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는 갔습니다 바른미래 떠난 안철수가 걸을 길 2가지
  • 최인철 PD (iniron@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9 1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끝짱] 바른미래 탈당한 안철수 이후 행보는

[시사끝짱]


■ 진행: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 PD, 최인철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녹화 : 1월28일(화)

 

소종섭: 설이 지나고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27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40분 정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 자리를 달라고 했더니 손 대표가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후 1월29일 안 전 대표, 바른미래당 탈당) 안 전 대표의 행보 어떻게 봐야 됩니까? 

이준석: 안철수 대표가 정치할 때 기교를 부리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요구는 요구대로 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다음 행보로 넘어가는 스타일이에요.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갈등이 있었을 때도 혁신전당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안 받아들여지니까 탈당해서 국민의당을 만들었죠. 그런 것처럼 협상에서 세밀하게 조건을 내거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 얼굴이 돼서 총선 치러볼 건데 받을래 말래? 이 정도의 상황이었던 거라고 봐요. 안 전 대표 측근들 상당수는 안 받을 거란 걸 의식하고 떠들고 다녔을 겁니다. 

소종섭: 사전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얘기를 했다고 봐야 되겠죠?

 

“안철수 탈당 이후 신당 창당? 동력 예전만 못 해”

이준석: (안 전 대표가) 안 받아들여질 거라고 보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안 전 대표가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그 측근들이 같은 선택을 해줄 것인지는 들여다봐야 합니다. 사석에서 만나면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이나 독자 3당 형성을 시도한다고 했을 때, ‘같이 해야 하나’ 고민하시는 분이 있어요. 안철수랑 결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참하기에 힘이 안 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 동력이 상당히 약할 것이라고 봐요.

소종섭: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 유력하지 않습니까?

이준석: 신당을 만들려면 당원 5000명을 모아야 하고 시도당 창당대회를 계속해야 해요. 새로운보수당도 창단할 때 한 달 꼬박 걸렸거든요? 안 전 대표가 지금부터 시작해서 2월 말에 창당해 선거에 뛰어든다면, 국민의당이 2월14일에 창당했거든요? 그것보다 한 달 정도 느린 것이기 때문에 위험한 상태인 거죠. 당이 총선을 준비하려면 물리적으로 공천을 할 시간이나 당을 국민께 알릴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만 안 전 대표가 과거에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형태로 민주당이랑 합당했을 때, 당을 만드는 게 아니고 창당 준비 상태로 있다가 합당을 했거든요. 이번에도 창당 준비 단계까지는 빠르게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종섭: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 입문 이후에 세를 불려나가기 보다는 오히려 세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바른미래당과 별도로 당을 창당한다면 그 동력이 과거만 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남는데요.

이준석: 손학규 대표가 비례대표를 안 풀어주면 같이 갈 현역의원이 없죠. 권은희 의원 등 호남계가 같이해줄까 하는 것 자체도 의문이지만, 호남계랑 같이할 것 같으면 뭐 하러 창당을 합니까.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민주당이 공천을 하면서 컷오프 되는 분들이 나올 텐데, 그런 분들이 과거 국민의당에서처럼 안 전 대표와 같이할 수도 있죠.

소종섭: 안 전 대표의 이런 행보를 이준석 위원장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이준석: 안철수 대표가 귀국하기 전에 판세 분석은 나름 객관적으로 했을 겁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였다는 것이죠. 그런데 내가 복귀했을 때 사람들이 날 따라줄 분위기인가 하는 것은 잦은 소통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건데, 그 부분은 아무래도 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시사끝짱
ⓒ시사끝짱

安, 보수통합 대열 합류할 가능성은?

소종섭: 확실히 안철수의 정치적 파괴력이 과거만 못하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 물결에 몸을 실을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준석: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독자 신당으로 가겠다. 그러면 아마 사람들이 많이 안 따를 겁니다. 둘째는 새로운보수당과의 합당을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근데 이건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갖고 있던 불신의 골짜기를 극복해야 되는 지점이 있어요. 그렇다고 한국당과 합당하기는 어렵죠. 새로운보수당과는 잘하면 합당까지 연결되는 강한 연대를 그리고 한국당과는 느슨한 연대 정도를 하자고 하는 것이.

소종섭: 새로운보수당 입장에서는 한국당과 합당 또는 연대의 가능성을 열고 가고, 안철수 후보 세력과도 그런 가능성을 열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건가요? 

이준석: 안철수 대표 세력과 새로운보수당은 대동소이합니다. 이념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애초에 방향성이나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같은 부분이 있어요. 안 전 대표 측이랑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춰졌던 많은 지점들이 사실 손학규 대표와의 갈등 관계 속에서 저희를 갈라놓기 위해 계속 터뜨렸던 것들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충분히 같이 모색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도 지도자의 결단력에 달린 문제겠죠. 

소종섭: 결국 안철수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의 결단에 따라서 새로운보수당과 안철수 세력이 같이 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준석: 안 전 대표가 과거에 비해 인기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결국 중도에 대한 상징성이 있는 분이죠. 안 전 대표가 보수진영의 통합에 참여한다면 ‘보수대통합’이 아니라 ‘중도‧보수의 통합’이란 단어를 쓸 수 있게 됩니다. 표의 확장성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봅니다. 솔직히 개인적인 앙금 유무를 따지자면 안 전 대표랑 가장 불편할 수 있는 사람이 저겠죠. 그런데 제가 그런 말 별로 안 하는 이유가, 결국 선거 전략상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시사끝짱
ⓒ시사끝짱

안철수 떠난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소종섭: 안 전 대표와 결별하게 된다면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걸로 보이십니까? 

이준석: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고 애플도 그렇고요. 창업자들이 쫓겨나는 과정이 있어요. 이게 창업자들이 초기 성과를 이뤄내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그게 자기 성과인 줄 알고 버티다가 회사가 망하는 길을 걷는 경우도 있고 나중에 또 창업자가 돌아와서 되살려놓는 경우도 있죠. 안철수 대표는 아마 IT 쪽 창업도 하고 이랬으니까 창업자로서 애플을 떠났다가 다시 애플을 살려놓은 스티브 잡스 스토리를 생각하고 이번에 손학규 대표에게 그런 제안을 던진 게 아닐까 합니다. 근데 손학규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빌 게이츠가 떠난 뒤에 장기적인 나락으로 이끌었던 스티브 발머라는 사람에 가깝거든요. 스티브 발머가 물러난 뒤에는 지금 사티아 나델라라는 인도인 엔지니어 출신의 뛰어난 CEO가 이끌어서 다시 과거의 영광을 찾았어요. 그러니까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는 이리 가든 저리 가든 무너진다고 보고, 그다음 어떻게 할지에 따라 달렸겠죠. 

소종섭: 안철수 대표는 과거에 백신연구소나 안랩 등 여러 회사를 창업했던 경험이 있죠. 그런데 만약 안 전 대표가 정치를 창업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면 그것도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나를 따르는 추종자들만 가지고 정당을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안 전 대표가 또 창당하는 길을 걷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시사끝짱
ⓒ시사끝짱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