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미추홀구청장, 시·구체육회장 선거개입 의혹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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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추홀구청장 비서, 특정후보 지원‧불출마 회유한 정황
선거업무 방해 혐의…인천지검 수사과, 고발인 조사 진행

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이 인천시체육회장 선거와 미추홀구체육회장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음성파일을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했다.

음성파일에는 김정식 구청장의 전 비서였던 A씨가 “청장님 지시”와 “청장님 말씀”을 들먹이면서 인천시체육회장과 미추홀구체육회장 선거에서 특정후보를 도와줘야한다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이희동 부장검사)는 김 구청장의 업무방해 혐의가 담긴 고발장을 접수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인천지방검찰청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지방검찰청 전경. ⓒ이정용 기자

“청장님 말씀…차라리 구체육회 부회장 어떠시냐”

음성파일에는 A씨가 2019년 11월30일 오후1시30분쯤 미추홀구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B씨에게 ‘청장님 말씀과 입장’이라며 미추홀구체육회 부회장직을 제안하며 선거 불출마를 회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A씨는 당시 “청장님 말씀이, 청장님이 그냥, 회장님 나오시는 거 알잖아요. 그러니까 나오셔 봐야 그거 2000만원 다 그냥 날아가는 돈인데, 차라리 그거 크든 작든 큰돈은 아니지만 금전적으로 손해 보시지 말고 차라리 부회장 하시는 건 어떠시냐”고 했다.

또 “그리고 다음에 회장님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게 순리가 아니라 더 보기도 좋고 주변에서 어떤 충돌이나 그런 게 없으니까 좀, 이제 청장님 입장에서는 뭐 이렇게 말씀은 제가 실수하는 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A씨가 B씨에게 얘기한 2000만원은 미추홀구체육회장 선거 후보의 선거공탁금이다. 득표율이 20%를 넘지 않으면, 선거공탁금을 회수하지 못한다.

특히 A씨는 2019년 12월12일 미추홀구의 한 음식점에서 인천지역의 한 체육종목단체장을 맡고 있는 C씨에게 “청장님 지시”라며 인천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특정후보를 도와달라고도 했다. C씨는 인천시체육회장 선거의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이다.
  
그는 “청장님 지시하신 게, 전 인천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님이 이번에 인천시체육회장에 나가셨잖아. 도와드리라고. 우리 청장님 쪽을 타야 된다고, 기본적으로 두 다리는 못 탄다고. 혹시나, 이제 부담은 되겠지만 선택은 네가 하는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장님은 시체육회장님이 회장님이 되시고, 미추홀은, 이쪽이 되시면 전반적으로 이제 협조 받는 데는 인맥이 좋으시니까, 훌륭하신 분들이니까 탄력을 받고 편해진다는 거야. 당신 입장에서는. 예산 부분도 그렇고. 체육행사 때 이런 것도”라고 했다.

 

“김 구청장, 특정후보 지지 요청예산삭감 엄포”

인천지검 수사과는 지난 2월20일 오전 10시쯤 김 구청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B씨를 불러 약 2시간 동안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B씨는 지난 1월14일 김 구청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B씨는 지난 1월15일에 진행된 미추홀구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B씨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 구청장은 2019년 11월21일 오후5시쯤 A씨가 동석한 음식점에서 “만약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구체육회의 예산을 전면 삭감하겠다”며 말했다. 

B씨의 변호인은 “현직 구청장이 미추홀구체육회장 선거 관련자들을 모아 놓고 특정 후보의 지지를 요청하면서, 그 특정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은 것은 구청장의 위력으로 미추홀구체육회의 선거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추홀구체육회장 선거관리규정상 기부행위와 사전선거운동 금지기간에 있었던 일이고, 실질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미추홀구청장 측은 “B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해당 기간은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은 시기였다”며 “현직 구청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얻는 이익은 없다. 그런 말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음성파일 내용과 관련해선 답변하기 곤란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에 미추홀구청에 7급 별정직공무원으로 채용됐다가 2020년 1월1일자로 의원면직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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