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권력의 파수꾼인가 파트너인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6 16: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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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권력 감시” “변화·자정 노력 안 해”…전·현직 인사들이 말하는 오해와 진실

“명실상부한 나라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국가권력이 발동되는 과정을 엄정히 감시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1994년 9월10일 ‘국민 스스로의 참여와 감시’를 선언하며 첫발을 뗀 참여연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정체성 논란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개 시민단체 이상으로 그 위상이 훨씬 높아지면서 참여연대는 권력의 파수꾼이 아닌, 이제 그 자체가 하나의 ‘권력’이 됐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다. 권력의 선봉장인 정부의 ‘파트너’라는, 시민단체로선 치명적인 평가도 참여연대를 아프게 찌른다.

따가운 외부의 시선에 더해, 최근 조직의 내홍도 드러나면서 참여연대의 위기론엔 더욱 힘이 실렸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김경율 전 공동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양홍석 전 공익법센터 소장, 조혜경 전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등 수년간 참여연대에서 일한 구성원들이 조직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직을 내려놓았다. 20여 년간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김 전 위원장은 참여연대를 포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지식인들을 “위선자들”이라 칭하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조 전 위원 역시 “조국 사태로 참여연대가 25년 역사에 오점을 남겼으며 관변 시민단체로 전락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이종현

“反정부 의견 묵살” vs “감시 본분 지켜”

참여연대는 정말 현 정부 들어 권력 감시 역할에 소홀했을까. 구성원의 연이은 이탈은 ‘위기의 징조’일까, 아니면 ‘당연한 논쟁의 결과’일까. 시사저널은 최근 참여연대를 떠난 이들을 포함한 전·현직 인사들에게 오늘날 참여연대를 둘러싼 여러 지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취재 과정에서 15명의 출신 인사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현직에 있어서” “몸담았던 조직에 대해 평가하기 불편해서” 등의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그만큼 그들에게도 지금의 참여연대 정체성 논란은 매우 예민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듯했다. 답변에 응한 이들의 시각 또한 크게 엇갈렸다. 참여연대의 감시자 역할에 대해 “더 이상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과, “강조점이 달랐을 뿐 본분을 잃진 않았다”는 의견이 부딪쳤다.

김경율 전 공동집행위원장 “정권 초부터 정부의 인력 공급원 역할만 충실히 하다 보니 그 원죄로 이후에도 시민단체로서의 견제와 감시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기껏해야 사드나 해군기지 반대 등 국방·안보 이슈에서 이견을 냈지, 조국 사태를 비롯해 김상조-유선주 공정위 사건 등 내부의 반(反)정권 목소리는 거의 묵살됐다. 또한 예전에는 시민단체 출신으로 정부 자리에 가면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스스로도 뻘쭘해했는데 그런 게 없어진 지 오래다.”

박원석 전 협동사무처장(전 정의당 의원) “권력 감시 기능이 줄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조국 정국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참여연대의 비판이 약했다고 판단해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 조국이란 인물의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라, 참여연대가 검찰 개혁이라는 의제를 수년간 강하게 주장해 온 입장에서 개혁을 무력화시키려는 검찰의 먼지털이식 행태를 더욱 용인하기 어려웠을 거다. 강조점을 여기에 두다 보니 권력 감시 본분을 잊었다는 오해를 받은 측면이 있다고 본다.”

정권 초 참여연대 출신들이 정부 요직으로 대거 진출한 것은 줄곧 참여연대에 양날의 검이 됐다. 실제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부 산하기관 및 부처 내 별도 기구까지 가 있는 출신 인사들은 60여 명에 이른다. 이는 참여연대의 위상을 높인 반면, ‘관변단체화’됐다는 일부 비판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한편 참여연대 출신들의 진출에 대한 지적에 전·현직 인사들은 대부분 반론을 제기했다. 출신으로 묶이는 이들이 지나치게 방대하며, 현재 참여연대 가치관과 크게 다른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양홍석 전 공익법센터 소장 “참여연대 출신으로 묶으면서 한참 전에 잠시 활동했던 분들까지 포함해 버린다. 그렇게 따지면 지난 26년간 참여연대 거친 전문가들이 최소 1000명은 될 것이며, 강용석 변호사도 참여연대 출신으로 분류될 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참여연대 출신들이 내각에 꽤 많았다.”

박원석 “참여연대를 거친 이들이 전부 참여연대 정체성, 참여연대 타이틀만 갖고 있는 건 아니잖나. 대학에선 교수이고, 또 변호사이고 여러 단체의 활동가다. 이런 진보개혁적 인사들이 이 정부의 인력 수요와 많이 겹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많은 경력 중 참여연대가 한 줄 있다고 해서 참여연대 출신으로 묶어 보는 건 비약이다.”

이지현 정책기획국장 “정말 오래전에 활동해 제대로 볼 수도 없던 분들까지 출신으로 묶인다. 또한 참여연대가 그들을 배출해 냈거나 혹은 정부 요직으로 진출시킨 게 아닌데도 마치 그리 보도돼 유감스럽다. 이들이 대거 정부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그간 문재인 정부가 참여연대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 왔다고 보지도 않는다”.

대표적인 현 정부 참여연대 출신 인사로 꼽혀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장하성 주중 대사 ⓒ 연합뉴스
대표적인 현 정부 참여연대 출신 인사로 꼽혀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장하성 주중 대사 ⓒ 연합뉴스

“시대 흐름 맞는 근본적 변화 피할 수 없어”

답변자들은 참여연대가 오늘날 이 같은 비판을 돌파하기 위해선 조직 구조와 운영 방향 등에서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념적 동질성이 상대적으로 큰 진보정권 아래선 계속해서 정체성의 딜레마에 빠질 거란 얘기다. 실제 최근 구성원 이탈과 조국 옹호 논란 등을 겪으며 참여연대는 회원들의 후원 중단과 탈퇴 러시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조국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4개월여 동안 참여연대 회원 게시판에는 80건이 넘는 탈퇴 요청 글이 게재됐다. 참여연대 전·현직 인사들은 지금과 정치 환경이 크게 다른 26년 전 김영삼 정부 당시 꾸려진 조직이니만큼 “참여연대가 속히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조혜경 전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참여연대는 거의 전 분야의 사안을 다루는 굉장히 특이한 시민단체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구성을 가진 곳은 없다. 이런 구조가 국회가 입법 등 제 기능을 못 하고 감시도 잘 안되던 과거엔 정당 역할을 일부 대신하며 존재 가치를 가졌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차라리 정당이라면 당론이란 게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 부서마다 하고 싶은 얘기들을 전혀 일관되지 않게 내보낸다. 이러한 문제가 내부에서 오래 제기돼 왔지만 누구도 변화하려 않는 수구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논의 자체가 나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박원석 ”과거 참여연대가 언론이나 정당의 대행 기능을 해 왔는데 지금은 시민 각각이 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고 감시하는 시대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이전보다 더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권력 감시 기능을 갖춰야 한다. 그게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요구에 참여연대 역시 위기의식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현 국장은 “창립 때부터 권력 감시가 단체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였다. 따라서 모든 분야에서 권력의 비판할 부분은 충분히 비판하며 끊임없이 감시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혹여 의도치 않게 권력 감시에 소홀하진 않았나 내부적으로 늘 돌아보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참여연대 직을 내려놓은 이유는…”

[인터뷰] 양홍석 전 소장·조혜경 전 위원 “생각하는 검찰 개혁 방향 달라”

청와대와 국회의 검찰 개혁 입법 과정에서 10여 년간 활동해 온 참여연대의 직을 내려놓은 양홍석 전 공익법센터 소장과 조혜경 전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각각 1월17일과 28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방향과 참여연대의 입장이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어 직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월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힌 양 전 소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 면에서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양 전 소장은 “물론 수사권 남용은 늘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의 권한을 약화했으니 경찰의 수사 자율성은 높아졌다. 어느 조직이든 자율성이 커지면 그에 맞는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자율성을 통제할 장치가 더 만들어져야 했는데 이런 통제 장치에 대한 논의는 깡그리 무시하고 법이 통과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폐병 환자 수술하겠다 데려다 놓고 다리를 자른 격”이라며 진단과 대책이 다른 처리였음을 강조했다.

소장직은 내려놓게 된 데 대해선 “참여연대도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이번 개혁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더 부합한다고 한 데 대해선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해선 “그들도 이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다. 모르면 이해시키면 되는데, 알면서도 진행하는 건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소장에 앞서 지난해 10월 참여연대 게시판을 통해 ‘참여연대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며 참여연대를 떠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탈퇴한 조 전 위원은 조국 사태에 대한 참여연대의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탈퇴 당시 “‘조국 사태’는 그간 (참여연대의) 힘겨운 중심 잡기 노력을 모두 수포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한 그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변화하지 않는 참여연대’에 대해 지적했다.

조 전 위원은 “공수처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온 게 20여 년 전 일이다. 조국 전 장관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일 때 처음 제안해 쭉 주장해 온 거다. 우선 그때 공수처 해법이 지금 시대에도 맞느냐는 것부터 이해가 잘 안 됐다. 지금 공무원들이 청렴하다는 건 아니지만 당시와 정치적 상황이 많이 변했고 공무원들도 오히려 보신주의가 문제가 될 정도로 몸을 사리고 있는데 그때 해법을 마치 지금도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주장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이 곧 진리라는 생각이 학자임에도 아주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조 전 위원은 “과거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과 낙선운동을 주도한, 지금은 권력의 핵심부에 가 있는 인사들은 참여연대가 지금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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