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악취 예산…송도국제도시 주민들 “뭣이 중헌디”
  • 인천취재본부 주재홍 기자 (jujae84@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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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까지 악취 탈취시설 설치 지연…인천시 “예산규정 어쩔 수 없어”

인천시가 승기하수처리장의 악취를 줄이기 위한 국비를 받아놓고도 제때에 예산을 집행하지 못할 처지다.

이 바람에 송도국제도시 등 인근 주민들은 당분간 고약한 악취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인천환경공단은 승기하수처리장에서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20t짜리 덤프트럭을 이용해 약 100t 규모의 슬러지를 외부로 퍼 나르고 있다.

악취를 줄이는 탈취 시설 없이 슬러지를 담고 있는 트럭. ⓒ인천환경공단
악취를 줄이는 탈취시설 없이 슬러지를 싣고 있는 덤프트럭. ⓒ인천환경공단

이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하고 있지만 밀폐·탈취시설이 없는 실정이어서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연수구지역 악취 민원은 1294건에 달한다. 이는 최근 5년간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날에 악취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이에 인천시는 2019년 12월11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승기하수처리시설 악취개선사업’ 명목으로 1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인천시와 인천환경공단은 특별교부세가 집행되는 6월쯤 공사를 시작해 탈취설비 등을 올해 12월까지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와 인천환경공단이 최소한 올해 5월까지 특별교부세를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별교부세는 2019년도 목적이 지정된 초과세입으로 편입됐고, 2020년도 예산에 옮겨야 집행할 수 있다.

이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서만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는 게 인천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추가경정예산은 4·15총선을 치른 후에 편성할 수 있다. 이르면 올해 5월쯤에 승기하수처리장의 악취 개선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젓이 승기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줄이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주민들은 악취에 계속 시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특별교부세가 바로 집행됐다면, 올해 6월쯤에 승기하수처리장의 악취를 줄이기 위한 탈취설비를 가동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국제도시 주민 A씨(38)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계속 피해를 보고 있는데, 악취를 줄일 수 있는 예산을 받아놓고도 그대로 갖고 있어야 한다니 기가 막힌다”며 “인천시는 무엇이 중요한지 되짚어 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승기하수처리장의 악취를 개선하기 위한 특별교부세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돼야 집행할 수 있다”며 “악취 민원이 잇따르더라도 현재로선 특별교부세를 앞당겨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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