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전성시대, 차세대 왕좌 노려라
  •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holywater@sisajournal-e.com)
  • 승인 2020.02.05 08: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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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5개사, 라인업 완성…지각변동 속 점유율 경쟁 가열

연초부터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 중이다. 그동안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쌍용차의 티볼리가 선도해 왔다. 2013년 9000여 대 수준이던 시장은 2015년 티볼리 출시와 함께 8만2000여 대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후 현대차 코나, 기아차 셀토스 등이 가세하며 시장도 자연스레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소형 SUV 내수 판매는 22만5174대로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올해는 성장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잇달아 소형 SUV 신차를 출시하며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차량들은 소형 SUV와 준중형 SUV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양쪽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티볼리는 지고, 셀토스·코나는 점유율 확대

1월16일 국내 첫 공개 후 판매를 시작한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가 우선 주목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최대 전장 4425㎜, 최대 전고 1660㎜, 전폭 1810㎜, 휠베이스 2640㎜로 셀토스·티볼리·코나보다 크며 현대차 투싼보다는 작다. 가격은 1995만~2620만원대로 셀토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개발 단계부터 소형 SUV와 준중형 SUV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시저 톨레도 한국GM 부사장은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에서는 찾기 힘든 넒은 공간과 준중형 SUV급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엔진·연비 등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한국GM은 내수판매 회복을 위해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이 간절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GM의 내수 판매는 7만6471대로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등 신차를 출시했으나 틈새시장을 노린 수입제품이었던 탓에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기존 트랙스를 생산하던 부평 1공장에서 생산하는 만큼 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트레일블레이저는 해외 판매도 기대되는 모델이다. 이 차는 개발 단계부터 한국 연구소가 담당했다. 국내시장은 물론, 수출 물량도 생산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GM은 트랙스가 수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나, 지난해 현대차 코나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올해는 트레일블레이저를 통해 선두 자리를 되찾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다.

한국GM이 트레일블레이저로 소형 SUV와 준중형 SUV 층을 겨냥했다면, 르노삼성은 세단 고객까지 확보하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르노삼성이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XM3의 경우 차체 크기는 소형 SUV와 준중형 SUV 사이에 있으면서도, 세단과 SUV를 합친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차량 정보나 가격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르노 러시아 ‘아르카나’를 토대로 출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셀토스보다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카나는 전장 4545㎜, 전폭 1820㎜, 전고 1565㎜, 휠베이스 2721㎜로 셀토스보다 길고 넓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XM3는 아르카나와 외관 디자인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서도 “러시아 전략 모델인 아르카나와 엔진·인테리어 등 성능과 외부적인 부분에서 큰 변화가 있다”고 전했다.

즉, 아르카나보다는 성능과 각종 편의사양을 높여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XM3는 르노삼성의 내수는 물론, 수출 판매의 차세대 핵심 모델이다. 내수에서는 QM6와 투트랙 전략, 수출에서는 로그의 대체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8만6859대를 판매하며 간신히 4위 자리를 지켰다. 이 중 QM6 판매가 4만7640대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다시 말해 QM6 인기가 시들해질 경우 내수 점유율이 급감할 수 있다.

수출판매의 경우 지난해 로그 물량은 6만9880대로 전체 수출의 77%를 차지했다. 로그 위탁생산은 지난해로 종료됐으며, 올해 XM3 유럽 수출 물량 배정 여부에 따라 회사 생존이 달려 있다. 르노삼성은 XM3에 이어 올해 상반기 QM3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인 캡처도 국내 출시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쌍용차의 티볼리는 올해 판매 난항이 예상된다. 티볼리는 2015년 출시 이후 국내 소형 SUV에서 선두를 달려왔으나 현대차 코나, 기아차 셀토스가 출시되며 점유율을 잠식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셀토스(3만2001대)가 출시 6개월 만에 티볼리(3만5428대)를 바짝 뒤쫓은 데 이어, 올해는 판매량 역전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티볼리가 출시 4년 만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한 점 등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다모델 체제로 시장 재편 가능성

여기에 올해 트레일블레이저가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출시됐고, XM3도 비슷한 가격대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쌍용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6일 신형 코나 일렉트릭을 출시하는 등 올해 코나와 베뉴 판매를 늘려 나가며 시장 점유율을 높일 방침이다. 코나는 지난해 내수에서 4만2649대를 판매했으며 수출은 26만5981대로 1위를 차지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셀토스 마케팅을 강화하며, 소형 SUV 판매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소형 SUV는 사회 초년생이나 결혼 후 자녀와 함께 타기에 적합한 차로 각광받고 있다. 대형 SUV는 가격과 크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세단은 아이와 함께 타기 불편해 중소형 SUV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세단보다 수익이 많은 SUV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 선택지가 세단에서 SUV 쪽으로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박재용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는 “경차와 중소형 세단 수요를 소형 SUV가 흡수하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처음부터 큰 차를 사기보다는 소형 SUV를 구매하고 추후에 큰 차로 바꾸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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