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 광주전남 곳곳서 경선 과열…‘진흙탕 싸움’
  • 호남취재본부 조현중·박칠석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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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흠집 내기·논란 만들며 상호 비방전 ‘격화’
경선 임박하자 네거티브 극성…민심 이탈 우려

21대 국회의원 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임박하자 광주·전남 곳곳에서 후보 간 비방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상대편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에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허위사실 유포를 둘러싸고 상대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또 방송 토론회 불참을 두고 후보 자질을 탓하는 등 네거티브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에 높은 지지율에 당선을 자신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동반자 의식이 사라진 채 공천을 받는 데만 열을 올리며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어 당 안팎에서 민심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사저널 DB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사저널 DB

광주 광산을, 토론회 불참 놓고 격한 ‘설전’

광주 광산을 총선에 출마하는 민주당 경선 참여 예비후보들은 방송 토론 불참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였다. 광산을 지역에는 같은 민주당인 민형배 후보와 박시종 후보가 경선을 치른다. 

선공(先攻)은 민 후보가 날렸다. 민 후보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시종 예비후보의 방송 토론 불참은 유권자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검증을 회피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토론회 참가를 촉구했다.

민 후보는 오는 27일 예정된 광주지역 5개 언론사 주관 생방송 ‘정당경선 합동토론회’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박 후보 측의 불참으로 민 후보 단독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 후보 측이 박 후보 측의 출연을 촉구한 것이다. 

박 후보 측은 보도자료를 통한 비판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토론에 불참하게 된 것은 후보 측 사정에 따른 불가피한 사안으로,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3차 경선 투표일이 오는 27일로 예상되면서, 당일 선거운동을 위해 부득이하게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 불참으로 오히려 민 후보는 방송에서 25분가량 본인을 홍보하는 시간을 얻게 됐다. 우리 쪽이 불이익을 감수한 격인데도 공격을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허위사실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광산갑 ‘점입가경’…여론조사 공정성 놓고 난타전

선거 초반부터 혼탁 양상을 보인 광주 광산갑에서도 경선이 확정된 이석형 후보와 이용빈 후보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석형 후보는 20일 광주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상대인 이용빈 후보 측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여론조사에 대해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광주지역 모 방송사가 의뢰·실시·발표한 여론조사가 이용빈 후보에게 유리하게 왜곡됐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후보자 심사가 한창인 지난 16일에 보도되고 조사 의뢰부터 발표까지 짜인 각본처럼 결과가 나왔다”며 “중차대한 시기에 방송을 송출한 것은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용빈 후보는 즉각 보도 자료를 내고 “이석형 후보의 기자회견은 현격히 낮은 지지율로 인한 초조감에서 광산구민을 현혹하고, 자원봉사자 폭행, 불법선거의 비판적 시각을 돌리기 위한 물타기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이용빈 후보는 최근 지역 행사에서 이석형 후보의 선거사무소 관계자들이 불법 선거 운동을 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이석형 후보가 거짓 정보로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서구을 고삼석·이남재 후보는 양향자 후보가 중앙당에 '여성 전략 공천'을 요구한다며 불공정한 선거 운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 후보가 지방의원들을 동원하고 이낙연 전 총리를 내세운 마케팅을 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양 후보는 두 후보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경선 후보가 확정된 북구갑에서도 정준호 후보가 조오섭 후보의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 경력을 허위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여수을 경선 ‘진흙탕’…허위사실 유포 논란

민주당 전남 여수을 경선도 후보 간 변호 경력 공방에 이어 허위사실 유포 논란으로 확산하는 등 격화되고 있다. 정기명 후보는 25일 보도자료를 내 “김회재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김회재 후보는 컷오프된 권세도 후보가 중앙당에 낸 성명서에서 ‘정기명 후보가 상포지구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권 후보는 중앙당에 이런 내용의 성명서를 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어 “사실과 다른데도 김 후보는 성명 발표에 이어 23일 기자회견과 대량 문자 발송 등으로 허위사실을 지속해서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최근 민주당 중앙당 선거 부정신고센터에도 신고했다.

이에 앞서 김회재 후보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당내 최종 경선을 앞두고 정기명예비후보가 근거 없는 비방을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김 후보는 이날 “최근 컷오프에서 탈락한 모 후보가 중앙당에 청구한 의견서에 ‘정기명 후보가 여수 상포지구 문제에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고 모든 여수시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적시한 것에 대해서는 왜 해명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많은 여수시민이 상포지구와 웅천개발 비리 문제를 거론하면서 오랫동안 여수시 고문변호사로 일해 온 정 후보의 관련성 여부에 의구심을 품고 있으므로, 상포지구와 관련해 개발 비리의 주범인 김모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시 공무원들과 별도의 대책 회의를 한 적이 있는지 등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위 사실 유포 논란에 앞서 법조인 출신인 두 후보는 상대방의 변호 경력을 문제 삼으며 해명을 요구했다. 정 후보가 대기물질 오염물질 배출량 조작사건을 변호한 김 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김 후보는 정 후보에게 웅천지구 개발사업 정산금 소송을 변호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공방을 벌였다. 후보들이 공방을 벌이면서 TV 토론도 연기됐다.

광주지검장 출신인 김 후보는 지난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사건이 발생하자 여수산단의 대기업 고문 변호사로 기소된 대기업 직원을 변호했다. 변호사 출신인 정 후보는 여수시 고문변호사로 웅천지구 개발 관련 정산금 소송에서 여수시를 변호했다.

민주당은 일부 후보들이 경선을 코앞에 두고 동반자 의식이 사라진 채 실익이 없는 공방전을 펼치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민주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는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려 애쓰는데, 정작 소속 후보들은 원팀 정신이 실종됐고 상대 후보 공격에만 치중해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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