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 피우는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이유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5 17:00
  • 호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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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연료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 때문…환기 늘리고 식용유 사용 줄여야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은 남녀 모두 폐암이었다. 폐암 발생의 가장 강력한 위험요인은 흡연이다. 하지만 2018년 국민영양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 흡연율은 7.5%로 남성 흡연율 36.7%보다 매우 낮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의 실내공기에 포함된 유해물질은 주방에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서 흔히 LPG(액화석유가스)나 LNG(액화천연가스)로 조리하는데 이때 일산화탄소나 이산화질소 등 가스와 미세먼지,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특히 환기를 잘하지 않고 조리하거나 조리 과정에서 연기나 그을음이 나오는 경우 이러한 유해물질이 더 많이 생성된다.

이 중 일산화탄소나 이산화질소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등 호흡기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호흡곤란이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일으키고 서서히 폐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편 벤조피렌이나 포름알데히드는 폐암을 유발할 수 있어 여성 폐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의심된다. 조리 과정에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들 물질에 노출될 경우 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관련 연구 결과 23편을 모아 9411명의 폐암 환자를 분석한 해외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리 과정에서 식용유 연기에 노출된 여성의 폐암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2배 높았다. 또 주방에 환기가 잘 안될 경우 폐암 위험이 약 1.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으로 볶는 요리를 하면 폐암 발생 위험이 약 1.9배 높아진다는 사실도 보고됐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주방 환기 안되면 폐암 위험 49% 증가

홍콩에서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비흡연 여성이 조리 과정에서 기름 연기에 노출되는 빈도와 기간이 길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7만여 명의 여성을 13년 동안 추적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주방의 환기 상태가 나쁘거나 조리에 식용유를 자주 사용할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방 환기 상태가 나쁜 것만으로도 폐암 발생 위험이 49%나 높아진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주방 조리 과정에서 이러한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리 전후에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후드를 틀어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집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후드는 주기적으로 필터를 세척하고 내부에 쌓인 기름때를 청소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도 후드 성능이 계속 떨어지면 후드를 교체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LPG나 LNG보다는 전기를 사용하는 조리기구가 유해물질을 상대적으로 적게 배츨한다.

조리 과정에서 음식이 타거나 연기가 많이 날 경우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 발생이 증가하므로 음식을 태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또 식용유를 사용하는 요리 빈도를 줄이는 것 역시 유해물질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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