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대전환기에 던져진 묵직한 질문들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1 10: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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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친환경적인가? 보조금 없이 가능한가?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종목은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다. 1년 사이에 최저 178달러를 기록했던 주가는 한때 96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500% 이상 상승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지 2주일 만에 1600억 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기세라면 테슬라 주가가 도요타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테슬라 주가의 폭등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테슬라의 생산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2019년 3분기 1억4300만 달러, 4분기 1억5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무엇보다도 연간 37만 대에 가까운 차량을 인도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생산능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여기에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 상하이 공장의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얻게 됐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애플과 같은 존재로 진화 중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2018년 하반기부터 50%를 넘어섰다. 유럽에서는 2019년 12월 폭스바겐 골프와 르노 클리오 다음인 2만2118대를 판매하면서 전체 승용차 판매 3위를 차지했다. 오염물질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테슬라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 전북의 효성 전주공장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자동차에 시승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 전북의 효성 전주공장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자동차에 시승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 주가, 도요타 아성 ‘위협’ 

한국의 경우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전기차 보급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09년 전기차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개발 및 보급 활성화에 착수했다. 당시 제시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2020년 국내 소형차 중 전기차 비율 10% 달성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느린 차종 개발과 인프라 보급에 따라 성과가 미미하자 2014년 12월 환경부와 산업부는 다시 ‘전기차 상용화시대 기반조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통해 구매 보조금 지원, 충전시설 보급 확대 등을 추진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국내 전기차 보급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는 8만9918대, 전기 승용차는 8만7926대로 전체 승용차의 4.5% 수준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구매 보조금과 더불어 정부, 지자체 및 민간의 충전 인프라 보급, 높은 아파트 거주 비중에 따른 투자효율 등이 더해지면서 전기차 보급은 궤도에 올라섰다. 이런 기반을 토대로 국내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기술과 생산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게 됐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기아자동차의 니로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비롯한 각종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으며, 판매량 역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양사가 국내외에 판매한 전기차는 10만 대를 넘어섰다. 수출 7만8021대, 내수는 2만3217대였다.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전기차는 전년 대비 63% 증가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기차는 과거 1970~80년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연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추진됐으나 배터리 성능의 한계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잊혀가던 전기차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개발의 진전에 따라 등장할 수 있게 됐으며, 때마침 이슈가 되던 기후변화 대응 방안의 하나로 관심을 끌게 됐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미세먼지라는 독특한 대기오염 문제가 더해지면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빠르고, 더 과감한 지원정책을 하게 됐다. 

전기차는 오염물질 배출 없이 운행할 수 있는 깨끗한 존재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전력생산 방식을 고려할 때 과연 정말 친환경 청정 운송수단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으로 전기차를 충전해 운행하는 것은 오염물질 배출원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의 경우 폐기물 및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 

이상적으로는 태양광 또는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충전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수요에 맞춘 공급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배터리를 활용한 전력저장시설(ESS) 활용을 추진했으나 연이어 발생하는 화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르웨이와 같이 99%의 전력을 청정 에너지원인 수력으로 확보하는 국가의 경우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확실한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발생 감소에 도움을 주지만 우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전기차는 충전소 설치 등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는 충전소 설치 등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조금 없이 전기차는 지속 가능할까

최근에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요금 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2017년부터 전기차 충전기에 부과해야 하는 기본요금을 면제하고 충전요금 역시 kWh당 50% 할인 혜택을 부여해 왔다. 이에 따라 전기차 이용자들은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20%도 되지 않는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차를 이용했다. 하지만 적자 누적에 따라 한전이 각종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모두 폐지한다고 발표해 전기차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충전사업자 역시 그동안 면제받던 기본요금의 50%를 부담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보조금과 각종 지원을 통한 수요 진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감소하고 폐지하는 것이 맞지만 과연 지금이 그러한 시기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기차 보급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많은 보조금을 받으면서 보급된 전기차가 어느 정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어떤 이용 패턴을 보이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축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산 투입에 따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자료 확보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뤄지고 있지 않다. 

낯설어 보이던 파란색 표지판이 점차 눈에 많이 띄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규제 강화와 퇴출 논의는 결국 전기차 및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을 빠르게 가속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남들보다 빠르게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이런 흐름에 대비해 왔으며, 이를 통해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산업적·사회적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전환해 나가고 있다. 양적 확대가 일정 수준에 이르는 순간이 다가오는 만큼 각종 제도의 정비와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전용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던 자동차세 등 자동차와 관련한 많은 제도들은 전기차 보급에 따라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의 전기차 보급과 전환을 서두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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