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는 사투’ 벌이는 방역대책본부 24시 밀착취재 [코로나19 긴급진단]
  • 세종취재본부 이진성 기자 (sisa415@sisapress.com)
  • 승인 2020.02.28 13: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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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보다 더 힘든 건 사망자 발표할 때…해외에선 국내 방역 체계 극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36일째 되는 2월25일, 환자 한 명이 또 사망했다는 소식에 질병관리본부(KCDC·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떨궜다. 최근 매일 1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데 따른, 일각의 방역 대책에 대한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던 그들이었다. 방대본 A사무관은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가족 구성원이었던 한 사람이 바이러스와 엮여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2월25일) 기준으로 총 11명의 가슴 아픈 사망 소식을 공지했고, 24시간 방역 체계를 철저히 가동해 더 이상 이런 소식을 최소화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월2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월2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 머리 감는 시간도 아끼려 숏컷 

매일 오후 2시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례 브리핑을 직접 진행한다. 이날은 전날 대비 130명의 확진자가 추가되었고 사망자도 한 명 늘어났다는 소식이 골자였다. 머리 감을 시간도 아깝다며 숏컷으로 머리를 짧게 자른 정 본부장은 이날도 담담한 어조로 확진자 현황 등을 설명해 나갔다. 환자 상태 등에 대한 그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특히 이날은 정 본부장의 바뀐 머리 스타일에 언론의 시선이 집중됐다. 어느 정치인이 시간을 아끼겠다며 머리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면 이른바 보여주기식이라는 조롱을 받았겠지만, 그동안 정 본부장의 행보를 지켜본 국민에겐 짠한 감동이었다.

이날도 정 본부장은 이른 새벽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부터 집이 아닌 관사와 긴급상황센터에서 지내는 정 본부장에게 사실 쪽잠을 청하는 1~2시간 외에는 업무의 연속인 셈이다. 방대본 조직은 크게 상황총괄단과 의료기관·자원관리단, 환자·접촉자관리단, 진단분석관리단, 위기소통·행정지원단으로 구성돼 있는데 밤낮 가리지 않고 24시간 실시간 보고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일정은 오전 8시 간부진이 참석하는 방대본 회의로 시작한다. 각 지자체에서 등록한 확진자 현황 등을 점검하는 등 특이사항에 대한 보고, 대책 방안 등이 논의된다. 1시간여의 회의가 끝난 직후 정 본부장은 바로 위기소통·행정지원단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국민들에게 확진자 수와 격리 대상 수, 사망자 수, 검사 현황 수 등을 알리기 위한 보도자료를 직접 검토하고 있어서다. 위기소통반 관계자는 정 본부장이 요원들 뒤에 앉아 조용히 초안 등을 검토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묻기도 하고 격려 또한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이 가장 바빠지는 시간은 사실 오후부터다. 오후 2시 오송에서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 전에 국민이 궁금해할 질의 등에 대비해야 한다. 질본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에서 확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1차 검사만으로 발표하거나 방대본에 정보를 알리지 않은 채 발표하면서 통계가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정 본부장을 비롯한 위기소통반 직원들은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오전 10시쯤 지자체에서 하는 브리핑도 철저하게 챙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칫 잘못된 정보로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브리핑이 끝난 직후에도 바쁜 일과를 보낸다. 방대본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으로 있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합동 회의도 함께 한다. 이날은 박 장관의 일정에 따라 오후 7시30분에 진행됐다. 정 본부장은 이후 회의 내용 등을 숙지하고 정리한 후 센터로 향한다. 물론 밤 12시가 넘은 새벽까지도 정 본부장의 업무는 이어진다.

정 본부장이 밤낮없이 방역 체계를 정비하면서도 지친 내색을 하지 않는 배경에는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방대본에는 200여 명의 직원이 전문 분야에 맞는 팀에 속해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 있다.

 

24시간 3교대 근무…센터에서 의식주 해결 

위기소통반의 B사무관은 오전 8시쯤 사무실로 출근해 오후에 있을 정례 브리핑 준비에 돌입한다. 각 지역에서 쏟아져 나온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기사 모니터링부터 지자체 브리핑 확인까지가 정확한 정보를 위해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자료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보도자료는 질본 홈페이지에 바로 공개돼 모든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정확성이 생명이다. 무엇보다 상황에 따라 그날 대응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긴장감은 늘 함께한다. 완성된 보도자료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대한 응답도 위기소통반의 몫이다. B사무관은 “오전부터 시작된 업무는 전화 문의가 끊기는 밤 9시를 넘겨서야 마무리된다”면서 “고충이라면 주말에도 이러한 업무가 반복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장급 이상 직원 대다수가 근무하는 긴급상황센터와 환자관리팀 등은 새벽 1시가 넘어 퇴근하는 일과가 일상이 됐다. 24시간 변화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는 3교대 근무로 밤과 낮이 바뀐 일과를 이겨내고 있다. 센터에 수면실과 샤워시설 등이 있어 시간 단축을 위해 이곳에서 먹고 자고 씻는 직원도 많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사망자’를 공지할 때다. 최근 매일 10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방역망 내에서 관리하고 있어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부분은 어떻게 보면 다른 국가보다 진단 역량과 인프라가 뛰어나서일 수도 있다”면서 “가령 미국의 경우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게 들고, 이 때문에 검사 건수도 얼마 없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이탈리아에서 갑자기 확진자가 많이 나온 상황도 그렇고, 검사를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확진자를 많이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것을 방역 실패로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성을 가진 방대본 요원들이 확진자 수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확진자 중에 사망자가 발생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정 본부장은 자신과 방대본 인력이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에 대해 “방대본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기는 하지만 잘 견디고 잘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국내 여론과는 다르게 미국과 유럽의 보건 분야 전문가들이 우리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검사 처리 방식에 극찬을 보냈다. 정 본부장의 “잘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질본은 마스크 착용하기와 손바닥, 손톱 밑 꼼꼼하게 손 씻기, 해외 여행력을 의료진에게 알리기 등의 감염병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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