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다시 국감 증언대 설까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6 12:00
  • 호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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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푸드-협력업체 녹취록 단독 공개…위증 논란에 신 회장 재소환 목소리도 커져

시사저널은 지난 1월16일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의 국정감사 위증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조 대표가 지난해 10월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한 발언이 위증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조 대표는 “갑질 논란 당사자로 협력업체였던 후로즌델리가 그동안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8월 후로즌델리와 작성한 합의서에 ‘품질과 가격이 맞으면 롯데푸드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문구가 있다”며 “후로즌델리 측이 이 문구를 악용해 경유 매출 등 부당한 요구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합의서 작성 시점에 후로즌델리는 부도가 나 실체 없는 회사였다”며 “롯데그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들을 해 와 지금까지 분쟁이 지속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의 위증 논란이 제기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다시 소환될지 주목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의 위증 논란이 제기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다시 소환될지 주목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 위증 의혹

하지만 조 대표는 국정감사를 보름여 앞두고 은밀히 후로즌델리의 전은배 대표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이후 충남 예산의 모처에서 만나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국정감사장에서 밝힌 협력업체에 이른바 ‘역갑질’을 당했다는 발언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일었다.(시사저널 1578호 기사 참조)

시사저널은 추가 취재 과정에서 롯데푸드와 후로즌델리 경영자들이 나눈 당시 대화 녹취록 전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녹취록에는 2014년 8월20일 합의서 작성 전후 상황이 소상히 담겨 있다. 초기 합의는 당시 롯데푸드 대표였던 이영호 롯데그룹 식품BU장(사장)이 주도했다. 합의서 작성 이틀 전인 8월18일 이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은배 후로즌델리 대표는 롯데푸드의 갑질을 성토했다. 그는 “기존에 사용하던 팥빙수 기계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테스트를 했다. 롯데푸드는 제품이 불량이어서 기계 못 산다고 하고, 생산된 제품을 몰래 시중에 판매했다. 기계는 안 사고 생산 노하우만 빼앗아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그 전에도 생산했는데 무슨 불량이냐. 그 얘기 와서 잘했다”고 답했다.

이어 전 대표가 “윗선의 지시로 후로즌델리를 정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며 롯데푸드 외주담당 직원의 진술서를 제시하자, 이 사장은 “(전 사장이) 애를 많이 먹었구나. 우리 일을 하다가 거래가 중단되면서 이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겠다)”라고 답했다.

이후 경영지원이사인 손모씨, 총무부장 권모씨까지 배석시켜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조율했다. 위로금 형태로 7억원을 우선 지급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납품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납품 건은 당장 찾을 수 없으니, 향후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푸드 측은 위로금에 대한 세금이나 경비는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상세하게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조경호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한 “역갑질을 당했다”는 발언과는 반대되는 내용이었다.

논의 끝에 양측은 8월20일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만나 추가 납품 건에 대해 논의했다. 이때부터는 이 사장과 함께 당시 롯데푸드 구매이사였던 김용기 롯데유통사업본부 대표가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양측은 박스로 시작해 캔 등으로 납품 물량을 확대하는 방향 등을 논의했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 합의를 주도했던 이영호 대표가 롯데그룹 식품BU장으로 옮겨가면서 논의 역시 시들해졌다.

롯데푸드는 2019년 10월 전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8월 합의서 작성을 계기로 일단락됐던 분쟁 건을 전 대표가 외부에 유출한 만큼, 위약금 7억원을 반납하라는 취지였다. 일종의 입막음용으로 추정된다. 소송 시점이 조 대표가 협력업체 대표를 은밀히 만나 거액의 보상금을 제한하고 결렬된 지 불과 한 달여 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또 다른 갑질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3일 갑자기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국정감사를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무기로 지인에게 3억원을 주라고 롯데그룹을 압박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후 국감 증인은 신동빈 회장에서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로 교체됐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롯데푸드 갑질 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정감사나 청문회의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특히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던 2016년 12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상생협력 차원에서 후로즌델리와 작성한 합의서 내용을 롯데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회장은 “중소기업과 합의한 약속이니만큼 꼭 지키겠다”고 답했다. 이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은 상태다.

롯데푸드와 협력업체 간 대화 녹취록 ⓒ시사저널 임준선

이영호 사장·조경호 대표 ‘묵묵부답’ 일관

이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신 회장을 다시 불러 진위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국회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 위증은 갑질 문제와 또 다르다”면서 “국회 주변에서는 그동안 신 회장이 갑자기 증인 명단에서 빠진 것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진위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라도 올해 국감에서 신 회장을 다시 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질 당사자로 국정감사 위증 논란까지 빚고 있는 조경호 대표나 이영호 사장 측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7월 합의 당사자로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미 보직을 떠났다. 관련 문제는 롯데푸드와 접촉해 논의해 달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후 녹취록 입수 후 추가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경수 대표 측도 마찬가지다. 갑질 논란이나 위증 논란에 대해 조 대표는 2월20일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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