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배우는 ‘멋있고 예쁘게’를 가장 경계해야”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8 12: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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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 수상 이후 첫 작품, 영화 《클로젯》으로 돌아온 김남길

드라마 《열혈사제》로 2019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지금 가장 핫한 배우이자 가장 굵직한 배우다. 축하 인사가 지금까지 이어지지만 정작 그는 “대상을 받으면 뭐가 달라져야 하나?”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가 대상 수상 이후 첫 작품이자 올해 첫 작품으로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을 선택했다. 《기묘한 가족》 이후 1년 만에 내놓는 영화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다. 김남길은 극 중 ‘의문의 남자’인 퇴마사 경훈을 맡았다. 김남길은 《클로젯》을 통해 처음 시도한 게 많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에 첫 도전했고, 친한 선배 하정우와도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극 중 퇴마사 역할도 처음 맡은 캐릭터다. 김남길은 “김남길이 꼭 해야 한다”는 윤종빈 감독의 말에 ‘혹’했다고 했다. ‘대상 배우’ 김남길, 그를 만났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늦었지만 축하한다. 대상 배우다(웃음).

“대상 트로피를 받는 순간, 그 자리에서 두려움이 몰려왔다. 관심을 받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이지만 대중 앞에 서려면 점점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대상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감사한 일인데 우리 직업이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내가 하는 걸 누가 봐 줘야 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의 합이 잘 맞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함께 촬영했던 배우,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그들이 용기를 줘서 한 발짝 나갈 수 있었다.”

 

이후 행보에 부담은 없나.

“대상 받았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 매력이 싼티, 촌티라… 하하. 유난스럽고 허세스러운 걸 안 좋아한다. 그냥 내 직업이 연기하는 직업일 뿐이다. 특별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2009년 MBC 《선덕여왕》의 ‘비담’으로 신드롬을 만들어낸 뒤 10년 만에 《열혈사제》로 대상을 받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전부터 똑같이 해 오다 잘된 것뿐이다. 예전에 어떤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10년 정도 기다리면, 한 번씩 기회가 온다.” 진짜 그렇게 되더라. 10년 동안 쌓아왔던, 이전의 것들이 응집돼 잘된 것 같다.”

 

오컬트 영화로 돌아왔다. 어려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느 날 윤종빈 감독님이 ‘우리가 잘 만들면 한국영화 오컬트 장르의 소재도 더 다양해지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더라(웃음). 사실 《클로젯》은 상업적으로 확장성을 가지기 힘든 장르일 수도 있다. 관객이 많이 드는 것을 보장할 수 없는데 김광빈 감독이 입봉작으로 선택했고,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장르로 영화를 만든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나 나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하정우 형이나 윤종빈 감독님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지만, 같이 작품을 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 ‘대의’를 함께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혹하는 성격이다. 하하.”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영화 속에서 주술을 많이 외운다. 주술 내용을 다 외웠나.

“적당한 주술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그래서 한국적으로 믹스했다(웃음). 혹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어사무사하게 주문을 외웠다. 솔직히 말하면 다 못 외웠다. 엄청 길기도 길다. 또박또박 말하기보다는 혼잣말을 많이 하는 방법으로 요령을 썼다. 하하. 그걸 보고 스태프들이 “주술한 거 맞지? 맞아?”라고 묻더라. “안 들렸어? 속삭이다 보니까 잘 안 들렸나 보네” 하고 넘겼다. 하하. 근데 오히려 어사무사한 발음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연기를 함에 있어 가장 힘쓰는 것은 어떤 것인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멋있게’라는 것이다. 멋있고 예쁘게 찍는 것은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생각 같다. 정서나 감정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게 우선이다. 연기를 잘하면 자연스럽게 멋있고 예쁘게 보인다.”

 

친한 형(하정우)과 작업하는 느낌은 어땠나.

“달랐다. 밖에서 친했던 배우들도 현장에선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가서 싸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한데 정우 형은 밖에서 알고 지낸 모습과 같더라. 대체적으로 심플하다. 모든 게 간결하다. 전체를 보는 스타일이라 뭐든 과하지 않았는데 그게 연륜이라고 생각한다. 합도 잘 맞았고, 어색하거나 무게감이 드는 게 없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더 깊게 친해졌다.”

 

술자리를 많이 가졌을 텐데 술을 못 한다고 들었다.

“한 잔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고 상태가 안 좋아진다. 그래서 소주잔에 물을 부어 마신다. 분위기는 내야 하지 않나(웃음). 그걸 보고 정우 형은 ‘마시는 거야?’ ‘적당히 마셔’ 하며 놀리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영화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술자리에서 우유도 간혹 마신다. 하하. 내가 술자리 스킬이 좀 있다.”

 

업계에서 밝고 유쾌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다고 평소 일부러 연락하거나 약속 잡아 만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우 형과도 평소 알고 지냈지만 연락은 거의 안 하는 사이였다. 일부러 애쓰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 아니다. 흘러가는 대로 솔직해지려는 스타일이다.”

 

김남길표 멜로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나도 멜로를 하고 싶다. 한데 요즘은 멜로다운 멜로 시나리오를 받아보기가 힘들다. 어릴 때 흉내를 냈던 거라면 나이가 들어 하는 멜로는 또 다르지 않을까 스스로 기대한다. 감정적인 표현에 있어 유연성 있게 소통할 수 있는 여배우라면 상대가 누구라도 좋다. 굳이 꼽자면 전도연 선배와 해 보고 싶다.”

 

《무뢰한》 때 두 사람의 호흡이 기가 막히기도 했다.

“내게 연기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선배다. 귀신 같은 사람이라 현장에서 내 의도와 마음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영화 앞에서 그렇게 깊이 고민하고 진중하게 대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다. 그 자세가 참 멋지다. 언젠가 누나한테 ‘영화 하실 때 남자배우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분명 ‘그래, 남길아’ 하고 대답도 해 줬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나만 좋았나 보다. 하하.”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지는 김남길만의 분위기가 좋다.

“내가 추구하는 바다. 개인적으로 나는 류승범이라는 배우를 좋아한다. 내 나이 또래 배우 중 가장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표현력이 자유로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결국 내가 연기를 하는 거라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연기도 달라진다. 그런 이유들로 더 자유롭고 편안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차기작은 ‘(정)우성이 형’과 함께 한다(정우성이 연출을 맡은 영화 《보호자》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우성이 형이 촉촉한 눈빛으로 ‘시나리오 봤어?’라고 다정하게 물었다. ‘네 형,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여기까지. 하하.”

 

요즘 김남길의 고민은.

“예전에는 생각이 많았다. 신년 계획도 꼼꼼하게 세우는 편이었다. 한데 마흔이 지나니 시간이 빨리 가더라.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즐기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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