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봄까지 유행할 가능성 크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7 14: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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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예방접종 하고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해야

38세 K씨는 갑자기 고열,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기침, 가래, 콧물이 동반돼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 결과 독감이었다. 지난해 11월 직장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걸렸으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1918년 발생한 이른바 스페인 독감은 세계를 휩쓸었다.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 감염됐고 무려 5000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에는 예방 백신이 없었기에 검역, 위생관리, 소독제 사용 등을 통해 독감 유행을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1933년 인체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후 독감 백신 개발이 시작됐고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병사들에게 최초로 독감 예방접종이 이뤄졌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데 유전자의 구조나 단백질 종류에 따라 A형, B형, C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항원이 자주 바뀌는 특성이 있다. 바이러스의 항원이 바뀌면 인체 면역체계가 저항력을 발휘할 수 없어 예전에 독감을 앓았어도 또다시 걸릴 수 있다.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봄 회의를 개최해 그해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해 발표한다. 제약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독감 백신을 생산하고 공급한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 dpa 연합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 DPA 연합

3가 백신·4가 백신, 뭐가 다른가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긴 하는데 3가 백신과 4가 백신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1종을 예방할 수 있다. 4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2종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3가 백신과 4가 백신은 품질에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예방 가능한 독감 바이러스의 숫자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독감 예방접종이 독감 발생을 100% 막지는 못한다. 연구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독감 예방접종 후 항체가 생기는 비율은 70~80%다. 게다가 WHO의 예측과 다른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할 경우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15일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올해 1월 중순까지도 독감 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 따라서 올해에는 봄까지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은 빠른 시일 내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독감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주로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가래, 침, 점액을 통해 사람끼리 전파된다. 또 독감은 감염된 사람의 손이나 호흡기 분비물에 오염된 물체를 만져도 전파될 수 있다. 악수하거나 오염된 승강기 버튼이나 문 손잡이를 통해서도 쉽게 감염된다. 따라서 외출 후, 식사 전후, 코를 풀거나 기침과 재채기 후에 수시로 손을 씻는 것이 좋다. 기침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며 독감에 걸린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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