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혁명] 비틀스에 맞먹는 세계적 영향력의 비결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4 08:00
  • 호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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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음악성과 퍼포먼스를 서구가 ‘발견’
BTS ‘개념 메시지’로 전 세계 젊은이들 마음 사로잡아

방탄소년단(BTS)은 대형 기획사가 아닌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2013년에 데뷔했다. 그룹 이름엔 10~20대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막아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멤버들이 음악작업에 개입하는 뮤지션형 아이돌이며, 사회의식을 담는 힙합아이돌로 자리매김했지만 초기 반응은 미약했다. 데뷔하자마자 뜨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과 대조적이다. 2015년 미니앨범 ‘화양연화 pt.1’로 뒤늦게 뜨긴 했지만 슈퍼스타급은 아니었다. 그런데 해외에서 심상찮은 반응이 나타났다. ‘화양연화 pt.1’의 수록곡 《쩔어》의 칼군무 뮤직비디오가 해외에서 호평받으며 SNS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을 말한다)’가 되어 갔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15년, 유럽 최대 대중음악 시상식인 ‘MTV EMA 2015’의 월드 와이드 액트 부문 한국 대표로 선정됐다. MTV EMA는 당시 “BTS는 직접 음악을 쓰고 작업하며, BTS의 음악을 통해 본인들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국제적 인기에 시동이 걸렸다. 미니앨범 ‘화양연화 pt.2’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71위에 올랐다. 일본 오리콘 싱글 주간 차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이돌 이미지가 흔하지만 서구에선 그렇지 않았다. BTS의 퍼포먼스와 시각적 이미지는 충격이었다. ⓒ뉴시스
우리나라에선 아이돌 이미지가 흔하지만 서구에선 그렇지 않았다. BTS의 퍼포먼스와 시각적 이미지는 충격이었다. ⓒ뉴시스

2017년, 시작된 BTS의 전설

2016년에 발표한 화양연화 시리즈 정리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에서 싱글 《불타오르네(FIRE)》의 칼군무 뮤직비디오가 또다시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해외 누리꾼들과 음악계 관계자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방탄소년단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때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한류스타 기대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데뷔 초부터 이어온 SNS 소통과 함께 열성 팬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튜브에선 해외 팬덤이 자발적으로 올린 《쩔어》 《불타오르네》 반응 영상이 퍼져 갔다.

2016년 두 번째 정규 앨범 ‘WINGS’가 빌보드 앨범 차트 26위,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1위,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62위에 오르며 방탄소년단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때부터 방탄소년단의 해외 인기, 서양인들이 유튜브에서 보내는 찬사 등이 국내에 알려지며 국내 열기도 달아올랐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은 탁월한 음악성과 놀라운 뮤직비디오 영상미로 방탄소년단을 아티스트 반열로 끌어올렸다.

2017년 스페셜 앨범 ‘YOU NEVER WALK ALONE’의 타이틀곡 《봄날》이 한국 아이돌 최초로 미국 아이튠즈 차트 톱텐에 진입해 8위에 올랐다. 이 앨범의 수록곡 《Not Today》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면서 BTS는 현존하는 지구상 최고의 퍼포먼스 뮤지션으로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2017년 5월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같은 해 1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DNA》를 선보이며 비틀스 이래 가장 폭발적인 미국 데뷔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의 유명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는 “공항에 BTS가 도착했을 때 마치 비틀스가 온 것 같았다”고 했다. 이때 미국 팬들이 한국 음악방송과 똑같은 방식의 한국어 떼창을 선보여 우리를 놀라게 했다.

팀 이름에서부터 10~20세대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막겠다며 젊은 세대를 향한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화양연화’ 시리즈 청춘 3부작으로 젊은 세대와의 일체성을 강화했다. 마침 인터넷 기술이 발달해 BTS의 메시지가 전 세계로 전파될 조건도 무르익었다. 그러자 자기들만의 콘텐츠를 찾던 젊은 세대가 반응한 것이다.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어서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했다는 스토리를 서구 젊은이들도 이해했고, 그래서 자신들과 동일시했다.

‘꿈이 없어도 괜찮아 /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 / 멈춰 서도 괜찮아… 우린 꿈을 남한테서 꿔 빚처럼 / 위대해져야 한다 배워 빛처럼 / 꿈이 뭐 거창한 거라고 / 아무나 되라고’(《낙원》의 가사 中)와 같은 BTS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위로가 됐다.

처음엔 BTS의 퍼포먼스와 수려한 외모, 뮤직비디오의 영상미가 이목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선 아이돌 이미지가 흔하지만 서구에선 그렇지 않았다. BTS의 퍼포먼스와 시각적 이미지는 충격이었다. 다른 한국 아이돌에 비해 BTS는 힙합이 바탕에 깔린, 좀 더 미국적인 음악으로 서구 팬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반면에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을 열광시키는 SM 보이밴드(보이그룹)는 좀 덜 미국적인, SM 특유의 음악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가운데 다른 아이돌과 질적으로 달라 보이는, 차별화된 칼군무까지 더해져 서구 팬에게 ‘발견’된 것이다.

미국의 유명 TV쇼 ‘The late late show’에서 신곡 《블랙스완》을 선보인 방탄소년단 ⓒthe late late show 캡처
미국의 유명 TV쇼 ‘The late late show’에서 신곡 《블랙스완》을 선보인 방탄소년단 ⓒthe late late show 캡처

사유의 흔적들…아이돌 아닌 뮤지션으로

서구에서 한국 아이돌은 남이 만들어준 음악을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BTS는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 이미지로 그 고정관념도 깼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회적 메시지와 젊은 세대의 자존감을 고취시켜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산해 존경받는 ‘개념’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밝은 내용 일변도였던 아이돌 노래들과 달리 BTS가 내면의 어두운 측면도 조명한 점은 BTS에 대한 열광을 더 키웠다.

특히 BTS의 인터뷰에 이런 ‘사유의 흔적’들이 나타나는데 이 내용이 각국 언어로 번역돼 퍼져 나갔다. 예를 들어 슈가는 “불안함과 외로움은 평생 함께하는 것 같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 상황과 순간마다 감정이 너무 달라서 매 순간 고민하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구 사회엔, 뮤지션은 자기 음악을 스스로 만들거나 자기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야 한다는 관념이 있다. 그동안의 일반적인 아이돌들은 여기에 부합하지 않았지만, BTS는 바로 그런 서구인들이 아티스트로 인정할 만한 진정성을 선보이면서도 시각적인 퍼포먼스로도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줬다.

마침 누리꾼들이 단순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능동적 소비문화가 확산될 시점에 BTS 팬덤이 등장해, 이들이 BTS 신드롬 확산에 크게 공헌했다. BTS 관련 콘텐츠가 공개되면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에 나서는 것도 이들이다. 이들 덕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BTS의 메시지가 전 지구에 전파됐다.

이렇게 동양인인 BTS가 서구에서 존경받는, 핫한 아티스트가 되자 비(非)백인 청소년들이 BTS를 보며 자부심과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히스패닉, 동양, 중동 등에서 더욱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중동에선 서구문화의 직접 유입이 가져올 충격에 대한 우려로 BTS가 대체재로 선택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공연 당시 이례적인 환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팬덤의 깊이가 깊어지고 저변도 폭발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2018년에 마침내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앨범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미국 음악전문매체 롤링스톤은 “BTS가 공식적으로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고 썼다. 가디언지는 “(BTS의 팬클럽은) 1960년대 비틀스 마니아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BBC마저 BTS를 ‘21세기 비틀스’라고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RM의 유엔 연설로 ‘개념 아티스트’ 이미지 굳혀

2018년 9월엔 BTS의 RM이 유엔(UN)본부에서 연설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제는 BTS의 앨범 타이틀과 유사하며, 캠페인 타이틀이기도 한 ‘러브 마이셀프’였다. 이 사건으로 BTS가 의식 있는 개념 아티스트라는 이미지가 전 세계에서 확고해졌고, 팬덤이 더 깊어졌다. RM의 연설문을 교재로 쓰는 서구 학교들까지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2018~19 월드투어는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각국의 대표적인 스타디움을 돌았고,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BTS를 환영하는 특별 조명을 점등했다. 국가적 행사 때나 진행되는 이벤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콘서트를 앞두고 여성의 호텔 자유 투숙을 막는 법이 바뀌었다. 이 투어는 2019년 빌보드 결산에서 세계 3위 투어에 올랐다. 관록 있는 슈퍼 팝스타가 아닌 어린 아이돌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과다. 빌보드 부사장 실비오 피에로룽은 “BTS는 이제 비틀스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라고 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올해엔 그래미 시상식 공연을 펼쳤고, 신곡 《블랙스완》으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퍼포먼스가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왔다. 타임지 글로벌판 표지에 두 번째로 올랐다. 2월 첫째 주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통산 164번째 1위를 기록해 저스틴 비버의 최고 기록(163회)을 깼다. 3위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28회다. 놀라운 건 BTS의 팬덤이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지난 연말 “한류는 앞으로 10년 이상 더 갈 수 있다”며 “특히 BTS는 2023년까지 한국 경제에 56조원 이상 기여할 것(현대경제연구원 인용)”이라고 전망했다.

BTS의 군 입대로 이 예측이 실현되긴 힘들겠지만, BTS로 인해 한류는 서구권에서 본격적으로 부흥기를 맞고 있다. 후배 가수들이 과거보다 더 수월하게 미국에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까지 바뀌고,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서구인들도 속출한다. 2019년에 미국, 러시아, 아랍 등 여러 나라 팬들이 BTS를 비롯한 한류스타 때문에 한글날을 기렸다. BTS와 한류가 만들어낸 한국의 소프트 파워에 우리가 놀라고 세계가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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