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이낙연 “바닥 민심부터” vs 황교안 “전통 지지자부터”
  • 박성의·구민주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4 14: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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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유세 현장…통합 강조한 李, 정권 날 세운 黃

“아이고 참! 이렇게 마구 (저를) 볶으면 어떻게 해요!”

2월11일 오후 3시 평창동 06번 마을버스 안.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버스 안 시민들이 이 전 총리에게 ‘동네 애로사항’을 속사포처럼 털어놓기 시작하자, 이 전 총리가 “이 많은 말을 어찌 참고 사셨나”라며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이날 이 전 총리가 버스에 오른 이유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평창동 주민들의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버스 안 주민들은 “저녁에는 밥 먹는다고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닌다”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꼭 막아 달라”며 연신 건의사항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월1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마을버스에서 시민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왼쪽 사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이화장을 방문해 양아들인 이인수 박사 부부를 예방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월1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마을버스에서 시민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왼쪽 사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이화장을 방문해 양아들인 이인수 박사 부부를 예방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그렇게 25분을 시달린 끝에 이 전 총리가 버스에서 내렸다. 동행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이 전 총리가 먼저 말을 건넸다. “아휴, 참 쉽지가 않아요.” 잔뜩 지쳐 보이는 이 전 총리에게 기자가 “다시는 버스 유세 안 하는 거냐”고 묻자, 이 전 총리는 “이렇게라도 해야 주민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며 다음 유세지로 향했다. 그 뒤 이 전 총리는 청년 자영업자의 식당, 평창문화공간 등을 찾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한 주민이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너무 많이 해 (평창동이) 오도 가도 못하는 섬이 된다”고 하자 “대화를 해서 그분들의 요구 가운데 합리적인 것을 수용해 시위할 이유를 없애는 것, 그것이 제가 꿈꾸는 통합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세 행보는 단연 ‘기승전 정권 심판’이었다. 2월9일 유세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슨 사태’라고 표현해 논란이 된 후, 황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의 발언을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실정과 보수 통합을 강조하는 목소리엔 간간이 힘을 실었다. 

특히 전통 지지층을 겨냥해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2월11일), 기독교 단체(2월12일)를 방문했을 땐 “좌파와 싸워 대한민국을 되찾겠다” “불법을 저지르는 정부에 대해 안타깝다”는 등의 메시지를 던져, 지지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승만 기념관에선 이 전 대통령의 동상 앞에 새겨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를 외치며 “반드시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2월7일 출마 선언 후 닷새간 황 대표는 젊음의 거리와 모교인 성균관대학교를 방문한 첫날을 제외하곤 공식일정으로선 주로 종로의 상징적인 장소에 방문해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그 외엔 사전에 알리지 않는 비공개 일정으로 전통시장 등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났다. 유세 초반 어두운 정장을 고수하던 황 대표는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12일 직후부터 이낙연 총리와 마찬가지로 당 공식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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