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시장에도 신종 바이러스 불똥 튈까
  •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gil@sisajournal-e.com)
  • 승인 2020.02.03 12: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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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중개업소 발길 ‘뚝’…주요 건설사 실적 영향 미칠까 ‘전전긍긍’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파장이 한국 재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배터리 보조금 완화 정책을 틈타 현지 공략을 가속화하던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증시도 큰 피해를 입었다. 한때 코스피지수가 3% 넘게 폭락했을 정도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우한 폐렴 사태 이후 매수자·매도자 모두 자취를 감췄다. 거래는 끊겼고, 호가도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가 줄어든 것은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방을 보여줘야 하는 집주인들도 매수자의 방문을 꺼리고 있다”며 “가격은 여전히 강보합세 수준이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호가는 5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월29일 서울 서초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1월29일 서울 서초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분양시장에도 찬물 끼얹나

현재 우한 폐렴 확진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7812명(사망자 170명·1월30일 기준)을 넘어섰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당시 중국 본토의 확진자 수를 뛰어넘는 규모다. 국내에서는 1월19일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우한 폐렴 감염자는 6명(1월30일 기준)까지 늘어났다. 특히 우한 폐렴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고, 감염 속도는 사스보다 더 빠르다. 잠복기에도 전염이 되는 만큼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우한 폐렴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주택시장은 ‘12·16 부동산대책’ 이후 관망세로 접어든 상황이다. KB리브온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67%로 지난달 1.07%보다 급격히 하락했다. 특히 서울 시내 주요 자치구 주택 가격 상승세는 12·16 대책 이후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설 연휴 직전(한국감정원·1월20일 기준) 서울 강남3구 아파트 값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앞으로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내수 경기 침체와 심리적 위축 등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염병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외부활동이 줄어 가계소비가 크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2015년 2분기에는 평균 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장을 앞두고 있는 분양시장에 우한 폐렴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염 환자 수가 늘어나는 등 사태가 확산돼 사람들이 견본주택 방문을 꺼리게 될 경우 청약 성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호흡기나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우한 폐렴은 사스나 메르스 대비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기 사업장의 경우 하루 1만 명을 웃도는 내방객이 몰리는 만큼 예비청약자와 사업자 모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한 폐렴 확산에 대비해 견본주택에 손 소독기, 마스크 등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분양 일정을 늦추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국토부에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다만 인기 사업장의 경우 우한 폐렴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가 절정일 때 분양됐던 위례신도시 ‘우남역 푸르지오’는 분양 당시 1순위 청약 430가구 모집에 6만9373명이 몰려 평균 161.3대1의 경쟁률을 나타낸 바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위례처럼 관심이 높고 잘 알려진 사업장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실수요자와의 접촉이 중요한 일부 사업장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우려하는 만큼 부동산시장에 타격이 없을 것이란 주장도 존재한다. 메르스 사태가 정점이던 2015년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115건으로 6월 거래량으로는 처음 1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6만591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팔랐다. KB리브온에 따르면 2015년 6월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은 0.59% 상승해 전달 상승폭(0.44%)보다 크게 뛰었다. 이 기간 아파트 값은 전국이 0.52%, 수도권이 0.56% 상승해 전달보다 더 올랐다.

만약 이번에 아파트 값이 조정을 받게 된다면 우한 폐렴보다는 12·16 대책의 여파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한 폐렴이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현재 내수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부동산시장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中 1분기 성장률 5%대 하락 가능성

우한 폐렴으로 인해 안팎의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르스와 사스 사태 때처럼 우한 폐렴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선 우한 폐렴으로 중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4% 달성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금리 인하설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한은은 과거 대규모 전염병이 돌 때마다 금리 인하로 극약처방에 나서 왔다. 메르스 사태 때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3주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한은이 이번에도 신속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로 인해 안정된 부동산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저금리 기조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금리가 낮은 데다 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폭등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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