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림 현상 강해진 증시…분산투자 정말 효과적일까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1 12: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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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배터리․5G 등 성장성 높은 종목 주목해야

2만5000원. 삼성전자의 2013년 주가다. 지금은 대략 6만원 정도다. 7년 사이에 약 140% 오른 셈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1970. 2020년 지금은 2150으로 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주가가 배 넘게 오르는 동안 전체 지수는 해당 종목의 15분의 1밖에 오르지 못했다. 이 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종목은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은 업종에도 적용된다. 2013년 이후 주가지수보다 많이 오른 업종은 IT(정보기술)와 바이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과거에는 10개 업종 중 3~4개가 그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1~2개로 줄어들었다. 이런 사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뭘까? 지난 7년간 투자는 ‘분산’이 아니라 ‘집중’이 답이었다는 교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까지 더하면 반도체 2개사의 시가총액 합이 코스피의 30%에 달한다. 2015년 초 20%에 비해 10%포인트 늘어난 건데 특정 종목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이렇게 높았던 전례가 없다. 

2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 시사저널 고성준
2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시사저널 고성준

삼성전자,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24%

여기에 배터리를 재료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의 시가총액 비중 3.6%를 더하면 반도체와 전기차 관련 4개사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33%로 올라간다. 금융위기 직후 현대자동차가 큰 이익을 낼 때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영업이익 합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그때도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이 전체의 25%를 넘지 않았다. 지금 IT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이 얼마나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 쏠림 현상이 강한 곳이 바이오다. 과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처럼 영업 상황이 안정적이고 신약 개발이 일정 궤도에 들어와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사이의 쏠림 현상만 있었는데 지금은 우량 바이오 기업 사이에도 층이 나눠져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50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셀트리온은 여전히 20만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승 종목이 세분화되면서 힘이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이 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었다. 과거에는 단일 기업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의 5%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000년 IT 버블 때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 직전까지 갔다가 실패했고, 애플 역시 2012년 아이폰 열풍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비중이 5%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과거에는 1위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5%에 근접하는 걸 시장이 바뀌는 신호로 여겼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MS와 애플 두 종목 모두 5%를 넘었다. 여기에 시가총액 4%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을 더하면 세 종목이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가 된다. 미국 시장 내 종목별 움직임이 구조적으로 달라졌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런 변화로 인해 과거에 썼던 투자법이 지금도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분산투자를 가장 좋은 투자방법으로 생각해 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므로 주식을 가능한 한 많은 곳에 분산투자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분산투자의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과 유사해졌다. 한국 시장처럼 몇몇 종목과 다른 종목 사이에 수익률 격차가 큰 경우 분산투자의 성적은 더 나쁘다. 2013년 이후 7년 동안 투자 종목을 많이 분산한 경우 연간 투자 수익률이 1.5%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는 해당 기간 채권 투자 수익률의 절반 정도다. 그렇다면 굳이 분산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종목 여러 개를 매수하는 것보다 코스피를 복제한 ETF(지수연동형펀드)에 투자하는 게 매매의 용이성이나 비용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분산투자 수익률=코스피 상승률

종목 투자는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성장성을 규모가 작은 기업만의 전유물로 여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나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 자체의 성장성보다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업부문이 미래 지향적이냐 아니냐에 보다 많은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기업’의 주가가 20년간 많게는 80배, 적어도 20배 이상 주가가 오른 거나 30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100배 넘게 상승한 것 모두 규모가 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부문의 성장성이 높았던 결과다.

성장성은 우리 시장에서 특히 중요시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기업 규모가 크고 국민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조차 성장성이 낮을 경우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다. 포스코와 한국전력을 포함해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업종 주가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지금 주가가 사상 최고치의 절반을 넘는 곳이 많지 않을 정도다. 

지난 2~3년간 ‘조선업이 오랜 불황을 끝냈다’느니, ‘자동차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 등등의 이야기가 많았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에 해당 업종 경기가 최고점을 지나 앞으로는 경기가 괜찮아져도 10년 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평가가 후해지는 반면 한계가 보이면 평가가 박해진다. 그러면 해당 종목의 주가는 틀에 갇혀 버린다. 앞으로 우리나라 많은 산업의 주가가 가격이 싸졌을 때 이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 말고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기 힘들어 성장성의 중요성이 더더욱 높아질 것이다.

우리 시장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다고 꼽히는 부문은 IT와 배터리를 포함한 2차 전지 쪽이다. 여기에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5G(5세대)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부품과 반도체 장비와 소재 관련 업체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5G 스마트폰은 작년에 우리나라가 처음 망을 구축한 이후 올해는 주요국 대부분이 투자에 참여할 걸로 보인다. 그 덕분에 관련 폰의 전 세계 판매 규모가 작년보다 30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는 초기에 해당하므로 해당 종목에 집중 투자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가 성숙해 성장동력이 약해질수록 성장 산업에 높은 프리미엄을 줘 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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