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창업하지만 카페 폐업률 14%, 치킨집보다 높아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1 14: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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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순익 1050만원…경쟁 심해 10곳 중 1곳은 ‘적자’

대한민국 자영업의 무덤은 치킨집이 아니다. 카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카페의 연간 폐업률(그해 폐업한 매장 수/전년도 총 매장 수×100)은 2018년 기준 14.1%로 치킨집(10.0%)보다 높다. 2013년 11.0%에서 더 높아졌다. 2018년 폐업한 카페의 절반 이상(52.6%)이 영업 기간 3년 미만인 신생업체들이었다.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카페 경영을 쉽게 보고 진입했다가 금세 어려움에 빠져 서둘러 철수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3000개를 넘지 않았던 전국 커피전문점은 2018년 말 6만6000개, 작년 7월 기준 7만1000개로 늘어났다. 2018년 8695곳이 폐업했지만 1.5배가 넘는 1만3547곳이 창업했다. 이렇게 폐업보다 창업이 많은 상황이 10년째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카페는 점점 더 늘고 있다.

서울 성동구 블루보틀커피 성수점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성동구 블루보틀커피 성수점 ⓒ 시사저널 최준필

커피전문점 사장님이 되면 얼마나 벌까.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1억3790만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평균 105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해 직장인 평균 연봉인 3475만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카페 폐업률이 계속해서 느는 이유다. 업체당 영업이익도 2016년 1180만원에서 2017년 1050만원으로 11% 줄었다. 창업이 늘어 경쟁은 더 치열해졌는데 인건비·임대료 등 비용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익은커녕 적자를 보는 카페도 2017년 기준 10곳 중 1곳꼴(11%)이나 됐다. 적자 난 곳을 뺀 카페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9.3%로 음식점 평균 영업이익률(17.5%)보다는 높았다. 특히 임대료 부담 없이 본인 소유 매장의 카페 영업이익률은 평균 26%로 높은 편이었다. 즉 생존에 성공한 카페는 일반 식당보다 이익률이 높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가 평균치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카페들의 이익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국 시·군·구 지자체 중 커피집이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서울 강남구(1739개)였다. 2위는 경남 창원시(1420개)가 차지했다. 창원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광역시 규모 시(市)이기도 하지만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창업을 많이 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폐업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커피 수요는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월평균 커피 관련 소비지출액이 4년 새 3배 급증할 정도로 커피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카페 창업에 성공하려면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할까. 김태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커피전문점은 브랜드나 메뉴의 다양성보다 커피의 맛이나 접근성, 가격 등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아 소형 매장과 비(非)프랜차이즈 매장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업종”이라면서도 “신규 매장의 진입장벽이 낮고 동일 상권 내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매장과 그렇지 않은 매장의 차이가 커 상권과 입지, 수요의 특성 등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커피의 맛과 매장 접근성, 가격이 핵심 경쟁력으로 동일 상권이라도 매장별 매출 등에 차이가 크다”며 “창업 시 상권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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