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생 청년소방관의 인생 2막 “내가 정치를 택한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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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민주당 영입인재 5호 오영환 前중앙 119구조본부 소속 항공대원
“세월호 사건 이후 정치 관심 커져…취약계층의 안전사각지대 메울 것”

2019년 10월31일 밤 11시26분. 환자를 이송하던 중앙119구조본부 소방구조헬기가 독도 앞바다에 추락했다. 7명이 실종됐고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이 꾸려졌다. 상황은 급박했다. 헬기가 추락한 지역을, 헬기를 타고 수색해야 한다는 공포감이 수색대원들을 휘감았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바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 수색은 39일 동안 이어졌고 실종자 3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영입인재 5호가 된 오영환(31) 전 중앙 119구조본부 소속 항공대원의 마지막 임무는 이렇게 끝났다. 

재난 현장에서 생사를 마주하던 오씨의 삶은 올해 겨울 뒤바뀌었다. 그는 이제 구조장비 대신 넥타이를, 정든 ‘노란 비둘기’(소방관의 상징) 표식 대신 민주당 배지를 달고 있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그를 영입인재로 불러 들였고, 오씨는 그렇게 오는 총선에서 국회 입성을 노리는 ‘예비 정치인’이 됐다. 불이 나고, 부서지고, 망가진 사고 현장만 찾던 그의 시선이 여의도를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2월12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오씨를 만났다. 

2월12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영입인재 5호' 오영환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기자
2월12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영입인재 5호' 오영환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기자

 

“국민 안전, 결국 정치가 좌우한다”

오씨의 인생에서 10대를 빼면 남는 것은 ‘소방’ 하나다. 의무소방 2년, 소방관 10년. 그가 소방 현장에서 누빈 세월만 어느덧 12년이다. 불과 두 달 전까지 베테랑 소방관이던 그는, 이제 민주당 막내 당원이 됐다. 서른 줄에 자신의 인생을 ‘리셋’ 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실제 오씨도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영입 기자회견 날까지 부모님에게마저 ‘여의도행’을 감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물었다. “왜 정치인가. 왜 민주당인가.”

“결정적 계기는 세월호 사고였다. 당시 무기력한 정부의 모습을 봤다. 정상적인 구조 활동이 정치 탓에 왜곡되고 방해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조금 다르더라. 소방청이 독립됐고 소방직공무원은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말이 아닌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믿음이 생겼다. 다만 아직도 현장에는 기존 정치권에서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재난 취약 사각지대가 많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그가 입당 기자회견을 연 지 38일째였다. 민주당 입당 후, 그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는 “12년 간 듣던 출동 벨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게 참 낯설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이제 현장에서 한 명, 한 명을 직접 구할 수는 없지만 이들을 구하고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역시 또 하나의 긴급한 현장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오씨의 발언은 정제돼 있었다. 어쩌면 입당과 동시에 마주했던 시련이 그를 단련시킨 듯 했다. 오씨는 1월7일 입당 기자회견 당시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행 아니었나’라며 각을 세웠고,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정치인에게 유명세는 무명보다 낫다. 그러나 앞서 ‘국민 영웅’ 칭호를 받던 그가 대중과 맞서는 상황은 꽤나 뼈아픈 통과의례였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사 내용들이 계속 흘러나왔고, 그 중 일부 문제들이 침소봉대돼 검찰개혁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관행이었다는 표현이 거부감을 일으켰는데, 이후 언어 사용을 더 신중히 하고 있다. 물론 공격 받기 싫은 것은 아니다. 정치를 한다면 책임 있게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발언 하나 탓에 ‘왜 정치를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가’라는 주제가 가려지는 건 마음이 아팠다.”

 

“쪽방 어르신 위한 안전 법률이 없다”

소방관 재직 시절 오영환씨 모습 ⓒ오영환
중앙 119구조본부 재직 시절 오영환씨 모습 ⓒ오영환

 

일각에선 이런 비판도 나온다. 최근 정당들이 내세우는 영입인재 전략이 ‘포퓰리즘’(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행태)이라는 것이다. 소위 ‘스토리’가 괜찮은 인물들만 추려 불러들이는 게, 과연 적절한가를 두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잠깐의 화제성은 있겠으나 입법 지식이나 총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박하게 일한 사람이 정치도 절박하게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스토리 혹은 청년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공격을 하는데, 나는 소방관으로서 현장에만 10년 넘게 있었다. 잘못된 정책의 최후를 누구보다 많이 마주했으며, 안전 관련 고민을 누구보다 많이 했고, 그렇기에 답을 찾는 데 가장 특화된 사람이라 생각한다. (영입인재들은) 자신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던 중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이다. 비난을 위한 비난은 안타깝다.”

오씨 말대로 그는 ‘안전 전문가’다. 우리 사회 안전망의 어느 곳에 구멍이 나있는지, 그 구멍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 지 그는 잘 알고 있다. 또래들이 삶 속에서 여유를 찾는 ‘워라벨’을 말할 때, 오씨는 사고 현장을 누비며 인명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런 오씨가 정치인이 된다면 가장 먼저 손보고 싶은 법은 무엇일까. 영화 《기생충》에서 봉준호 감독이 그랬듯, 오씨의 시선도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2016년부터 주택용 소방시설에 단독경보형 감지기, 소화기를 설치하는 게 의무화됐다. 그런데 처벌조항도 없고 강제성도 없다. 무엇보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는 (감지기 등이) 무용지물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경제적으로 곤란할수록 주거환경은 열악하다. 최근 뉴스를 보라. 서울 서대문구에서 폐지를 주우며 쪽방에 살던 어르신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거동이 불편한 부산의 국가유공자 중증장애인도 화재 탓에 사망했다. 재난취약계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 분들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오씨가 말하는 ‘효과적인 보호’란 무엇일까. 그는 ‘간이 스프링클러’를 해결책으로 내놨다. 오씨는 “화재 사망자 대부분은 스프링쿨러를 설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홀몸 노인이나 쪽방촌 등에 저비용 고효율의 생명 안전 담보 소방시설인 간이 스프링클러가 필요하다”며 “그 분들이 돈을 내서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실태를 조사를 거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이 나기 전에 사고 막는 정치인 될 것”

오씨는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면 소방공무원으로서는 최초의 국회의원이 된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 4·15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이 영입한 외부인사들의 출마 지역이 정해지지 않았다. 14일 현재까지 영입인재 방식으로 들어온 19명의 인사 중 총선 진로를 확정한 인물은 경남 양산갑 출마를 발표한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뿐이다.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오씨는 “소방관으로서 정책을 펴나갈 기회가 주어진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며 차분히 공약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오씨는 ‘클라이밍 황제’ 김자인 선수의 남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 간판’으로 불리는 부인 김 선수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리드 최다 우승(28회) 보유자로 10년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씨는 “와이프가 도쿄올림픽 출전 선발전에 나가기 위해 4월에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있다”며 “당장 이번 주에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이 예정돼 있는데, (총선을 앞두고)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나 ‘前소방관’이 된 오씨의 목표를 묻자 이내 눈빛이 바뀌었다.

“정말로 간절하다. 안전에 관한 법과 제도는 내가 아니더라도 꼭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국회에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이 들어간다면 더 많은 이를 구하고 지켜내는 정치,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민안전은 이제 시대정신이다. 불이 나기 전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소방관처럼 출동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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