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르포] 인적 끊긴 먹자골목…공황에 빠진 중국인들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31 08: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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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많던 ‘마라훠궈’ 가게도 문 닫아…대형마트 외 전 상점 모두 ‘영업 중지’

1월29일 점심시간, 마스크를 쓴 채 아파트 단지를 나섰다. 거주지는 충칭(重慶)시의 한 고급 아파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사실상 도시 전체가 고립 상태인 우한과 인접한 곳이다. 주변 곳곳에 먹자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이 일대는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집중돼 있다. 대형 할인마트 두 곳과 헬스장·수영장·영화관 등이 500m 이내에서 영업 중이다. 하지만 29일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비록 춘제 연휴가 끝나지 않았으나, 예년에는 손님으로 들끓었던 마라훠궈(麻辣火鍋)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마라훠궈는 충칭을 대표하는 요리다. 현재 마라훠궈는 충칭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한국에도 그 열풍이 전해졌다. 얼얼한 매운탕에 식재료를 넣어 익혀 먹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가장 많이 먹는다. 명절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큰 솥으로 탕을 끓이기에 여러 명이 함께 먹어야 다양한 식재료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춘제 연휴 동안 다른 식당은 휴업해도, 마라훠궈점은 항상 문을 열어 성업했다.

중국 충칭(重慶)시의 한 아파트 주변의 먹자골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후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다. ⓒ모종혁 통신원
중국 충칭(重慶)시의 한 아파트 주변의 먹자골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후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다. ⓒ모종혁 통신원

사스도 피해 갔던 충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덮쳐 ‘유령도시’

흥미로운 점은 마라훠궈가 대륙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사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사스가 대유행했던 2003년 5월28일까지 충칭에서 사스 환자는 단 3명만 발생했다. 이는 중국 4대 직할시 중 가장 적은 숫자였다. 그에 반해 베이징에서는 2434명의 환자가 발생해 193명이 죽었고, 톈진(天津)에서는 176명의 환자가 발생해 12명이 사망했다. 충칭뿐만 아니라 후베이 6명, 후난(湖南) 6명, 쓰촨(四川) 17명 등 매운 요리를 즐겨 먹는 지역은 모두 발병자가 적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단 한 명도 사스로 인한 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로 인해 한동안 중국에서는 매운 요리나 김치를 먹는 습관이 사스 예방에 효과를 보였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떠돌았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는 달랐다. 1월29일 기준으로 충칭 147명, 후난 221명, 쓰촨 10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사스와 비교가 안 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광범위한 전염 범위와 빠른 전파 속도 때문에 중국인들은 공황에 빠져 있는 상태다. 1월21일까지 춘제 연휴 동안 평소 일당보다 2배를 주고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찾았던 한 마라훠궈 식당은 결국 23일부터 문을 닫았다. 본래 1월28일부터 정상영업을 하기로 했던 빵집과 헬스장도 마찬가지다. 1월25일부터 대작 영화 7편을 개봉할 예정이었던 영화관도 폐쇄됐다. 영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과거 극장가에 춘제 연휴는 최대 수익창출원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극장가는 춘제 연휴에만 60억 위안(약 1조2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현재 필자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서 영업 중인 점포는 오직 대형 할인마트뿐이다. 이 할인마트뿐만 아니라 운행 중인 버스·지하철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은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입장할 수 있다.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거리를 오가는 사람조차 드물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춘제 연휴의 종료 시점을 1월30일에서 최대 2월9일까지로 늦췄다. 본래 중앙정부는 2월2일까지 사흘 더 연장했으나 각 지방정부가 앞다퉈 기간을 늘렸다. 이는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이동하거나, 한데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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