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은 왜 불출마했을까…이준석이 말하는 보수통합 넘어야 할 고개들 [시사끝짱]
  • 한동희 PD (firstpd@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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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새보수당 통합 급물살 타나?

 [시사끝짱]

■ 진행: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 PD, 최인철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녹화 : 2월11일(화)

※ 아래 텍스트는 실제 영상 속 발언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유튜브‘시사저널TV’에서 영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보수가 힘을 합치고 다시 태어나 대한민국을 망국의 위기로부터 구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의 불출마 배경과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 새로운보수당 이준석 위원장과 얘기 나누겠습니다. 위원장은 유승민 의원과 상당히 가까운 사이죠.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간에 보수통합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시사끝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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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불출마, 오래 전에 결정된 것”

이준석: 제가 보수통합 또는 범야권의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헌신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요. 본인도 헌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불출마가 언제 결정되었느냐. 이제는 제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데, 상당히 오래 전입니다. 

소종섭: 오래 전이라는 게 언제를 얘기하는 겁니까? 

이준석: 유승민 의원이 수도권 출마 권유를 받았는데도 대구를 고집한 것은 결국 나중에 보수에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출마하기 위해서였다고 볼 수 있죠. 어떤 방식으로 희생할 것이냐는 오래 전에 정리된 거고 시기의 문제였다고 봅니다. 보수통합이 완성된 뒤에 화룡점정의 의미로 할 것인지, 아니면 물꼬를 트는 의미로 할 것인지. 유승민 의원은 시끄럽게 뭘 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까 보수대통합이나 연대라는 것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궤도에 오르고 선거에 좀 더 임박한 시점에 화룡점정으로 하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소종섭: 그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군요. 

이준석: 그런데 황교안 대표의 출마 결단 등 문제가 겹치면서 예상보다 초기에 나오게 됐습니다.  

소종섭: 그런 맥락이라면 지난번에 굳이 대구출마를 얘기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준석: 지역구를 옮겼다가 불출마하면 그건 이상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유승민 불출마로 한국당-새보수당 통합 급물살 타나?

소종섭: 대구출마를 선언할 때도 불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해석되네요. 어쨌든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자유한국당과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겁니까? 

이준석: 한국당은 유승민 의원의 생각 자체를 못 읽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유승민 의원이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고 그에 대한 답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답을 굉장히 느리게 내고 있죠. 황교안 대표가 본인의 종로출마 문제가 겹쳐서 그런지, 이런 정치적 상황에 기밀하게 대응하는 것 같진 않아요. 유승민 의원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황 대표 본인으로선 보수 지도자로서 통합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뭘 할지를 밝혀야 할 시점이 왔거든요. 그런데 그게 좀 애매모호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공화당 쪽에서는 이런 식의 연대통합에 대해서는 참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거든요.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서 일단락을 지을 것인지, 이런 것들은 황교안 대표가 해야 되는 정치적 판단인데 그게 늦어지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김형오 공천위원장이 사실은 비대위원장 역할까지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정치적인 수가 박자가 느립니다. 

 

황교안-유승민, 만나기는 하는 걸까

소종섭: 최근에 김형오 공천위원장이 당대표 급에 버금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께서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만날 것이란 얘기가 나온 지 벌써 2~3주가 됐는데 아직도 만나지 않고 있단 말이에요. 왜 그런 겁니까? 

이준석: 방송에서는 제가 처음 얘기하는 것 같은데. 유승민 대표는 통합이나 합당에 대한 경험이 한 번 있습니다. 그러니까 안철수라는 지도자와 함께 통합을 결의했는데. 

소종섭: 바른미래당을 만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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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그렇죠. 통합 과정에서는 안철수 대표와 소통이 원활했습니다. 그런데 통합을 하고 나니까 옆에 박주선 공동대표가 앉았단 말이에요. 물론 박주선 대표님도 훌륭한 정치인이지만. 

소종섭: 그전에는 그걸 모르는 상태였나 보죠? 

이준석: 그렇죠. 이렇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안철수 보고 합당했더니만 박주선과 공동대표가 되었다. 이 말은 뭐냐 하면 사실 통합이라는 건 정치적으로 상당한 결단이죠. 그래서 유 의원은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공동대표 하면서 갔던 건데, 과연 황교안 대표가 지금 책임 있는 자세로 통합을 이끌고 있느냐에 의문이 드는 거죠. 그간 모호한 발언들이라든지 아니면 적시적소에 필요한 발언들이 안 나오는 것이라든지 이런 걸 봤을 때, 이번에 또 황교안 대표랑 뭘 합의했다가 혹시 황교안 대표가 아닌 사람이 나중에 나타날 개연성이라든지, 아니면 황교안 대표가 모르쇠 하는 개연성이 생기는 건 아닌지. 이거는 사실 지금까지 새로운 보수정치를 하겠다고 표방하면서 3년 동안 어려운 길을 걸어왔는데, 도로 새누리당이 된다는 느낌이 들면 사실 참여하기 망설여지거든요. 불가역적 변화를 담보하는 언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행이 나온다고 해서 황교안 대표가 그걸 끝까지 담보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는 상황이고. 그 지점을 굉장히 우려했던 게 많았습니다. 

소종섭: 결국 이준석 위원장 얘기대로라면 두 사람이 만나는 키는 지금 유승민 의원이 쥐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거네요? 

이준석: 황교안 대표 본인이 종로지역구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중앙당 사무에 신경을 쓰는 게 어려운 지점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수록 추는 공천위원장으로 넘어갈 것이고 그리고 불출마로 몸이 가벼워진 유승민 의원의 어떤 역할이 부각될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소종섭: 결국 시간 싸움이기도 합니다. 또 이후에 실질적인 공천을 어떻게 할 거냐의 문제도 얽혀있기 때문에. 이준석 위원장 얘기대로라면 황교안 대표가 그런 부분에 대해 가시적이고 신뢰할 만한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빠르게 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가면서 유승민 의원과 김형오 공천위원장이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이른바 개혁보수적인 성격이 나오지 않겠냐, 이렇게 예측하고 계신 거죠? 

이준석: 당장 이번에 김재원 의원에 대한 공천을 가지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는데. 김재원 의원은 어떻게 보면 황교안 체제에 있어서 황교안이 핵심측근이라고 부를 정도로 요직에 앉히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형오 공천위는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구설수에 올리는 것이 김재원 의원이거든요. 이건 어떻게 보면 황교안이 지금까지 하지 못 했던 친박에 대한 메스를 들이대는 역할, 이걸 김형오 위원장이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아마 비대위원장 이상의 권한으로 인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종섭: 공천위원장이 갖고 있는 한계가 있을 거 아닙니까. 당대당의 통합이든 연대든 결국은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 간에 신뢰관계라든지 향후에 보수의 방향에 대한 공감대라든지 이런 것들이 있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을 텐데. 

 

“김형오發 공천 칼바람, 정계개편에 영향 줄 것”

이준석: 이번에 공천이 정계개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예를 들어 친박다선들, TK에서 다 날렸다고 한번 보세요. 그러면 바로 그다음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지점이 '저 사람들이 과연 승복해서 불출마 하겠느냐.' 아니면 '득달같이 우리공화당으로 달려가서 거기서 TK에 승부를 보려고 할 것이냐.' 이런 것들이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수반되는 이런 작업들인데. 김형오 위원장이 그걸 충분히 핸들링할 수 있다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김형오 위원장이 만약에 본인의 정치적 권위가 낮아서 무마하는 작업 속에 황교안 대표의 손을 빌려야 된다, 김형오는 못 한다 황교안이 하는 건 있다 이러면 황교안 대표의 역할이 부각되겠지만 거꾸로 황교안이 못 하는 걸 김형오가 하고 있다, 이런 이미지가 형성되면 굉장히 급속도로 힘은 한 쪽으로 몰리게 돼있습니다. 

소종섭: 결과적으로 봤을 때 보수통합이 잘 될 거라 보나요? 이준석 위원장 어떻게 봅니까. 

이준석: 제가 항상 운동장론을 펼치지만 많은 학생을 줄 세우려고 하면 결국에는 통합신당이 어디서 손을 들고 기준이라고 외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는 오른쪽에서 조금 더 왼쪽으로 와야 되는 상황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걸 수행해낼 의지가 황교안 대표한테 있는지를 봐야겠습니다.

소종섭: 아직은 보수통합 부분에 대해서 확신하기는 조금 이르다? 

이준석: 제가 항상 말씀드리지만 합쳐가지고 37% 낙선, 이런 건 아무도 하고 싶지도 않아 하고, 한다 해도 국민들에게 감동도 못 줄 겁니다. 그럼 그 이상의 전격적인 행동이 있어야 되는 것이고. 인적쇄신, 그러니까 지탄 받는 친박 인사들에 대한 공천 문제에서도 그렇고. 그다음에 당을 신설합당하게 되면 정강정책이 새로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겁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 때는 선진화가 키워드였고 박근혜 대통령 때는 경제민주화 이런 게 주가 됐는데. 그 이후에 김병준, 황교안 거치면서 민부론 이런 것까지 나오면서 성향이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여기서 어떻게 운동장에서 가운데 기준을 잡을 것이냐. 앞으로 줄다리기가 상당할 걸로 보입니다. 

소종섭: 김형오 공천위원장과 유승민 의원은 개인적으로 신뢰관계가 있는 편인가요? 

ⓒ시사끝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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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김형오 위원장님이 오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3선 이상 의원 중에 내가 모르는 사람 없다.” 그 말은 ‘당신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당신들을 날릴 때는 알고 날리는 거다.’ 이런 얘기거든요. 그렇게 되면 반박하기 쉽지 않죠. 비겁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 역할을 하면서 여론조사 돌려봤더니 졌더라, 이렇게 하면 변명이라도 하거든요. “나는 널 잘 알기 때문에 잘랐다.” 이렇게 얘기하면 기분 나쁘겠지만 항의할 수가 없어요. 

소종섭: 이준석 위원장의 분석대로라면 김형오 공천위원장도 그동안 공천위원장을 맡기 전에도 언론인터뷰에서 보수의 거듭남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를 했었고 그런 부분들이 유승민 의원이 얘기하는 이른바 개혁보수와 일정하게 결이 닿아있는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황교안 대표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효과적이냐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의 공천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걸로 보이고요. 통합 부분은 그런 흐름 속에서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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