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확진자 ‘슈퍼전파자’ 우려가 현실로?...“오빠도 양성”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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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환자’ 병원서 291명 접촉…메르스 사태 재현 우려
21세기병원 ‘슈퍼전파지’되나···광주우편집중국 임시폐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확진자가 한 번에 여러 명을 감염시키는 이른바 ‘슈퍼 전파자(super spreader)’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16번 환자의 친정 오빠가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는 등 가족 내에서만 3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다. 또한 이 확진자가 수백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광주21세기병원 등이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우려되는 ‘슈퍼 전파지’로 떠오르고 있다.

2월 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22번째 확진자의 근무지인 광주 광산구 첨단단지 광주우편집중국 정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2월 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22번째 확진자의 근무지인 광주 광산구 첨단단지 광주우편집중국 정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사흘 사이’ 광주에서 6·18·22번 ‘한 가족 3명 확진자’ 발생 

2월 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태국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전국 16번째 확진자 A(42·여)씨의 오빠 B(46·남)씨는 국내 22번째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B씨는 현재 조선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설 연휴인 지난달 25일 어머니 C(69)씨가 거주하는 나주 산포면 친정집을 찾았다가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채 오빠·올케와 셋이 친정집에서 식사를 했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접촉자 역학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하고, 지난 4일 C씨와 광주에 거주하는 오빠 부부를 자가격리 조치하고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이후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어머니 C씨와 올케는 음성 판정이 내려졌지만, 오빠 B씨는 이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한 가족 내에서 3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은 전국에서 두 번째다. 

앞서 국내 16번째 확진자 A씨는 광산구 거주자로 4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21세기병원에 입원 중이던 딸도 어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자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격리 중 18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16·18번 환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전남대병원에 격리돼 치료 중이다. 두 명 모두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16번 환자 ‘슈퍼 전파자’ 가능성 대두

일각에서 우려했던 16번 확진자의 ‘슈퍼 전파자’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가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 등 가까운 사이에서 1~2명 수준이기 때문에 슈퍼 전파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에 장시간 머문 16, 18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가족 내에서만 3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A씨의 가족·친지 등 접촉자는 15명이다. 이 가운데 가족은 4명으로 딸(18번 환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남편 등 나머지 3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친지 중에선 친정 오빠가 이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밧줄로 꽁꽁 묶인 광주21세기병원 출입문 ⓒ시사저널 조현중
밧줄로 꽁꽁 묶인 광주21세기병원 출입문 ⓒ시사저널 조현중

문제는 16번 확진자가 광주21세기병원과 전남대병원을 오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이 확진자의 접촉자는 306명으로 집계됐다. 그는 18번째 환자로 확진된 딸의 간병과 자신의 폐렴 치료를 위해 광주21세기병원에 일주일가량 머물러 이곳에서만 272명의 접촉자를 냈다. 병원 측에 따르면 3층에 입원한 환자는 총 23명이다. 16번 확진자와 같은 층에 있던 환자와 직원 25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병원 내 2층 1인실로 이동시켜 격리하고 있다.

16번 환자는 신종 코로나로 의심돼 전남대병원도 두 차례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19명의 추가 접촉자를 양산했다. 특히 태국 여행에서 국내 입국 후 최종 확진되기까지 무려 16일간 별다른 조치없이 활동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원 내 2차 감염자 발생은 물론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16번 확진자 A씨의 동선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일행 5명과 함께 태국 방콕·파타야 등을 여행하고, 19일 오전 전남 무안항공으로 입국했다. 1월 25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전남 나주시 친정집을 방문한 뒤 오후 8시쯤 광주시 자택으로 귀가했다. 오한 증상은 이날 저녁부터 발생했다. 26일에는 종일 집에 머물렀다.

발열 증상이 이어지자 27일 광주 21세기병원을 방문했다. 같은 병원에서 인대접합수술을 마친 뒤 입원 중인 딸과 함께 1인실에 머물다 오후 6시쯤 자가용을 이용해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마치고 오후 10시쯤 다시 광주 21세기병원으로 돌아왔다. A씨는 이후 28일부터 2월 2일까지는 광주21세기병원에서 딸 간병과 본인 진료를 위해 병원 내에서 체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2월 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잠정 폐쇄된 광주우편집중국의 한 직원이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2월 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잠정 폐쇄된 광주우편집중국의 한 직원이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문가, ‘슈퍼 전파지’로 병원 예의주시 

‘슈퍼 전파지’로 병원의 역할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16번 환자의 사례를 예의주시했다. 병원 중심으로 빠르게 번진 메르스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국내 확진자 13명 중 10명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첫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모두 감염됐다. 일부 전문가는 보건당국이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 3층을 차단한 것은 충분히 원내 감염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응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광주21세기병원이 100병상이 안 되는 병원이라 감염관리시스템이 구축돼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료진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환자, 방문객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족 간 감염에서 병원 감염까지 지금의 신종 코로나 진행 양상이 메르스 때와 꽤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22번 확진자의 근무지인 광주우편집중국도 주시의 대상이다. 우편집중국은 우체국에 접수된 우편물을 구분하는 물류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65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곳은 일반 우체국과 달리 우편물 배달, 금융업무를 하지 않아 일반인의 출입이 많지 않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일 오빠 B씨가 설 연휴 기간에 동생 A씨와 접촉사실을 확인한 즉시 광주우편집중국을 임시 폐쇄하고, 근무 중인 모든 직원을 귀가시켜 자가격리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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