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와 신뢰의 중요성 [한강로에서]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2.03 09: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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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수덕사에서 수행했던 만공 스님(1871~1946)은 일제강점기에 한국 불교의 선맥을 이은 대표적인 승려였습니다. 그의 사상은 ‘세계일화(世界一花)’로 요약됩니다.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

네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이러한 사상은 동체대비(同體大悲)와 닿아 있습니다. 서로를 구분하려 하기보다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유기체로 세상을 보는 시선입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이죠.

현실 속에서도 지구는 이미 ‘하나의 꽃’입니다. 이동이 제한돼 있고 정보가 차단돼 있던 세상은 이제 없습니다.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파리에서 저녁을 먹는 세상입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뉴스가 1시간도 안 돼 서울에 전해집니다. 서울에 앉아서 런던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게 됐습니다. 기술 발달에 따른 정보화는 ‘지구촌’을 말이 아닌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초연결 시대가 되면서 그만큼 위기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이 커졌고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지진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에 따른 위험도는 과거보다 낮아졌습니다. 예측력도 높아졌고 대응 기술이나 시설도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기술 발달과 기후변화에 따른 불가측성 위기는 더 높아졌습니다. 해킹 등의 위험은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작동합니다. 미국의 가뭄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경제에 바로 영향을 줍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말대로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위험사회’가 된 것이죠.

1월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다. ⓒ 연합뉴스
1월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강타했습니다. 전 세계는 중국 관광객들에 대한 입국금지나 검역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빠르게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신종 바이러스이기에 실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이미 수많은 우한인들이 중국 안팎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초연결사회’ ‘하나의 꽃’이 된 지구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위험사회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입니다. 문제는 위험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상당 부분 신뢰에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도 공포의 확산, 위험의 인식에 있어서 중국에 대한 불신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내가 직접 지휘한다”라고 말한 것은 이를 의식한 언급으로 보입니다. ‘초연결사회’ ‘위험사회’가 될수록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국가나 집단만이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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