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보성·장흥군의장·공무원 해외연수 ‘논란’
  • 호남취재본부 박칠석 기자 (sisa613@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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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박12일 스페인·포르투갈 외유성 연수 강행…6500만원 혈세 투입
귀국 후에는 ‘감염 위험 있다’며 5일간 또 휴가성 자가 격리 ‘빈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방역당국은 물론 국가적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전남 일부 지역 군의회 의장과 공무원들이 외유성 해외 연수를 다녀와 논란이다. 더욱이 동행하기로 했던 해당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불참 결정을 내린 가운데 연수를 다녀온 뒤 감염 위험이 있다며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군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1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시민 등이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1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시민 등이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11일 보성군과 장흥군에 따르면 신경균 보성군의회 의장과 위등 장흥군의회 의장, 보성군 공무원 4명, 장흥군 공무원 4명 등 10명은 지난달 29일부터 10박12일 일정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연수를 진행했다. 청정연안을 보존하고 개발한다는 벤치마킹 명분을 달아서다. 

그러나 군청 안팎에선 시와 때를 가리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흥, 보성, 장흥, 강진군으로 꾸려진 득량만권·강진만권 행정협의회 소속인 이들은 신종 코로나 위기 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됐지만, 예정대로 출국했다. 

행정협의회 회장인 김철우 보성군수와 정종순 장흥군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할 것에 대비해 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무늬만 연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의 출장은 연안 개발과 보존관리, 블루 투어 시책 개발을 명분으로 삼았다. 선진지를 견학하고 좋은 시책을 본받아 의정활동의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들은 연수 목적에 따라 해양환경청과 리스본 관광협회, 씨체스 해변 등을 둘러봤다. 그러나 대부분이 대성당과 수도원, 포도농장, 궁 등 관광코스로 채워졌다. 리스본의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전원도시 신트라를 찾는가 하면, 페나 궁전과 바르셀로나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등 관광지도 함께 둘러봐 외유성 논란도 빚고 있다.

혈세 낭비도 도마에 올랐다. 이들이 쓴 예산은 총 6400만원으로 공무원 1인당 500만원, 군의회 의장은 비즈니스석이 제공돼 1인당 1200만원씩이나 들었다. 지난 9일 귀국한 공무원들은 감염 위험이 있다며 10일부터 5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보성읍에 사는 주민 김아무개(56)씨는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지역 주민이 불안에 떠는데 의회 지도자와 공무원들이 외유성 연수를 떠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주민과 함께하지 않는 지방의원들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보성군 관계자는 “해안 관광 보존과 개발, 블루투어 시책을 개발하기 위해 연수를 진행했고, 일부 관광지는 가는 도중에 잠깐 들렀던 것”이라며 “행자부의 안전 지침에 따라 자발적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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