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방역망이 뚫린 게 아니라 이미 구멍 있었다” [코로나19 긴급진단]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8 13: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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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우리 공공의료 수준 매우 낮아 길어지면 과부하”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배경을 우리의 낮은 공공의료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감염병은 한 나라의 공공의료 수준으로 막는 것인데 우리는 이에 대해 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 위원장은 또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대유행(판데믹)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판데믹은 감염병의 대유행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이 2개 대륙 이상에 퍼지면 판데믹을 발표한다. 판데믹은 감염병 경보 등급 6단계 중 최고 단계다. WHO는 현재 코로나19에 대해 5단계(세계적 대유행 임박)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아시아, 중동, 유럽, 북미 대륙의 29개국으로 확산한 상태다. WHO가 1948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판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두 차례다.

ⓒ시사저널 최준필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시사저널 최준필

개인위생 실천은 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경각심이 생겨서 개인위생은 잘 지키는 것 같다. 그러나 집회 등 사람이 모이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점은 다소 약해 보인다.”

지역사회 감염이 순식간에 벌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우리는 전쟁을 경험하면서 국방비에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염병 예방에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 외국은 감염병 예방에 막대한 돈을 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가 약한 국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일부 언론이 ‘우리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고 보도하는 걸 봤다. 사실 구멍이 뚫린 게 아니라 이미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보건소는 공공의료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나.

“보건소는 보건복지부 소속이 아니라 지자체 소속이어서 행정기관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중앙정부의 명령보다 지자체의 지시가 우선된다. 보건소 인력도 도시와 지방 간에 차이가 있고 그나마 적은 인력이 대부분 치매, 만성질환, 예방접종에 배치됐고 감염병 예방 인력은 부족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의료 수준이 낮은 나라에 코로나19가 번지면 폭발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하는 판데믹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중국인의 유입을 봉쇄했지만 경유해서 들어오는 것을 막진 못했다.”

10년마다 세계적인 감염병이 유행한다는 이른바 10년 주기설이 이번에도 확인된 셈인가.

“앞으로 판데믹은 더 짧은 주기로 다가올 것 같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작게 발생해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할 정도로 교류가 많아졌다. 우리와 중국의 교류도 사스 때보다 10배 더 늘었다. 코로나19처럼 전파율이 높은 감염병이 퍼지면 손을 쓸 수 없다. 손을 쓰려고 하면 이미 2~3차 감염이 발생한다.”

판데믹을 막을 방법은 없나.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은 고급 의료기술이 아니다. 한 나라의 GDP(국민총생산)와 상관없이 공공의료 수준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공공의료 수준은 매우 낮으므로 감염병 유행이 짧게 끝나면 다행이지만 길어지면 병실이나 인력 공급 등에 부하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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