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진주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갈등’ 점입가경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6 13: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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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본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변경 분쟁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을 놓고 창원시와 진주시 사이의 ‘지자체 분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창원시가 서부 경남 쪽으로 치우친 노선을 중부 경남으로 변경해 달라는 건의를 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남도와 고성군 등 경남 남부 지역 기초자치단체 등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 간 갈등만 가중시킬 뿐 별 실효성이 없는 분위기다. 시사저널은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변경 건의를 두고 제기되고 있는 각종 정보의 진위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경남도청에 내걸린 남부내륙고속철도 정부재정사업 확정 환영 현수막 ©연합뉴스
경남도청에 내걸린 남부내륙고속철도 정부재정사업 확정 환영 현수막 ©연합뉴스

남부내륙고속철도의 노선은 이미 결정됐나.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건설을 위해 사업계획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등 9단계 업무를 진행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예산지원을 위한 경제적·재무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두 번째 단계다. 특히 노선의 기점과 종점, 주요 경유지, 정차역 등은 세 번째인 기본계획수립·고시 단계에서 수립돼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현재 국토부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창원시의 노선 변경 건의는 이 단계에 해당하는 절차다.”

남부내륙고속철도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이다. 경제성 검토는 더 이상 필요 없나.

“최근 국토부가 발주한 용역은 기본계획뿐만 아니라 타당성 조사도 함께 수립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는 ‘건설기술관리법’에 의거해 국토부의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다. 여기에는 사업실시 타당 여부도 조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업추진 전 과정을 대상으로 기술·환경·사회·재정·용지 등 요소를 고려해 조사를 시행한다. 앞서 2017년 수행한 ‘남부내륙선 철도건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본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선 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해 운영비를 최적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국토부는 이 점에 기인해 경제적·재무적 타당성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원시의 노선 변경안은 과연 실효성이 있나.

“창원시에 따르면 노선 변경으로 김천과 거제 구간의 노선 길이가 약 10㎞ 단축되고, 공사비도 2000억원 정도 절감된다. 노선을 직선화하면 김천에서 고성·통영·거제까지 운행시간을 5분가량 단축할 수 있다. 또 창원 방향으로 직결선을 연결할 수 있어 당초 계획 대비 20분 정도 운행시간을 줄일 수 있다. 마산역까지 시간이 단축될 경우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을 통해 김해까지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창원, 김해를 포함해 함안, 의령까지 약 170만 명이 추가로 남부내륙고속철도 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창원시의 노선 변경안이 진주시를 패싱한 것인가.

“당초 국토부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서울~진주~거제를 운행하는 노선과 서울~진주~마산을 운행하는 2개 노선이 계획돼 있다. 최근 창원시는 서울~진주, 서울~마산, 서울~거제 등 3개 노선을 건의했다. 당초 2개를 3개 노선으로 분리하면서 ‘복합열차’ 개념을 도입했다. 복합열차는 최종 목적지가 다른 두 개의 열차를 함안 군북에서 분리해 각각 마산역과 진주역으로 갈 수 있다. 다음 열차는 한쪽은 마산역, 한쪽은 거제역으로 분리되는 등의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운행하면 3개 방향 모두 운행이 가능하다. 동부 경남 지역의 이용객이 증가하면 현재 계획된 25회 운행 횟수를 이용 수요에 맞게 더 늘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복선화 가능성은.

“남부내륙고속철도는 현재 단선으로 계획돼 있다. 단선철도는 열차가 한 선로에서 양방향으로 운행한다. 두 대 이상의 열차를 운행하는 경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신호 시스템 설치가 필수다. 또 교행을 위해선 역마다 추가 선로를 두기도 한다. 이처럼 단선은 안전이 우려되고 활용도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남도를 포함한 각 지자체는 복선철도 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노선은 이용 수요가 적은 탓에 복선화가 실질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창원시가 건의한 노선 직선화가 실현되면 복선화를 위한 타당성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노선 직선화로 열차 운행시간도 당초 대비 20분가량 단축될 뿐만 아니라 이용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창원시가 건의한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변경도 ©창원시 제공
창원시가 건의한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변경도 ©창원시 제공

‘노선 갈등’ 총선 핵심 이슈로 떠올라

 

남부내륙고속철도는 총 사업비 4조7000억원이 투입돼 경북 김천~경남 거제 간 172㎞에 고속열차를 운행하는 사업이다. 이 철도가 개통되면 서울~진주 간 이동 시간은 기존에 경전선으로 3시간25분 걸리던 것이 2시간15분까지 줄어든다. 서울~거제도 승용차로 4시간30분 걸리던 것이 2시간42분으로 크게 줄어든다. 국토부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2022년 착공해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해 이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결정을 내렸다. 현재 국토부가 올해 기본설계비 150억원을 확보해 의견 수렴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노선이 경북 김천~경남 합천~진주~통영~거제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창원시가 지난해 12월 서부 경남권 도시인 진주를 통과하는 노선 대신 중부 경남에 속한 함안군을 지나는 노선 변경안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진주시를 중심으로 한 서부 경남권은 진주역을 통과하는 원안 추진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진주시는 2월5일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등 사업에 대해 창원시가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한 것은 적합한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시한 창원시가 아니라 진주시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두 도시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출마선언을 한 예비후보까지 합세하면서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갈등이 이 지역의 총선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김재경 의원(자유한국당·진주을)은 “뜬금없는 정치논리로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노선 변경을 강행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총선 쟁점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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