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④] 수면 우선 사고·수면 리듬 유지가 핵심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4 08:00
  • 호수 158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파 수면 시간(밤 12~3시)은 반드시 사수할 것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565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 74.2%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프랑스 시장조사 업체인 입소스(Ipsos)가 지난해 세계 20개 나라의 수면 시간을 조사했는데 우리 국민 중 35%만 수면 시간이 충분하다고 답해 세계 최하위로 집계됐다.

늦게 자는 게 습관이 된 사람도 있지만 일찍 자려고 해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자는 도중에 자주 깨는 사람도 있다. 머리를 베개에 대자마자 자는데도 늘 피곤하다는 사람도 있다. 바로 잠에 드는 것은 건강한 것이지만 낮에 피곤하다면 건강한 것이 아니라 수면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 freepik
ⓒ freepik

지하철에 앉아 있을 때 졸리면 수면 부족

적정 수면 시간은 얼마일까. 미국국립수면재단이 권고하는 하루 수면 시간은 성인 기준 7~9시간이다. 이보다 너무 짧거나 오래 자도 좋지 않다. 물론 적정한 수면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낮에 TV를 시청하거나 지하철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졸리면 잠이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 잠에서 깨고 3~4시간이 지난 후 뇌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그때까지도 몽롱한 상태라면 잠이 부족한 상태다. 아침에 알람 소리 없이 자연스럽게 깨야 충분히 잠을 잔 것이다.

수면 부족은 감정·정서·신체적인 악영향을 끼쳐 업무에 지장을 준다. 이향운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낮에 졸리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집중력·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의욕 감정이 낮아지고 정서적으로도 예민해진다. 잠이 부족하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므로 혈압이 높아져 심장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추적 연구로는 잠이 부족한 사람의 수명도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수면 부족을 해소하는 2가지 사고법과 8가지 실천팁

수면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사고법과 8가지 실천 팁이 있다. 사고법은 수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수면 시간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을 자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을 찬양하고 잠을 오래 자는 사람을 게으르다고 손가락질한다. 환경도 카페인, 알코올, 스마트폰, 24시간 영업, 야식 등 잠을 방해하는 쪽으로 발달했다.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려면 일보다 잠을 우선시해야 한다. 충분히 자기 위해서는 하루 24시간 가운데 수면 시간을 먼저 정해 두고 나머지 시간에 일하는 생활 패턴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한 가지 사고법은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는 시간과 깨는 시간, 즉 수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수면 부족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자고 깨는 시간이 불규칙하면 수면 리듬이 깨져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오랜 시간 자도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특히 주말에 잠을 몰아 자면 수면 리듬이 깨지기 십상이다. 평일과 주말의 수면 시간이 같은 게 이상적이지만 주말에 잠을 더 자고 싶다면 그 전날 조금 더 일찍 자고 다음 날 깨는 시간은 평소와 같게 하는 게 좋다. 만일 평소 밤 12시에 자서 다음 날 6시에 일어난다면 주말엔 10시쯤 자서 6시에 깨야 2시간 더 잘 수 있다.

이향운 교수는 “불금이라며 금요일 늦게까지 일하거나 놀고 늦게 자면 토요일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잠자는 시간은 길어도 서파 수면 시간을 잃어버렸고 늦게 깨는 만큼 수면 리듬도 깨진다. 수면과 각성 주기가 있다. 이것이 깨지면 자도 피곤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퇴근길에 너무 밝은 할인점·편의점 피할 것

‘잠 우선’ 사고와 수면 리듬 유지만으로도 수면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잘 실천할 수 있는 팁 8가지가 있다. 첫째, 낮에 햇볕을 쬐는 게 밤에 잠을 잘 자는 비결이다. 아침에 햇볕을 쬐면 수면 호르몬(멜라토닌)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잠이 깬다. 햇볕을 15분 이상만 쬐면 밤에 멜라토닌이 잘 분비된다. 특히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이전에 쬐는 아침 햇볕은 수면 건강을 위한 보약이라고 할 만하다.

둘째, 퇴근길에 선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선잠을 자는 사람이 많다. 이는 수면 리듬을 깨는 행동이다. 늦게 잘 수밖에 없고 아침에 깨기 어렵고 다음 날 피곤한 상태로 일하다가 퇴근길에 조는 악순환에 빠진다. 너무 피곤하다면 차라리 점심 후 약 20분간 낮잠을 자는 게 좋다. 20분 이상 자면 뇌가 숙면 상태가 되므로 밤잠에 영향을 준다.

셋째, 퇴근길에 걷는다. 지하철이나 버스로 퇴근할 때 1~2정류장 전에 내려 걸으면 적당한 피곤함이 생겨 숙면에 좋다. 그러나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므로 오히려 각성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또 퇴근길에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을 피할 필요도 있다. 조명이 너무 밝아 각성 상태가 오래 유지되므로 밤에 자는 시간이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넷째, 수면 위생을 지킨다. 수면 위생이란 한마디로 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잠자기 3~4시간 전까지 요가와 같은 가벼운 운동은 좋지만 과격한 운동을 피한다. 잠자기 1~2시간 전부터는 실내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다. 미지근한 물로 반신욕이나 가벼운 샤워를 한다.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신다. 문단속을 하고 불을 끈 후 잠자리에 든다. 이런 행동이 습관이 되면 몸도 그 시간에 잠이 들기 좋은 상태를 갖춘다.

다섯째, 밤에 야식·술을 피한다. 저녁식사 후부터는 되도록 커피나 과자 등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좋다. 야식을 먹고 자면 식도로 위산이 역류해 속쓰림 등이 생겨 잠에 방해를 받는다. 특히 술을 마시면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당분이 부족하므로 야식이 생각난다.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음주는 서파 수면을 방해하고 탈수를 일으켜 중간에 깨게 만든다.

 

늦어도 밤 11시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 필요

여섯째, 잠자리에서는 빛을 차단한다. 커튼을 쳐서 외부의 빛을 차단하고 TV나 휴대전화도 보지 않는다. 잠자리가 어두워야 멜라토닌이 분비돼 쉽게 잠에 빠질 수 있다. TV나 불을 켜놓고 자는 것은 잠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 위험이 커진다는 미국수면학회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일곱째, 서파 수면 시간을 지킨다. 서파 수면은 깊은 잠을 말한다.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인간은 가장 깊은 잠을 잔다. 이 시간을 지키려면 11시쯤엔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들면 실제로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은 1시간(새벽 2~3시 사이)밖에 되지 않는다. 오래 잤는데도 피곤한 사람은 서파 수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향운 교수는 “서파 수면기에는 낮에 섭취한 칼로리가 지방으로 쌓이지 않도록 호르몬이 분비된다. 몸은 이 시간에 면역에 필요한 단백질도 만든다. 성장기 아이에겐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새벽 3시 이후부터는 렘수면기다. 꿈을 꾸기 때문에 비교적 얕은 잠을 자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여덟째, 잠이 오지 않을 때는 과감히 잠자리에서 나온다. 잠자리에 누워서 실제 잠이 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수면 잠복기라고 하는데 30분 이내는 정상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수면 잠복기가 30분 이상이면 수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권장한다. 그 이상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나와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긴장을 푼다. 잠이 오지 않는데 침대에 누워 있으면 과도한 긴장이 생겨 더 잠이 오지 않는다. 다시 졸릴 때 잠자리에 든다. 하룻밤에 5~6단계를 반복해도 된다. 그러나 기상 시간은 반드시 지킨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수면제를 먹는 사람이 있다. 일회성으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약 의존성이 생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