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지하도상가조례는 개정됐지만…여전히 ‘숙제’ 남아
  • 인천취재본부 주재홍·이정용기자 (jujae84@gmail.com)
  • 승인 2020.02.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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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인천시의원 ‘상생협의회’ 참여 불만…“시간 끌다가 상인들 권익 보호 못 해”

‘인천시 지하도상가관리운영 조례’가 진통을 겪다가 1월31일에 개정됐다. 2002년에 제정됐던 지하도상가관리운영 조례가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이 금지하고 있는 내용과 충돌하는 조항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17년 만에 개정된 것이다.

이로써 지하도상가 최초 임차인의 불법 전대와 양도·양수, 부당이득, 임차기간 연장 특혜, 조세포탈 등의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잡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지하도상가관리운영 조례가 최초 임차인의 권리를 제한한데다, 상생협의회라는 명칭의 심의기구를 설치하도록 해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회 전경. ⓒ인천시의회
인천시의회 전경. ⓒ인천시의회

불법 전대·양도·양수 해소…독소조항 여지 ‘논란’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당초 인천시 지하도상가관리운영조례는 임차인이 개·보수비용을 기부채납한 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20년의 범위 안에서 임차기간을 재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초 임차인이 장기 점유할 수 있도록 임차권리를 양도·양수하거나 전대하는 것도 가능했다.  

감사원은 2018년 10월 특정감사를 통해 지하도상가 최초 임차인이 전대와 양도·양수로 45억97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보수공사를 통한 임차기간도 최소 3년2개월에서 최대 6년11개월이나 길게 산정됐다고 지적했다. 또 최초 임차인에게 연평균 16억원 상당의 임차비용(대부료)이 적게 부과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최초 임차인들이 지하도상가 보수공사를 통해 임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없앴다. 또 최초 임차인의 불법 전대와 임차권 양도·양수도 2년간 유예한 후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대신, 현재 임차인의 계약기간은 5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조례에 삽입된 ‘상생협의회 설치 및 기능’이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생협의회가 지하도상가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뿐만 아니라 법령 등 제도를 보완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의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정된 지하도상가관리운영조례를 원천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상생협의회는 지하도상가 관리·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과 관계법령 등의 제도 보완 제안, 지하도상가 상생발전을 위한 종합 지원대책, 지하도상가 활성화를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을 심의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에 개정된 조례의 핵심은 최초 임차인의 불법 전대·양도·양수를 전면 금지시키는 대신에 일정 기간을 유예해 준 것”이라며 “상생협의회가 이런 부분을 다시 논의하고 심의하게 되면, 갈등을 부추기는 심의기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쓱한’ 인천시의회…“상생협의회서 생색만 낼 것”

상생협의회는 이르면 오는 3월 출범하게 된다. 총 15명 이내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들은 인천시의원과 지하도상가 상인으로 구성된 법인의 임원, 관계 공무원, 해당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일부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상생협의회에 인천시의원이 참여한다는 데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조례가 최초 임차인들에게 불리하게 졸속으로 개정됐는데도 인천시의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하도상가 최초 임차인과 상인 등 100여명은 지난 2월11일 인천시청 민원실을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쯤 인천시의회 의장실로 자리를 옮겨 최초 임차인 등에게 불리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인천시의원들을 따갑게 질타했다.

일부 지하도상가 최초 임차인 등은 인천시의원들이 상생협의회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조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는데, 인천시의원들이 굳이 상생협의회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앞서 인천시의회는 2019년 8월에 인천시가 상정한 조례 개정안을 6개월이나 보류시켰다가 올해 1월31일이 돼서야 ‘대동소이’한 상태로 통과시켰다. 특히 계약 만료를 앞둔 인현지하도상가 등이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 1월29~31일까지 인천시가 상정한 개정안을 토대로 조례안을 급조했다.

이는 인천시의회가 시급한 사안을 지체시켰고, 지하도상가연합회 회원들의 권익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위에 참석했던 한 지하도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인천시의원들에게 ‘지하도상가 전대 2년 유예, 계약연장 5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했지만, 시간만 끌다가 개정된 조례에 포함됐다”며 “이번 상생협의회에 참여하는 것도 생색만 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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