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0시간’ 목포시내버스 파업...결국 혈세로 ‘임금인상’
  • 호남취재본부 고비호 기자 (sisa617@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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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하루만에 정상화…목포시, 임금인상액 13억 전액 지원
“연간 혈세 60억 받으면서”…때아닌 시내버스 파업 비난 봇물
‘교통약자’ 시민 발 묶은 시내버스 파업 ‘시민이 봉’

“이 와중에 파업이라니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았다.”

2월 6일 오전, 목포시 용당동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시민의 분통이다. 전남도와 목포시로부터 연간 수십억원을 지원받는 목포 시내버스가 때아닌 기습파업에 들어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목포 시내버스는 이날 오전 5시부터 기습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비록 하루 만에 끝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시내버스까지 이날 온종일 멈춰 서자 시민 불편이 극에 달했다. 

2월 6일 시내버스 파업으로 목포시 석현동 버스 종점 차고지에 멈춰있는 버스들. ⓒ미디어포유 김용은
2월 6일, 시내버스 파업으로 목포시 석현동 버스 종점 차고지에 멈춰있는 버스들. ⓒ미디어포유 김용은

노사는 7일 오전 0시 30분께 가까스로 임금 월 20만 인상에 합의하고 오전 5시부터 운행에 들어가 이틀째 버스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파업 20여시간만이다. 시민을 볼모로 파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노사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 남긴 생채기가 너무 크다. 우선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임금지급 관련 세부적 사항을 이유로 기습적으로 파업에 나선 것은 ‘적반하장’격이라는 지적이다. 

노사는 월 20만원에 해당하는 9% 임금인상과 근무조건 변경 등을 놓고 교섭을 벌었다. 하지만 이날 갑자기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은 출근길 불편을 겪었다. 특히 임금인상 소요액 13억3000만원 전액을 목포시가 지원키로 했는데도 파업을 강행해 비난을 샀다. 회사 측이 임금인상분에 대한 지원확약서 제출을 목포시에 요구했으나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시가 난색을 보이자 파업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시는 적자 보전을 명목으로 하는 지원금은 추경에 편성할 예정이지만 예산심의는 의회의 고유권한이고, 지원확약서는 전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적반하장도 억지도 유분수지, 재정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며 “버스회사가 자신들에게 고용된 노동자들을 이용해 땡강 부린 것”이라고 업계를 정면 비판했다.  

파업은 철회됐으나 임금인상 등으로 인한 시민 혈세 추가 투입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회사 측은 임금 인상분(13억3000만원)을 목포시에서 지원받아 소급 지원하기로 했다. “목포시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노조는 임금인상분을 요구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고 시는 설명했다. 

2월 7일 오전 5시부터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 운행 중인 목포 시내버스 ⓒ목포시
2월 7일 오전 5시부터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 운행 중인 목포 시내버스 ⓒ목포시

하지만 이는 협상 과정에서 예산심의권을 가진 목포시의회 김휴환 의장과 박용 도시건설위원장이 목포시 예산편성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파업 철회를 요청한 점에 미뤄 사족에 불과한 셈이다. 결국 버스업체의 배짱에 굴복해 시민 혈세로 ‘인금 인상’을 보존해주고 파업을 종료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원여객·유진운수 등 목포지역 시내버스회사는 지난해 재정지원금 33억원, 유가보조금 3억원을 비롯해 공공성 강화 재정지원, 교통카드 결제 수수료 등 목포시와 전남도 등으로부터 60억여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추가 임금인상분 보전 등으로 목포시의 부담액이 100억원에 육박, 막대한 재정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목포시와 버스업계를 향한 쓴 소리도 이어졌다. 한 시민의 얘기다. “버스 이용객의 대부분은 출퇴근 시민과 학생, 노령층 주민 등 교통약자다. 그런 교통약자를 볼모로 삼아 버스를 세우겠다면 혈세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게 순서다. 그래도 교통약자를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버스 노조에서는 보편적 교통복지가 시민들이 만족하는 수준으로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사측에서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지원금에 대한 투명경영과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 “목포시는 지원금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하고, 준공영제를 포함해 보다 강도 있는 버스경영 혁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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