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더 빨랐더라면”…황교안, ‘종로 출마’ 정치권 반응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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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도 실리도 다 놓쳤다” 부정적 평가 다수
“알고 밟은 지뢰…선대위원장 역할에 더 집중할 수도” 의견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월7일, 오는 4·15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강력한 대권 후보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맞대결을 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지만, ‘타이밍’에서 너무 늦었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중론이었다. 여기에 앞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종로 출마를 선점한 탓에, ‘표 대결’에서 황 대표가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종로 출사표, 더 이른 시점에서 던졌어야”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를 밝혔다. 그는 “4·15 총선은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신음하는 우리 국민들께서 선택할 시간이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정권의 폭정을 끝장내는 정권심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정권심판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마지역 선택을 미룬 이유로 ‘통합 논의’를 지목했다. 황 대표는 “그동안 총선을 진두진휘하는 당대표로서 당의 이러한 전체적인 선거전략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선택이 대한민국을 살리고 당을 위한 것인지 많은 고뇌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 대표인 저의 총선 거취를 먼저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가 ‘정치 1번지’ 종로 출마를 공식화한 것을 두고, 정치평론가들은 일제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의 여세를 몰아 바로 종로를 출마지로 선제적으로 낙점했어야 했는데, 이 전 총리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는 분석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황 대표가 험지 출마를 외쳤던 게 한 달이 넘었다. 그 사이 이낙연 전 총리가 종로 출마를 먼저 선언했고, 황 대표의 미래를 두고 갖가지 소문만 무성해졌다. 심지어 유승민 의원의 종로 출마설까지 제기되자 부랴부랴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외친 것처럼 돼버렸다”고 했다. 이어 “데드라인이 임박해서야 종로 출마를 말한 것은 마지못해 출사표를 던진 모양새밖에 안 되는 것”이라며 “기존 보수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결단이 너무 늦었다. 명분과 실리, 감동까지 다 놓쳤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한참 늦은 출마 선언”이라며 아쉬움 섞인 평가를 내놨다. 이 교수는 “갈팡질팡 선택을 주저하는 모습만 보이는 사이, 주변 야권 인사들이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부추기는 모습만 언론에 계속 노출됐다”며 “이낙연 전 총리와 비슷하거나 앞서서 종로 출마를 말했다면 명분도 실리도 더 많이 챙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총선에서 패배를 안게 된다면 (황 대표의) 향후 대권 입지에도 금이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에서는 향후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에게 종로 출마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전 총리와의 '빅매치'에서 승리한다면 문재인정부 심판론의 동력이 살아날 수 있지만, 반대로 패배한다면 향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물론 타이밍이 빨랐다면 좋았겠지만 (황 대표에게) 종로는 ‘알고 밟는 지뢰’였다. 상대(이낙연 전 총리)가 쉽지 않은, 말 그대로 험지인데, 패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도 출마를 한 것이다. 이 지점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며 “심지어 이정현 의원까지 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통합된 보수의 단일대오를 이끄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황 대표가 자신의 종로 유세보다는 전국을 돌며 선대위원장의 역할에 더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선의의 경쟁 기대한다”

한편, 황 대표의 ‘종로 맞수’가 된 이 전 총리는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1월23일 황 대표와의 '빅매치' 성사 여부를 놓고 "제 개인의 마음을 말하자면 신사적 경쟁을 한 번 펼치고 싶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8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해왔다. 지난 4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전 총리는 29.9%를 기록해 8개월 연속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황 대표는 17.7%로 집계돼 이 전 총리에 비해 12.2% 포인트 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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