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연구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여 나갈 것이다.”

총장 취임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역설적으로 총장에 취임한 후 잠을 더 많이 잘 수 있었다. 전에는 밤을 새워 연구하고 고민하는 불규칙적인 생활의 연속이었다. 총장이 되고 난 후, 한국해양대학교의 대표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가야 하니 시간을 맞추기 위해 퇴근하면 바로 자는 습관이 생겼다(웃음).”

부산 영도 동삼혁신지구에 위치한 한국해양대학교 캠퍼스 전경. ©한국해양대학교
부산 영도 동삼혁신지구에 위치한 한국해양대학교 캠퍼스 전경. ©한국해양대학교

앞으로 한국해양대학교의 목표와 개인적인 바람을 말해 달라.

“한국해양대학교의 단기적인 목표는 역량강화대학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총장·교수·교직원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앞으로 성과 보상 제도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위한 맵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 구성원들의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하겠다. 장기적인 목표는 한국해양대학을 해양과학기술개발 대학과 연구중심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512조2500억원이다. 이 중 해양경찰이 사용하는 예산이 1조5000억원, 해수부 예산이 5조6000억원이다. 해양국가로서는 적은 예산이다. 앞으로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장기적으로 해양과학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해양기술 개발에서 주도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한국해양대학이 해야 한다. 해양대학의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위해 기술개발 연구 기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특히 해양개발특구인 미음산단에 해양대학교 제2캠퍼스를 개발해 연구개발특구와 해양대학교 간 연구개발 교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는 굉장한 의미를 갖는다. 향후 역량강화대학에서 탈피함과 동시에 한국해양대학교가 연구중심의 대학, 기술개발중심의 대학으로 거듭나 동북아 최고의 해양중심 대학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내 무덤에 꽃송이를 갖다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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