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잠복기 이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
  • 세종취재본부 이진성 기자 (sisa415@sisapress.com)
  • 승인 2020.02.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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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본, 28번째 확진자 발생..3번 환자 접촉자
전문가들 “잠복기 14일에 매몰되선 안 돼”

감염병 전문가들이 우려해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바로 잠복기 이후 양성 판정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 3번째 환자(54·남)와 중국에서 함께 입국한 중국인 여성(28번 환자·30)이 잠복기가 지난 이후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 보건당국의 시스템 구조상, 이 환자는 '양성'임에도 불구하고 격리 해제로 지역사회를 활보할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일 "국내 28번째 확진자는 30세 중국인 여성으로 자가격리 중 검사를 실시해 양성으로 확인돼 현재 명지병원에서 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28번째 확진자는 3번째 확진자와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들어와 같은달 22일과 24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도 동행했다. 3번 환자가 확진된 이후 28번 환자는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 상태였다.

중대본 관계자는 "자가격리 기간 중 발열이 확인되지 않았고, 격리 전 이뤄진 타 치료와 관련된 진통소염제를 복용중이어서 추가증상 확인이 제한적이었던 점을 고려해 잠복기 완료 시점을 앞두고 8일 검사를 시행했다"면서 "1차 검사상 양성과 음성의 경계선상의 결과가 나와 재검을 통해 전날(10일) 양성으로 판정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을 지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1월3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을 지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잠복기 지나 '양성'판정…감염 가능성 제로일까

문제는 이날 신종코로나 확진을 받은 28번 환자가 3번 환자와 마지막 접촉 후 14일 지난 시점에서 양성으로 판정됐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이 설정해 온 최대 잠복기(14일)가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이 환자는 명지병원에서 격리된 상태이며, 뚜렷한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병원측은 음성과 양성의 경계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음성에 가까워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바이러스학을 전공한 한 미생물학과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기존 사례가 많지 않아 잠복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잡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바이러스 증폭 여부가 달라지고, 또 아직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증상이 없다고 해서 감염 가능성이 약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종 감염병 고려한 대책 마련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건당국의 잠복기 기준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인 14일 권고안을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신종 바이러스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번 환자가 잠복기 내 감염됐지만 무증상이었을 뿐이었는 지, 잠복기 기준 이후 감염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보건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인수공통감염병 특성상 돌연변이가 많아 초기에 제대로 잡지 못하면 예상하지 못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후속대책을 책임진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보건당국이 잠복기 기준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은 데, 감염됐음에도 무증상일 경우 등을 고려해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신종 감염병은 실체가 규명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격리 해제 이후에도 손 오래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장갑·마스크 착용하기 등의 예방수칙을 유지하도록 하는 권고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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