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필요한 어려운 곳에 달려가는 것이 ‘이태석 정신’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9 14: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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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석진 인제대 의과대학장 “거창한 사업보다 조용히 학문적 지원 매진” 

“이태석 신부는 음악·스포츠를 좋아하던 학생으로 기억이 납니다. 세월이 흐른 뒤 신부와 의사로서 다시 만났을 때 특유의 환한 미소와 함께 ‘선배, 우리 사이에 신부, 의사가 중요합니까’라며 웃는 모습을 본 게 어제 같습니다.”

최석진 인제대 의과대학장은 고(故) 이태석 신부를 음악과 운동을 잘하던 의과대 1년 후배로 아꼈다고 기억했다. 2019년 7월 의과대학장에 취임한 최 학장은 남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선종한 이 신부를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조용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김완식
ⓒ 시사저널 김완식

최 학장은 이 신부의 남수단 제자로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시험에 합격한 존 마옌 루벤과 토마스 타반 아코트에 대해선 “자국이 전쟁과 부족 간 갈등, 내전,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어서인지 독립심이 강했고, 열심히 공부했다”며 “이런 현실에도 어려운 우리나라 의사국가시험에 최종 합격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인제대는 지난 2010년부터 수단 어린이 장학사업, 이 신부의 삶을 주제로 한 의료인문교양 과정 개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이태석 리더십 아카데미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같은 재단인 백병원과 함께 캄보디아 등 후진국에 대한 의료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의료 지원은 단순 약품 지원을 넘어 전문의까지 참여시키고 있다. 중증 환자는 국내로 후송해 수술까지 해 주고 있다. 

최 학장은 “해외봉사는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지 주민들에게 ‘작은 나눔 의료’를 실천하는 것이고 이태석 신부가 앞서 길을 갔다”면서 “학생들이 봉사로 인성을 겸비한 참된 의료인의 자세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 1월엔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를 맞아 수십 년 내전으로 얼룩졌던 남수단 톤즈에서 사랑과 화합을 몸소 실천한 이태석 신부의 삶과 정신을 되돌아보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인제대는 고 이태석 신부의 모교인 경남 김해시 인제대에 그의 숭고한 사랑과 봉사정신을 기리는 기념공간도 마련했다. 

최 학장은 “거듭 강조하지만 이 신부를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마음을 유지하려 한다”면서 “거창한 사업보다 교육적인 측면의 지원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제대 의대생 A씨는 이태석 신부와 같은 길을 걷겠다며 외과 전문의를 마치고 신부가 되기 위해 현재 수사 공부를 하고 있으며 신부 서임까지 3년 기간을 아끼기 위해 최근 내과 전문의 과정에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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