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체육회장 재선거 ‘안하나 못하나’
  • 호남취재본부 이경재·조현중 기자 (sisa614@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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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자격시비’ 서구체육회장 한 달째 공석
대한체육회 “박재현 당선인 후보 자격 없다” 판단
선관위원 2명 사퇴에 선거무효·재투표 의결조차 못해

광주 서구체육회가 첫 직선 당선인의 자격 문제로 한 달째 회장직 공석 사태를 빚는 등 허술한 행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당선인 자격 문제로 광주시체육회에서 인준을 받지 못한 가운데 상급단체가 “후보 자격이 없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선거무효와 재투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광주 서구청 전경(사진은 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함)  ⓒ광주 서구
광주 서구청 전경(사진은 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함) ⓒ광주 서구

17일 광주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규정상 인준권을 갖고 있는 시체육회는 지난달 15일 민선 체육회장 선거로 당선된 5개 자치구체육회장 중 동구와 남구, 북구, 광산구 체육회장에 대해 인준 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서구체육회장 당선인에 대한 인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구체육회가 박재현 당선인에 대한 인준 요청을 시체육회에 못하고 있어서다. 박 당선인이 1997년 시체육회 근무 당시 횡령죄로 벌금 3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선거관리 규정에 따르면 직무와 관련한 횡령죄로 벌금 300만원 이상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회장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 하지만 서구체육회 선거관리 규정상 벌금형을 확인하는 증빙서류가 없어도 입후보 등록과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경쟁 상대였던 박아무개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사자 동의 없는 범죄경력 조회가 어려워 사실 확인이 늦어졌다. 결국 서구체육회와 서구체육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선거가 치러졌다.

예정대로 진행된 선거에서 박 당선인은 선거인단 216명 중 110명의 표를 획득하며 당선됐다. 하지만 상대 후보 측과 체육인들 사이에서 후보 자격 시비가 지속되자 인준 요청을 하지 못했다. 

결국 서구체육회는 지난 3일 이의신청 내용과 박 당선인의 확인서(진술서) 등을 토대로 대한체육회에 후보자격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박 당선인은 처음부터 후보 자격이 없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상급 단체의 이 같은 결론에 재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서구체육회는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다. 서구체육회는 지난 6일 11차 선관위 회의를 열었으나 이날 선관위원 7명 중 2명이 사퇴해 선거무효와 재투표를 의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체육회 규정상 선관위원은 최소 7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특히 새 선관위원 구성을 위해선 구체육회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박 당선인과 친분이 있는 이사들이 많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후보 자격이 없다는 대한체육회 유권해석에 수긍하지 못하고 ‘법적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자격 유무는 선관위에 후보 접수 당시 판단해줘야 하는데 당선교부증까지 받고 사실상 임기가 시작된 상태에서 뒤늦게 이 같이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정 공방이 장기화하면 서구체육회는 수장 없는 체육회의 파행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민간단체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며 “하지만 서구체육회와 선관위원 등과 잘 협의해 원만히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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