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백승수의 미묘한 감정 변화 보여주려 고민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5 14: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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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토브리그》로 또 인생 캐릭터 갱신한 남궁민

믿고 보는 배우 남궁민이 또 일을 냈다.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돌직구 승부사’ 백승수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와 토요일 미니시리즈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포츠 팬과 드라마 팬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프로야구 프런트라는 신선한 소재를 배경으로 ‘인생과 비슷한 야구판’을 담아내며 ‘본방 사수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다.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 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직구 오피스 드라마’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e)’는 야구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 시작 전까지의 준비 기간을 의미한다. 정규 리그 못지않게 난로(stove)처럼 달아올라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극 중 남궁민은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에 부임한 신임 단장 백승수 역을 맡았다. 자애로운 리더보단 라인, 가식, 위선, 타성들을 모두 깨버리는 ‘돌직구 승부사’로 ‘사이다 어록’을 쏟아내며 속 시원한 쾌감을 안겨주는 리더다. 무뚝뚝한 말투와 시크한 표정, '싸가지 없다'고 욕먹지만 일 하나는 기똥차게 잘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평소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촬영 전부터 철저한 준비로 스태프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연출을 맡은 정동윤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완성도 높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매 신마다 심혈을 기울였다. 헤어스타일은 물론 직접 의상까지 셀렉하는 등 특유의 디테일을 발휘했다. 남궁민을 비롯해 아역부터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박은빈, 믿고 보는 배우 오정세와 《스카이캐슬》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조병규 등이 출연해 모두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는 평가다. SBS 사옥에서 열린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에서 들어본, 남궁민의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남궁민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출연하게 된 계기는 뭔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짜임새가 좋아 단숨에 읽혔다. 그 좋은 느낌을 가진 채 작가님을 만났는데 이후의 스토리까지 구상을 다 해 놓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순간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잘 모르지만 작가님이 쓴 글에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연기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연기자들 또한 연기적으로 풍요롭게 해 주는 분들이 많아 힘이 났다.”

시청률에 대한 생각은.

“배우는 어쩔 수 없이 작품의 성패와 관련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준비를 하면서 이번 작품 또한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 성패를 조금 초월해서 접근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연기에 중점을 둔 점은.

“백승수라는 캐릭터가 야구를 많이 아는 상태로 단장을 시작하는 인물이 아니어서 디테일보다는 대본에 집중했다. 전작 《김과장》에서는 조직 내 비리를 척결하고,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복수를 위해 칼을 들었다. 한데 《스토브리그》에서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인물이라 감정을 표현하기 쉽지 않더라. 초반부터 디테일한 감정선에 집중했다.”

현장에서 집중력이 높은 배우로 알려졌다.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어떻게 역할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을지 스스로 검증하려 애를 쓴다. 연기를 보시는 감독님의 눈이 날카롭다. 감독님께 피드백을 받으려 노력했다. 요구사항이 들어왔을 때 연기를 통해 만족시키면 쾌감을 느낀다(웃음).”

이번 역할도 그렇지만 전작인 《김과장》 《닥터 프리즈너》 등에서도 괴짜 같지만 사이다 같은 매력의 인물 연기를 선보였다.

“어떤 한 인물이 사회 구성원으로 나타나서 주류를 척결하는, 그 결은 전작들과 비슷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는 복수를 위해 자기 감정을 다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백승수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으면 상처를 주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는 인물이다. 결은 비슷하더라도 연기 톤이 다르도록 디테일한 차이를 주려 노력했다. 특히 표현에 있어서 나이제는 감정을 얼굴에 다 드러내는 사람이지만, 백승수는 자기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거나 소리로 표현하기 힘든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하는 사람이라, 톤이 굉장히 단조롭다. 하지만 그 속에서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드려야 했기에 연기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감독님한테 많이 물어보고 연구하며 연기했다.”

극 중 갈등 관계로 만나는 배우 오정세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2006년부터 걸림돌 같은 형이다(웃음). 촬영보다 술자리에서 더 많이 본 사람이라 동네 형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조작》이라는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고, 내가 연출하는 독립영화에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너무 친해서 형과 연기를 할 때 웃음이 나서 몰입하기 힘들었다. 눈빛만 봐도 기분이 나쁠 정도로 감정에 몰입했다. 촬영 내내 서로가 서로의 ‘걸림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하.”

좋아하는 야구팀이 있나.

“야구 드라마를 하는 입장에서 특정 구단의 팬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LG 시구를 하긴 했지만 팬은 아니다. 당시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야구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지금은 특정 구단을 응원하지 않는다. 굳이 골라야 한다면 SK다. 저희 촬영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어서 그곳을 제외하고 말하는 건 도의에 어긋나는 것 같다. 하하.”

 

남궁민의 사이다 명대사

남궁민은 《스토브리그》에서 매회 사이다 명대사를 터트리며 ‘갓궁민’의 저력을 입증했다.

“파벌싸움 하세요. 그런데 성적으로 하세요”

극 중 백승수(남궁민)는 드림즈 신임 단장으로 첫 부임한 후 양쪽 코치진들과의 술자리에서 날카로운 경고를 터트렸다. 감독을 허수아비로 만든 채 서로의 이권만을 주장하는 파벌싸움으로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망쳤던 이들이 반성은커녕 주도권을 잡기 위한 로비를 펼치는 것을 파악한 것. 백승수의 부조리를 꿰뚫는 일침에 코치진들은 경직되고 말았다.

“믿음으로 일하는 거 아닙니다. 각자 일을 잘하자는 겁니다”

극 중 백승수가 임동규(조한선) 트레이드에 대한 잘못된 소문으로 프런트들이 동요하는 와중에 “진행 중인 상황도 공유가 어려우신가요?”라며 따지는 이세영(박은빈)에게 조언을 건넨다. “믿음으로 일하는 거 아닙니다. 각자 일을 잘하자는 겁니다”라는 백승수의 말은 프런트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선사했다.

“조금이라도 팀에 해가 된다면 잘라내겠습니다”

극 중 백승수가 처음으로 모든 프런트들이 모인 신임 단장 환영 회식에서 담담하지만 강력한 선전포고를 날렸던 장면. 백승수는 회식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저는 할 겁니다. 조금이라도 팀에 해가 된다면 잘라내겠습니다. 해 오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라는 뼈 있는 말로 직진 행보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시스템을 바로 세울 겁니다”

극 중 백승수가 비리로 얼룩진 스카우트팀 고세혁(이준혁) 팀장 해고를 어물쩍 넘어가려던 사장에게 거침없는 일침을 던지는 장면. 고세혁을 해고하고, 양원섭(윤병희)을 팀장으로 세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조직 내 얽히고설킨 문제 중 ‘봐주기식 라인 문화’를 꼬집은 이번 장면은 직장 내 ‘을’들의 대리만족을 이끌어내며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스토브리그》 3無 법칙

《스토브리그》는 극 초반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와 토요일 미니시리즈 전체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스토브리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3無 법칙.

◆ 가식 無→ 무표정으로 사이다 발사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남궁민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토브리그》는 ‘오피스물 강자’인 남궁민의 리더 연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남궁민은 할 말 다 하면서도 표정 변화 없는 ‘확고부동 돌직구 리더’이자, 가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팩트 폭격기’를 특유의 디테일로 연기했다.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리더’의 면모로 보는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 러브라인 無→ 리얼리티 살린 오피스물

그동안 전문직종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직업의 세계보단 결국 러브라인에 포커스를 맞췄던 것이 사실. 《스토브리그》는 그런 드라마들과는 달리 꼼꼼한 야구 경기 고증을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공감된다는 직장인들이 대부분.

◆ 연기구멍 無 →펄펄 뛰는 ‘활어’ 연기

《스토브리그》가 본방 사수 드라마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연기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NO 가식’의 ‘돌직구 리더’ 백승수로 변신한 남궁민을 비롯해 프로야구 운영팀장 이세영 역의 박은빈은 연기 경력 21년 공력이 빛나는 몸을 사리지 않는 ‘NO 예쁜 척’ 열연으로 극의 활력을 높였다. 오정세는 전작 《동백꽃 필 무렵》의 규태를 완전히 지운 ‘NO 규태’의 면모로 구단주 조카, 갑질의 대명사 권경민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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