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놀란 유럽인들 “아시안 저리 가”…피해 속출
  • 클레어 함 유럽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7 16: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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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마다 피해 호소…한인 사회, 고민 깊어져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도 심심찮게 반중 정서가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현지에서 활동하는 손홍민 선수에게 어느 축구 팬이 인종차별 구호를 외친 것을 비롯해, 차이나타운이 있는 맨체스터에서는 지난 몇 주간 중국계 아동에 대한 수십 건의 인종차별 신고가 들어온 상태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중국인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독일 베를린 경찰은 ‘외국인 혐오에 의한 모욕과 구타’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2월1일 두 명의 여성이 23세의 중국 여성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은 당시 전철역으로 가던 피해 여성에게 인종 비하적 욕설과 함께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땅바닥에 내동이쳤다. 마침 지나가던 행인들의 도움으로 폭행당하던 피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유럽 내 교민에 대한 물리적 폭력 사건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한인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학교, 병원, 길거리 등 여러 장소에서 언어폭력 및 희롱 등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필자가 독일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 및 유럽 한인 여행자 커뮤니티에 올린 피해 사례 공유 요청에 3일간 수십 명이 피해 사례를 알려왔다. 이 중에는 길거리나 학교에서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대놓고 부르는 대범한 인종차별에서부터, 공공장소에서 한인들이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인상을 풍기며 노골적으로 피하는 행위 등 다양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한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놀림을 당한 불쾌한 일이 있었고 주변에도 유사한 사례가 더 있다고 전했다. 어느 한인 부부는 독일 내 바바리아주에서 첫 확진자가 발견된 직후,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신종 코로나 감염자로 오진돼 격리되는 해프닝도 겪었다고 했다.

한 중국인 여성이 2월1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 중국인 여성이 2월1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매체, ‘중국인 진료 거부’ 보도

이들은 중국 여행이나 중국인 접촉이 없었음에도, 아시아인의 외모 때문에 지나친 의심을 받은 것 같다며, 아울러 의사가 감염 추정 사실을 다른 환자들도 있는 병원 대기실에서 알리는 등, 부적절하고 배려 없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 ‘타게스차이퉁’은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은 중국인 여성의 진료를 거부한 사례를 보도했다. 독일에서는 의사 또는 다른 환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진료 거부는 불법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 차이에서 기인한 오해도 많았다. 다수의 여행자들이나 유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거나 무례한 언사를 한 경우를 알렸다.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는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스크 사용이 보편화됐으나 유럽에서는 마스크 사용이 수술하는 의사나, 면역력이 파괴된 항암치료 환자 등 중증환자들에 국한된다. 또한, 식당을 경영하는 한인 및 아시아인들은 매상이 30~40% 정도 확연히 줄었다고 전했다. 여행자들이 필자에게 제보한 차별 사례는 헝가리·아이슬란드·독일·스페인 등 유럽 전 지역에서 발생했다.

중국인 및 동양인에 대한 경계와 혐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도 비슷한 맥락에서 동양인 차별행위가 곳곳에서 일어났다는 언론 보도가 많다. 이와 관련해 인종차별적인 보도를 일삼는 보수-중도언론을 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최근 ‘change.org’ 서명 사이트에 “언론이 인종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서명 사이트는 “독일의 유명 주간지 ‘슈피겔’,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포스텐’, 프랑스 지역지 ‘르 쿠리에 피카르’, 호주 신문 ‘헤럴드 선’ 등을 사례로 꼽았다. 슈피겔은 2월1일자 보도에서 신종 코로나를 ‘메이드 인 차이나’로 중국인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목을 달았다. 르 쿠리에 피카르는 1월26일자 1면에 중국 여성 사진을 싣고 ‘황색 조심’이라는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썼다. 율란츠-포스텐은 1월27일 기사에서 중국 국기 오성홍기의 다섯 개 별을 신종 코로나 입자로 바꾼 만평을 내보냈다”고 전했다.

심지어 중도 성향의 독일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도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내용의 풍자 기사에 ‘박쥐를 먹는 나라에서 온 죽음의 바이러스”라는 제목을 달아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응해 독일의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독일 바바리아주의 한 제약회사 직원이 2월20일(현지시간) 의학용 마스크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바바리아주의 한 제약회사 직원이 2월20일(현지시간) 의학용 마스크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종차별 우려하는 유럽 내 목소리 점점 커져

이런 반중국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출신 유튜버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인 배우자가 있다고 소개한 젊은 독일 유튜버 토비는 “독일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면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가 자신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병의 전파를 줄일 수 있다”며 문화 차이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돼지열병(H1N1)이 전 세계로 퍼졌을 때 수백만 명의 사람이 감염됐으나 아무도 이를 미국 시민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지 않았다”며 “도대체 우리의 공감능력은 어디에 있냐”며 독일 사회를 비판했다. 독일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 동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2월 둘째 주, 폴란드 항구도시 그다인스크의 한 대학에서도 신종 코로나를 유포한다며 중국 유학생들을 모욕적인 제스처로 희롱한 폴란드 학생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은 학교에서 제적당할 위기에 처했다.

아울러, 유럽에서 반동양인 여론을 전환시키는데 독일에서 출생하고 자란 아시아계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도 있다. 독일 본대학 한국학과 연구원 강성운씨는 “20~30대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Marvin Xin Ku(타게스피겔), Lin Hierse(타츠), Nhi Le(프리랜서) 등 젊은 아시아계 저널리스트들이 일찍부터 목소리를 내서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형성했고 보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가톨릭계 일간지 ‘Journal La Croix’의 도리안 말로비치 아시아 편집장은 프랑스 내 동양인 인종차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사스와 신종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특정 ‘인종화’ 및 ‘낙인화’ 과정을 거치면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만연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향후 아시아에서 바이러스 재발 시 또다시 차별당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9년째 독일에 사는 김민주씨는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야”라며 독백을 하거나 비슷한 제스처를 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받는 이 상황 자체가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이 맞다”고 지적했다. 안종철 베네치아대 동양학부 조교수도 “한인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동포 사회가 이에 관한 논의를 새로 시작해야 할 단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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